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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n 17. 2018

영화 허스토리. 끝나지 않은 모두의 히스토리

HER_STORY, OUR HISTORY.



관부재판

1992년 부산 등지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및 근로정신대 피해자 10인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 사죄와 그에 따른 배상을 청구했다. 약 6년의 소송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23회에 걸쳐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고된 재판을 이어가야 했다. 그리고, 1998년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은 위안부 관련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우리나라 돈 약 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할 것을 명했지만 공식적인 사죄의 필요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1년. 우리는 일본 정부의 항소로 열린 히로시마 고등재판에서 패소했다. 2003년 대법원은 항소를 기각했고, 끝내 최종 패소가 결정됐다. 


관부재판. 일본이 유일하게 일부 잘못을 인정한 최초의 역사적 사건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바로 직면할 태도나 준비 또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한 사실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민규동 감독과 연기 경력 도합 200년의 베테랑 연기자들이 뭉쳤다. 영화는 마치 출구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23차례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재판은 계속된다. 가만히 앉아 영화를 보기만 하는데도 몸에 피로가 몰려 왔다. 생각해보자, 백발의 할머니가 무려 6년 간 비행기와 배를 타고 일본을 오가며 재판을 겪었다. 어린 날, 자신의 몸과 정신을 무참히 짓밟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던 그 고통의 세월과 직면하면서.

오랜 동안 일본은 아무런 대응 없이 할머니들을 돌려 보냈다. 그들의 작전이었다. 일본의 어떤 무리들은 할머니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플롯이 꽤 투박하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위안부 피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임을 이해하게 됐다. 허스토리는 지금까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다룬 영화 몇 편과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어린 날 꿈 많던 소녀들이 겪었던 고초와 상실의 모습을 대면하도록 했다면, 허스토리는 이미 백발이 된 할머니들의 고백을 통해 수 십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던 끝나지 않는 우리 역사의 아픔과 고통을 인지 시킨다. 


영화 허스토리에는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시퀀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 속에 남겨진 상처들을 통해 오랜 세월 아픔과 고통을 견뎌왔을지 짐작하게 할 뿐이다. 대중 목욕탕에서 한 일본 소녀가 피해자 할머니의 몸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 할머니 몸엔 '조선 보지'라는 지워지지 않는 문신의 자국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래 이런걸 어디서 봤겠어, 신기하기도 하겠지!'하고 웃어 보인다. 할머니는 웃고 있지만 옷으로 감추어 보이지 않는 살갗처럼 보이지 않는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품고 살았다.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90년대 초반의 이야기. 놀라웠던 것은 지금과 별 다를 것 없는 일본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몇 정신나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 '나라 망신 시킨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영화 속 문정숙(김희애)의 말처럼 지금도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진심어린 사죄, 피해 당사자 할머니들이 바란 사과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첫 재판을 시작하던 때 중학생이던 문정숙(김희애)의 딸은 6년 뒤 일본 위안부 사과 촉구 집회 단상에 서 목소리를 높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통한의 역사를 잊지 않고, 할머니들의 아픔이 바로 우리 역사의 아픔이었음을 있지 않았을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라 망신 시키는 것은 우리 할머니들이 아니다. 

만행을 외면하고 잊으려하는. 후대에 그 짐을 지우는 일본이야말로 부끄럽고 나라 망신 시키는 줄 알아야 할 것이다. 



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고 흐른 27년의 시간. 올해만 세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오직 스물 여덟 분의 할머니가 살아계실 뿐이다.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시사 관람 후 솔직한 후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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