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는 스타일의 소설
#무라카미하루키 #바람의노래를들어라
대학 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이후의 신간들은 다 읽은 것 같다.
신간들을 읽다 보니 과거의 작품들이 궁금해져 그의 첫 작품부터 읽기로 했다.
그래서 뽑아 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내가 읽은 판본은 문학사상 2024년 7월 1일 발간 3판 2쇄 본이다.
옮긴이 윤성원
이 이야기는 1970년 8월 8일에 시작해서 18일 뒤, 그러니까 같은 해 8월 26일에 끝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 생이고 일본에서의 초판 출간이 1979년이었으니 그가 30세에 출간한 것이고
그가 20대 후반일 때 썼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있다.
그런데 스물아홉 살의 어느 봄날, 진구 구장의 흙더미 외야석(그 당시에는 아직 좌석이란 게 없었다)에 누워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고. (중략) 1978년은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우승한 해이다. 나는 봄에 쓰기 시작해서, 우승이 결정되기 전후에 완성했다.
아 너무 멋있지 않은가? 일 년 동안 아니 야구 시즌이 시작할 때 쓰기 시작해서 야구 시즌이 끝날 때 완성을 했다!!
아무튼 내용에 대한 부분은 각자 읽어보시기 바라고 내가 느낀 점은 이렇다. 하루키 작품에서는 어떤 젊음의 냄새가 난다. Smells like teen spirit이나 Smells like young adults. 주인공 '내'가 친구인 쥐와 손가락이 네 개인 여자를 만나고 제이스 바의 J와 간간이 대화를 나눈다. 배경이 1970년이라는데 내가 볼 때는 굉장히 세련돼 보인다. 일본이 잘 살긴 잘 살았나보다. 1964년에 동경 올림픽을 했으니..
하루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주인공의 어렸을 때 모습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나오는 천재 같은 꼬맹이와 비슷하다. 주인공과 손가락이 네 개 달린 여자와 관계는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주인공 와타나베와 나오코 관계와 비슷하다. 병원에 입원한 여자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중간중간 나오는 라디오 방송은 재밌다. 치고 빠지는 스타일!! 스티븐킹 '스탠바이미'에 나오는 라디오 진행자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티셔츠 얘기도 나오고~ 언제나 그렇듯이 구체적인 가수와 곡명들이 언급되고 요리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이고 자세하다. 그리고 꼭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데릭 하트필드에 대한 묘사는 참 재밌다. 있지도 않은 사람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하다니.. 이 사람을 생각하면 나는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미국에 가서 조용히 집만 바라보고 온 것도 그렇고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happy birthday and white christmas였다고 한다. 지금은 영문 부제로 쓰이고 있는데 소설의 후반부에 보면 친구 쥐가 서른 살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소설을 쓰고 있고 원고지의 첫 장에는 언제나 happy birthday and white christmas라고 쓴다고 한다. 주인공의 생일이 12월 24일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happy birthday and white christmas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