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아열대기후입니다.
4월에 타이베이 여행을 준비하며 10월로 결정한 이유는 돌고래였다. 자오시에서 출발하는 돌고래투어는 상시 운영하지만, 돌고래를 보기 최적의 시기는 5-10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대만 더위의 극악무도함을 알고 있었다. 여름에 휴양지가 아닌 곳으로 가는 여행은 매우 힘이 들다. 온도도 온도지만 엄청난 습기에 숨도 못 쉴 것이다. 10월도 꽤 덥다고하지만, 그래도 다른 달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10월 마지막 주의 여행을 결정했다.
10월 말의 타이베이는 한마디로 ‘여름이었다.’ 엄청나게 더운 여름은 아니지만 꽤 덥고 습한 여름. 아침엔 비가 미친 듯이 오다가 갑자기 맑아지는데, 너무 습하면서 살에 닿는 햇빛이 뜨거웠다. 얇은 긴팔에 반바지. 딱 7-8월에 입었던 착장 그대로 입으니 딱 맞았다. 그래도 땀이 많은 나는 가끔 셔츠가 다 젖을 정도로 땀에 절어 다니곤 했는데, 대체 이 곳의 진짜 여름은 어떨지 조금 두려웠다.
삼일 내내 잠시 햇빛-흐림-비-흐림을 반복하다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맑은 날씨를 보여줬다. 날씨가 맑아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런 날씨였다면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었음을... 10월말이라는 날짜가 무색하게 아침엔 마냥 좋게만 느껴졌던 햇빛이 오전 10시를 넘어가며 열기를 뿜었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정도를 딱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름에 약한 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땀을 닦아 내야했다.
작년 홍콩 여행을 갔을 때, 생각보다 추운 새벽에 잠에서 깨 패딩을 입었었다. 저녁에도 후텁지근한 날씨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새벽엔 패딩에 웅크려 잠을 청하고 아침이 되면 반소매를 입고 다녀야했다. 하지만 타이베이는 아니었다. 새벽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이불을 걷어차며 더워했다. 타이베이에 오래 살았던 사람이 비가 오면 추우니 긴소매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긴소매는 에어컨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필요한 것이었지 바람이 차가워서 필요한 건 아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바로 습기. 습도 하나만큼은 대만이 무지막지하게 높다. 글 작성일인 입춘 기준으로 습도가 62%이다. 습도가 60% 이상이면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습도라는데 겨울에도(?) 습도가 60% 이상인 것이다.
가끔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 ‘대만은 우리나라랑 기후가 비슷한데 과일도 다르고....’이런 내용을 접하곤 하는데, 대만이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하다는 게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지 궁금하다. 도시 규모나 발전 정도가 비슷했고 또 비행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곳에 위치한 대도시라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또, 가볍게 생각해보면 동북 아시아권의 대도시를 떠올렸을 때 서울-도쿄-타이베이가 비슷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도를 살펴보면 대만은 오키나와와 비슷한 위치, 그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온대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고 걱정을 하는 위치라면 대만은 아예 아열대 기후권인 것이다. 지리적으로 기후적으로 완전 다른 대만이었다.
나도 여행을 위해 이렇게 알아보기 전까지는 단순히 우리나라보다 여름이 조금 긴 곳. 부산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정도일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갔던 10월 넷째주 주말은 비-흐림-맑음으로 날씨가 바뀌었지만, 바로 그 다음 날 엄청난 태풍이 타이베이를 덮쳤다. 전날까지 여행을 위해 옷을 고민하던 친구는 비옷을 입은 채 쫄딱 젖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고, 그 다음 사진은 호텔 엔딩이었다. 10월 말까지도 태풍이 오다니! 우리와 확실히 다른 기후대임이 분명하다.
나처럼 애매한 시기에 대만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은 여행 일주일 전까지 옷을 고민한다. 여름옷은 무리인가, 가을 옷을 들고 가야할까, 겨울 옷은 지나친걸까? 나 역시 긴 팔을 얼마나 챙겨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에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이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대만은 한겨울이 아닌 이상 여름이 긴 곳이기 때문에 여름을 충분히 즐길만한, 또는 더위를 극복할 만한 준비를 하고 가시라고. 그리고 가방에 양우산은 어느 계절에 가시던간에 무조건 챙기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