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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츠비 Sep 16. 2023

[기러기 남편의 난임일기 11]

임테기와 hCG

아침 6시 반쯤 집을 나서며 아내에게 아침 인사를 보내놓으면 아내가 일어나서 답을 해주곤 하는데, 지난 목요일엔 평소와 달리 아내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난임일기 작성 내용 중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해 주다가 갑자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라며 하트와 함께 사진을 투척한 아내. 임테기 사진이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뚜렷한 두 줄이 있었다.


    

체온이 오르지 않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아내는 체온이 오르는 시점을 착각했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고, 난 입으로는 설레발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연신 들뜬 모습이 역력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1차 피검사 당일인 지난 금요일, 아내는 임테기 대조선이 전날보다 연해졌다며 떨리는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임테기도 hCG 호르몬(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 수치로 하는 테스트지만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수 없기에 병원에서 피를 뽑아 정확한 호르몬 수치를 파악해서 임신(착상) 여부를 확인한다. 7시 반에 피를 뽑고 집에 돌아와 있으면 병원에서 혈액을 분석해서 hCG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 주는데, 3시간가량이 걸린다. 10시 반에 다시 병원을 찾아 확인한 hCG 수치는 180! 4주 차 수치로는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였기에 아내와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신 4주 차 기준 hCG 호르몬 정상 수치는 100~200 사이이며, 평균 150 정도이다.)


우리 부부에게 임신이라는 첫 기쁨을 선사해 줬지만 9주 만에 심정지가 오며 하늘나라로 떠난 꼬미 이후 9개월여 만에 찾아온 기쁜 순간이었다. 한번 아픔을 겪었고, 극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기쁘면서도 너무 들뜨면 안 된다고, 아직 갈길이 한참 멀다고 입을 맞춘 듯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아내와 나였다.


hCG 수치는 앞으로 문제가 없다면 임신 8~11주 차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난황이 보이고 심장박동을 들을 수 있는 5~6주 차 정상 수치가 대략 10,000~25,000이다. 2차 피검사는 다음 주 금요일. 아내는 계속 매일같이 임테기를 하며 대조선의 진한 정도를 확인할 것이고, 나도 매일같이 마음을 졸일 것 같다. 2차 피검사에서 hCG 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로 확인될 때까지는 말이다.


부디 추석에 한국을 들어갔을 때 아기집과 심장박동을 직접 내 눈과 귀로 확인하는 일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잘 견뎌주렴 아가야.


그리고 조금만 더 힘내줘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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