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언제 가지실 건지 구체적으로 답변해주세요"
서른하나, 면접관은 나에게 "결혼은 언제 하실 건가요?" 물었고,
서른다섯, 면접관은 나에게 "애는 언제 낳으실 예정인가요?"라고 물었다.
지난주에 있었던 무례한 면접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지원 공고가 떠서 지원을 했고 면접관은 '회사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냐'라고 물었다. 나는 결혼하고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걸어서 10분 내지 2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대답이 화근이 되었다. 면접의 시작과 끝은 '결혼'과 '출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여자 면접관은 '결혼을 하셨는데 그럼 혹시 출산 계획이 있으신 거냐고 물었다.' 사실 남편과 나는 아직 아이에 대한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없다'라고 대답하고 나서야 그때서야 자기소개를 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는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되었냐, 남편의 직장은 어디냐는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면접의 질문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무례한 질문은 '앞으로의 출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대답해주세요'라는 질문이었다. 내도 앞으로 내가 출산을 하고 싶을지, 내가 언제 어떻게 아기를 가질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대답해달라는 것은 고용노동부에 신고할만한 인터뷰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면접을 보면서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인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질문은 없었고 그동안 어떤 직무를 수행하면서 재밌었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짜 면접의 질문들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면접이라는 것은 면접관이 이력서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구직자가 그 회사를 평가하고 '앞으로 다니고 싶은 회사인가' 결정하는 자리라는 생각을 한다. 면접을 마치면서, 마지막에 할 말이 없는지 물어볼 때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직무'의 강점을 얘기하며 면접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여자 면접관은 마지막에 쐐기를 박아 버렸다.
"본인은 출산을 안 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남편과 시댁의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앞으로 출산하고 나서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주셔야, 회사도 그에 대비하여 사람을 뽑을지 결정을 할 수 있으니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 옆에 있던 남자 면접관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이 질문은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무례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지 면접을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출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라는 면접이라니, 요즘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인터뷰 질문인가,
"제정신인가"
면접을 끝내고 나오면서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무례한 질문들이 난무했던 무례한 면접을 마치고, 아직은 세상에 덜 배운 사람들이 많다는 안타까운 탄식과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내 영혼을 치유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잘 살자, 아직은 더 좋은 사람들이 많아.
잠시 무례한 사람을 만나 마음이 힘겨웠던 잠깐의 에피소드일 뿐이야."
정말 이상하고 무례한 면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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