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살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하다.
서른 넘어 캐나다 밴쿠버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집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 친구의 소중함, 연인의 소중함. 그동안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이 밀려오는 밤이 찾아왔다. 새삼스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름 짧은 기간이 아니 멀리 떠나온 스스로이기에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떠나온 나이지만 가끔 문득 소중한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서른 넘어 떠나온 캐나다 밴쿠버에서 2층 침대에 누워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 내가 원하던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떠나온 취지에는 딱 부합하는 상황이 나에게 주어졌구나"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혼자서 먹고 자고 입을 것을 고민하고 내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혼자서 낯선 땅에 도착했을 때 도착했을 때의 그 마음이란 그저 낯섬과의 조우 그 자체였다. 낯선 국적의 사람들과 낯선 나라에서 낯선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은 제법 나에게 크게 다가왔었다. 당장 캐나다에서 한 달 살아야 할 곳을 걱정해야 하고, 도착하자 먹어야 할 저녁을 나 혼자 결정해야 하는 일들만 남았다. 낯선 삶으로 이어지는 긴 통로를 건넌 것 같았다. 앞으로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걱정과 기대가 머릿속을 괴롭히지만, 일단 나는 떠나왔으니 일단 오로지 나를 위해 온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은 갖췄다고 생각했다. 딱 1년이라는 귀한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를 힘들게 하는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깨닫는 시간,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조우하고 나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줄 기회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구나, 잠시 한눈팔 수 있는 시간들이 나에게 주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나를 위한 시작이 이제 시작됨을 느꼈다. 이제 '시작'이란 길을 한걸음 내디뎠을 뿐이지만 그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가짐을 단디 다져본다.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지내자'란 각오와 함께. 무엇을 꼭 이루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깨닫기 위해 떠나온 여정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낯선 장소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오로지 나만을 떠올렸다.
내 인생 파이팅!
2018년 4월 일기 중에서
(이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