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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미니민 Mar 11. 2018

독사같은 너님은 평생 그렇게 사세요.

당신이 소름끼치도록 싫습니다 _3/3

'관상'을 발행한 지 만 1년이 되었고,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한지는 만 2년이 넘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당한 걸 100% 되돌려주지 못하면 가슴 속에 응어리가 맺혀 풀릴 때 까지 그 응어리가 날 괴롭히는,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라 아직도 그 일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이 문득문득 기억의 서랍 속에서 튀어나올 때 기분이 얹짢아지곤 한다.


그런 성격에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할 때마다 끊임없이 뒤에서 나를 엿멕이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니 나는 전 회사에 있을 때마다 항상 마음 속에 참을 인(忍)자를 새겨야 했다.

그렇게 그 독사같던 팀장과 성추행 가해자는 일이 일단락되고 마무리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힘들 때마다 브런치에서 글을 적으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면서 그 감정들을 해소해 나갔기에, 오늘도 그들이 뒤에서 벌인 만행들을 풀어보려 한다.


1.

내가 팀을 옮기기로 확정이 된 날, 여자 사수는 술을 먹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 날 밤 내게 카톡을 했다.

관리자로서 피해 입은 팀원은 케어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를 감싸는 데서 오는 증오와 조직이 거기에 동참하는 느낌이 들어 조직에 대한 염증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독사같던 팀장이 뒤에서 일처리를 하려고 해도 내가 자꾸 이리 저리 말을 바꿔서 본인을 힘들게 했다고 했다.

그 가해자는 술만 먹으면 인사불성이 되어 저지른 만행으로 이래저래 말이 많던 사람이라, 언젠가는 직장 내 성폭력 건으로 사고를 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옮겨가는 팀에 대해 얘기를 듣고는 신입을 답도 없는 팀에 보낸다며 안타까워 했다.

내 일에 공감해준 그녀의 마음이 감사했지만, 나 또한 그 팀장과 조직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2.

그러고는 내가 이 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인사팀으로 해당 건이 넘어가게 된 후, 약 2주 간은 팀 회의가 없었다.

갑작스레 팀장은 팀 회의를 소집하고, 나와 그 가해자를 억지로 대면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 너무나 껄끄러웠다.

거기서 나온 얘기는 더 껄끄러운 얘기였다.

그 불편한 공기 속에서 일방적으로 본인이 주절주절 연설하듯 얘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팀 인원에 누수가 생기게 되었으나,
남은 팀원들은 인수인계를 잘 받아 업무에 누수가 없길 바란다.
팀장으로서 마음이 참 착잡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모두가 '액땜'으로 생각하고 지나갔으면 좋겠다.

액땜이라니?

본인에게는 이 일이 '액땜'으로 치부할 일인가?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성폭력 당한 일이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더 큰 일을 예방하는 액땜으로만 치부할 일인지' 따지고 싶어 입이 달싹거렸지만, 그 개소리를 듣고 부들거리는 손을 잡으며 팀 회의에서 먼저 박차고 일어나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3.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팀에 있는 동기에게 카톡이 와서 그 팀장이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축소해서 말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진 부위는 등 뿐이었는데, 내가 과장을 한다는 얘기였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가해자는 필름이 끊겨서 기억도 못하는 일이라고 하니까 그 일에 대해서는 나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 과장이라고 단정지어 얘기하는 건지.

그리고 등만 만지면 그건 성추행이 아닌 건지.

직접 전화해서 따질까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분노가 차올라 얘기를 전하니, 어짜피 말이 안 통하는 상대를 상대하지 마라는 얘기를 들었다.


4.

또 다른 선배에게선 그가 본인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저녁 술자리에 그 얘기를 꺼낸다고 했다.

굉장히 억울하단다.

본인은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모함을 해서 본인을 잘못한 사람 마냥 몰고 간다는 것이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듣다 보니 이제는 이 회사를 어떻게 해야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만 고민하게 되었다.


5.

종종 가해자의 얘기도 들려왔다.

전배간 조직에서 적응을 잘 못했는지, 처우가 나빴는지 같이 있었던 조직의 본인보다 윗 선배들에게만 한 날 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반성 많이 하고 있고, 뉘우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내게 들려오는 사과의 말이나 용서를 구하는 말은 직접 듣지도, 한 마디도 전해 듣지 못했다.


6.

그러면서 그 일이 있고 6개월 후 독사같던 그 팀장은 나만 빼고 나와 같이 입사한 동기들을 모아 내 동기들 수습 때 OJT를 전담했던 그 성폭력 가해자와 함께 '면수습 1년 기념' 술자리를 갖자고 했다.

여자 동기는 내가 옆에서 어떤 일을 겪어왔는지 봤는데, 그 상태에서 그 성추행범과 같이 술자리를 갖자는 그 팀장 때문에 손이 부들거린다고 했다.

다행히 어떻게 잘 무마가 되었는지 술자리는 없던 일로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일삼는 만행에 속이 부글거릴 때마다 나는 어떻게 그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처벌을 받게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여염집 딸로 태어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모님을 탓하기도 하고, 그런 내가 너무 모지리 같아 내 능력이 부족하여 이런 회사 밖에 들어가지 못했는지 내 탓을 하기도 많이 했다.

그렇게 나는 저런 일련의 일들을 참고 감내하며 내 자존감을 떨어트리며 살 수 밖에 없었다.


가끔, 이런 마음 먹는 게 나를 갉아먹는 줄 알면서 듣는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그의 딸에게도 언젠가 나와 같은 일이 일어나길.

그 때 그의 딸에게도 관리자가 가해자의 편에 서서 그녀에게 내가 받은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업어 가길.


결국엔 최고의 복수를 위해 어느 중국 속담 처럼, 직접 앙갚음 하기 보다 나는 복수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너에게 해를 끼치거든 당장 앙갚음을 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강가에 앉아 기다려라.
그러면 머지않아 그 사람의 시체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_ 중국 속담 발췌)

그보다 내게 남은 시간이 더 많은 만큼 언젠가 그는 내게 아쉬운 소리를 할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 때 가서 보는 그의 비굴한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생의 의지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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