친절한 사람이 되어야지.
대만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었다. 정말 잘 되어있다. 이 부분이 타이베이를 해외여행을 처음 한다면 쉽게 도전할만 한 곳이라고 꼽는 이유기도 하다. 일본처럼 엄청난 한국어 서비스를 자랑하진 않지만, 주요 관광지에선 어렵지 않게 한국어를 만날 수 있다.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구입해서 충전해가며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지하철 – 버스는 환승 요금이 적용이 된다고한다. 얼만지는 모르고 신나게 찍고 다녔다. 숙소 위치가 지하철이 들지 않는 곳이라 지하철+버스 조합으로 많이 타고 다녔던 듯 하다.
지하철은 말해 뭐해, 불편함이라곤 전혀 없었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지하철을 우리나라가 최고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반박하진 않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와 쾌적함을 따지자면 미안하게도 우리나라의 지하철(특히 수도권 몇 몇 호선)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사람이 너무 많고, 사람들을 치면서 들어가거나 내리고 그 와중에 어떠한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들.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감사합니다. 여행에선 누구보다 이런 말 잘 하고 다니면서, 이런 말에 나 역시 인색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내 눈도 빈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누구보다 바삐 움직인다.
버스는 구글 지도보다는 버스 전용 앱, 그리고 안내 방송을 믿어야 한다. 구글맵은 정말 희안하게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리고 버스 번호와 행선지를 확인하기에 좋지 못했다. 紅(홍, 붉은 색) 12번의 경우 구글 지도엔 red line 12라고 표시되지만 버스 정류장과 버스엔 r이라는 글자를 안내해주지 않는다. 때려맞춰(?) 다녀야 하는 것이다.
내려할 역도 구글에선 Shilin Station이라 안내해 주지만 실제로 관광지를 제외한 곳엔 한자 표기가 훨씬 많았다. 잘 모르는 한자를 병음에 꿰어가며 행선지를 파악했다. 방송은 영어로도 나온다는 것도 어디선가 읽었지만, 주요 역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첫 날 버스에 대해서 대충 파악한 후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확실히 지하철보다 접근성도 좋고 버스가 재미있다.
양명산 온천을 갈 때 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산을 오르는 버스라 그런지 안전벨트가 있었다.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만엔 안전벨트가 설치되어있는 버스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안전 의식과 별개로 대중교통을 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단 한 번도 안전벨트를 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매우 깨끗했던 버스
마지막 날 버스를 탔을 때 이지카드에 돈이 똑 떨어졌다. 대만 버스는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다는 걸 알고 있어서, 버스를 타며 투 피플을 외치고 큰 액수를 보여줬는데 버스 기사님이 버스를 멈추시고 작은 액수의 동전이 있는 사람을 찾았다. 누군가 동전을 바꿨는데, 결국 모자라서 약간의 돈을 더 내주셨다. 그냥 내고 타면 되는거 였는데... 그 동전을 기다리는 시간, 실제로는 5분도 안 되는 그 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자리에 앉는데, 주변 분들이 다 괜찮다고 웃어주셨다.
진짜요? 정말요? 너무 미안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런거였다. 이미 일어난 일이고,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말 한마디면 되는 것. 그 말에 인색해서 서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을 하였다.
대만의 버스는 참 시끄럽다. 버스 정류장 가까이 다가서면 버스에서 삐삐삐하고 소리가 울린다. 아마 장애인을 위한 배려겠지. 탔던 거의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였다. 돌아다니면서 장애인을 봤는가?를 묻는다면 솔직히 그러진 못했다. 보고도 몰랐을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돌아다니면서 버스에 휠체어가 타거나 한 적은 없다. 하지만 휠체어나 장애인의 통행이 쉽다는 건 어린아이, 노인뿐만 아니라 다친 사람이나 하다못해 짐을 든 사람도 이동이 쉽다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이 소수만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아니라 ‘복지’라는 걸 모두가 알아야한다.
이건 횡단보도에서도 크게 느꼈는데, 타이베이는 참 신호가 길었다. 차량 신호 시간의 시작과 함께 횡단보도의 신호도 바뀌어서 차량 신호만큼 시간을 주는 듯 했다. 이거 정말 좋아보였는데, 우리나라는 왜 차선 주행 시간과 횡단보도 건너는 시간이 다른지, 심지어 왜 짧아지는 건지 조금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