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친절해?
여행 중에도, 여행을 갔다 온 후에도 한결같은 나의 후기였다. 좋은 사람만 만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빈도가 너무 잦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한국인은 참 불친절하다. 말은 불친절한데, 궁금증이나 요구사항은 투덜대면서도 잘 해결해 준다. 일본인은 참 친절하다. 말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들어주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해결도 해준다. 이 해결이 엄청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준다.
대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산 주신 걸 얘기하겠지만, 3박 4일 동안 그 외에도 다른 일들이 많았다. 진짜 매일 하나씩 감사한 일들이 생겼다.
우산 이야기는 https://brunch.co.kr/@calmdown/49 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하자면
1. 자오시에서 생긴 일
구글 지도로 보면 버스 시간이 더럽게 맞지 않는다는 대만. 타이베이 내에서는 버스 어플을 깔아 다녔지만 근교로 빠지니 믿을 건 구글 지도밖에 없었다. 이제 문제는 그거였다. ‘여기 버스가 서는게 맞아?’
투어가 취소되고 30분동안 근처를 우왕좌왕거리며 돌아다녔지만 버스라곤 시외버스와 관광버스밖에 보지 못했다. 기둥에 큼지막하게 버스 번호가 적혀있는 걸 보니 맞는거 같긴한데, 1분 후에 온다는 버스는 10분째 오지 않았다. 배차 간격이 적혀있는지 다른 정보가 어디 있을까 싶어 버스 정류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데 어떤 여자분이 말을 건다. “!@#$^$?” 처음엔 알아듣지 못해서 중국어를 못 한다는 말만 반복했는데, 찬찬히 들어보니 도움이 필요하냐는 말이었다. 아무도 안 다니는 길 같았는데 어디서 나타난 천사인가? 우린 우리의 행선지와 배차 간격을 물었다. 자주 오지 않으면 택시를 탈 생각이었다. 그들은 버스 번호와, 내릴 행선지의 한자를 가르쳐주고 5분 후에 온다는 것 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정말 미스터리하기 그지 없었던건 그녀도 구글맵을 보고 우리에게 가르쳐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구글맵은 여전히 버스 정보 없음이라고 떠 있었다. 그녀가 가르쳐준 덕에 버스를 타고 편하게 자오시 시내로 진입해서 거의 모든 온천공원을 다 맛 볼 수 있었다.
2. 사과와 답변에 후한 사람들
중국어를 배울 때, 중국대륙에선 뚜이부치(죄송합니다)를 잘 쓰지 않는다고 배웠다. 정말 큰 잘못을 했을때나 쓰는 말이라고. 부하오이쓰를 많이 쓴다며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가지를 가르쳐준다. 하지만 대만에선 뚜이부치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리기 위해 움직일 때 '뚜이부치'를 말하면 사람들도 '메이셜'이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길을 터준다. 버스 뒷자리,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안 쪽 자리가 비어있을때도 앉겠다는 행동과 함께 뚜이부치를 말하고, 내릴 때도 뚜이부치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상대방도 당연히 괜찮다는 말을 덧붙여준다.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라는 말이 정말 여기저기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한 기색이 있는지 없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있더라도 어쩌겠는가? 그 사람의 입에서 이미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기본 인사를 주고 받으면 분위기도, 불편함도 누그러진다. 좋은 기분은 두배가 되고 안좋은 감정은 반이 된다. 왜 언어를 배울때 처음 배우는 지 대만의 대중교통에서 알 수 있게 된다.
3. 행동하는 친절과 관대함의 벅차오르는 합작품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는 날이었다. 교통카드를 탈탈 털어써서 잔액이 애매했다. 한 번은 마이너스로 찍히고 탈 수 있다길래 카드를 찍었는데, 이미 마이너스 기회는 사용한 후였다. 부랴부랴 동전을 꺼내 들고 있는 동전을 손바닥에 다 펼쳐 기사님께 보여드렸는데 뭔가 애매했던 듯 하다. 당시엔 당황해서 생각하지 못했는데, 앉고나서야 생각났던 것. 대만은 버스비를 거슬러주지 않기 때문에 딱 맞춰내라. 아마 우리가 가진 돈이 딱 맞지 않았던 듯 하다. 그렇게 에어컨이 빵빵한 버스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서있는데, 버스 기사님이 버스 내에 뭐라고 크게 외치신다. 중국어 듣기 평가 실패. 눈치껏 동전을 찾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더니 한 여자분이 나와서 동전을 확인하고 바꿔주셨지만... 우리에겐 두 번째 난관이 있었다. 버스비가 얼마인지 몰랐다. 또 쩔쩔매고 있자 아까 그 여자분이 오셔서 자신의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 넣어주셨다. 3분? 5분정도였을까?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대중교통에선 1~2정거장은 거뜬히 갈 수 있는 시간동안 우리는 동전으로 식은땀만 흘렸다. 지금 생각하면 거스름돈이고 뭐고 그냥 제일 큰 단위의 동전 하나 내고 탔으면 끝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자리를 찾아 들어가면서 뚜이부치를 작게 말하니 버스에 타고 있던 분들이 다 메이꽌시, 메이셜 이라고 말해주셨다. 그것도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거지? 감격한 마음에 셰셰라고 나도 모르게 여러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버스비를 낸 분에겐 번역 어플을 돌리며 수십번 연습하고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할 수 있는 최고의 격식어로 말씀드렸다.
왜 나는 친절에 그리고 간단한 인사에 인색했을까? 별거 아닌 이 문장이 갖는 힘을 언제나 간과한다. 대만을 갔다 온 후에 여전히 짜증이 많고, 예민한 성격은 그대로지만 의식적으로 인사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누구를 위해서 한다기보단 너무 팍팍한 것 같으니 말이라도 한 마디 건네보자라고 시작했는데, 막상 하다보니 내 기분이 좋아져서 멈출 수가 없다. 선량함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남을 향하고자 하는 친절이 결국은 나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까싶다. 그 마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자, 나는 이렇게 짧은 여행을 끊임없이 찬양중이고 누구보다 대만여행을 추천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