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인생에서 중요할 것 없는 문제들이라 이야기하지 않았어. 어떤 날들은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뭔가 실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이기도 했고. 친구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친구니까.
그런데 그런 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고, 반복되고. 그것이 그냥 너라는 걸 어느 날. 알게 되는 날이 오더라고. 그냥 잠깐 너의 기분이 아니고 실수도 아니고. 그게 너였고. 이게 우리 관계였고.
나는 친구였을까. 너에게.
그런 의문이 드는 날.
그날은 1월 1일 새 해가 시작되는 날이었어.
그렇게 오래 지속된 혼란이 갑자기 멈춰버린 날이었지.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가 멈춰버린 것일 수도 있고.
사실, 지금은-. 그래. 뭐가 중요하겠니. 내가 지친 거겠지. 말로 받은 상처를 다시 곱씹으면서 혼자 다독이던 수많은 시간들에 이제는 지친 거겠지. 이젠 더는 그런 것들을 내가 할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겠지.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또 미워하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려고 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스스로를 위해 살면 된다는 걸. 나는 너를 만날 때마다 나를 상처 주려고 노력하는 너의 눈빛과 말을 통해 천천히 알아갔어. 나를 상처 주는 사람으로부터 망가지지 않으려면, 내 마음을 제대로 지킬 줄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걸. 그런 걸 친구에게서 배울 줄이야……
한편으론 슬픈 일 이면서 다행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에 대해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해보고, 스스로를 탓해보길 수만 번이고 관계를 끝내버림으로써 쉽게 버리려고 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