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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람 Aug 15. 2020

30대에게 멘토와 롤모델이란

나에게 절실했던 두가지

영화 <유리정원>의 여주인공 재연은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생명과학 연구원이다. 사람의 적혈구안에 엽록소를 집어넣고 합성하여 ‘녹혈구’를 만드는데 이 개발에 성공하면 사람도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어서 빛만 있으면 산소가 생겨나 죽어가는 몸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개발의 목적은 어린 시절부터 성장을 멈춰버린 그녀의 왼쪽다리에 새로운 생명을 주기위한 것이기도 하다. 생명과학도인 그녀의 소중한 꿈인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냉대를 받았고, 약삭빠른 후배가 그녀의 연구아이템을 훔쳐가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재연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어줬던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 정교수였다. 하지만 그도 못된 후배의 유혹에 넘어가 재연에게 등을 돌리고 만다. 일과 사랑에 상처를 받은 재연은 어린 시절 자랐던 숲속의 유리정원으로 가서 스스로를 가두어놓고 외롭고 쓸쓸한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    


출처:다음 영화 '유리정원'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재연에게 진심으로 그녀의 일과 사랑에 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단 한명이라도 그녀의 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아픔에 공감을 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재연은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에겐 멘토가 있어야만 했다.   

   

누구나 한번은 멘토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멘토’라는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다. 전쟁에 나가게 된 오디세우스 왕이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친구에게 맡기게 되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르였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친구의 가르침으로 어려운 시절을 지혜롭게 넘기며 훌륭하게 성장해나갔다. 이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나 상담자 스승을 멘토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20대 시절 나는 워낙 잔소리와 간섭을 싫어해서 다른 사람이 나의 일에 참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고, 독불장군처럼 무슨 일이든지 혼자 결정하고 혼자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좋은 쪽으로는 독립적인 성향이었고 사실은 고집불통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었다. 30대 초반까지도 이런 성향이 계속 남아있어서 방황하던 시절에도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혼자서 모든 걸 참고 견뎌내며 늘 외로웠고, 그 때문에 방황하던 시간도 너무 길어져버렸다.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게 되었을 때나, 영어강사로 전향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었을 때,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누군가의 말을 듣고 그들의 조언을 듣고 판단했다면 내가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리정원에 스스로를 가두어 놓았던 재연처럼, 나는 내 지나간 아픔과 슬픔 안에 갇혀서 스스로를 괴롭히기만 하며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방법은 그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하워드의 선물》에서 하워드 교수는 멘토를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슷한 문제로 먼저 시행착오를 겪었던 누군가로부터 실질적인 경험을 직접 듣고 배우는 게 중요해. 그리고 자신이 씨름하고 있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염두에 둬야 할 거야”
 

유일하게 내가 의지하고 신뢰했던 것이 있다면 그건 ‘책’이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캔디캔디’같은 순정만화를 보는 것만 좋아했고 20대에는 직장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한 달에 책 한권도 겨우 읽을까말까 했던 내가, 서른살이 되고 힘겨운 시간들을 겪으면서 ‘책’과 깊은 애착관계가 형성이 되었다.‘책속에 길이 있다’는 속담처럼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위로 받았고, 살아갈 힘을 얻었으며, 책에서 가라는 대로 꾸준히 그 길을 따라서 걸었다. 나에게 멘토는 책이었다.


이처럼 책도 멘토가 될 수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적인 경영 전문잡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의하면 “성공한 사람은 모두 멘토가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주커버그는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에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방문해서 영감을 얻었던 인도의 한 사원을 방문해볼 것을 권했고 주커버그는 그 곳에서 한 달가량을 머물면서 페이스북의 미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하워드 교수는 직접 소통할 수 있고 구체적인 상황에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어디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멘토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합한 질문을 할 수 있는 경험과 통찰력,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지켜볼 수 있는 마음 자세, 객관적이고 실행 가능한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무엇보다 당신의 가치와 비전을 이해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을 진정한 멘토”라고 말했다.  

  

멘토와 더불어 나에게 절실했던 또 한가지는‘롤모델’이였다. 해외취업을 하고자 했을 때는 이미 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어 본받고 싶고 그의 행적을 따라가고 싶은 롤모델이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닮고 싶은 선배나  따르고 싶은 상사가 없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롤모델이 없다는 것은 꿈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에 먼저 도달한 사람들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없다면 내 안에 무한히 잠재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하워드 교수는 롤모델에 대해 다음과 같의 정의했다. “롤모델이란 하나의 특정 인물이 아니라 여러 이미지들이 합쳐진 가상의 친구다. 먼저 ‘되고싶은 나’의 전체 이미지를 떠올린 다음,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각각의 특성들을 모아 새롭게 만든 일종의 모자이크다” 롤모델을 단 한명, 어떤 대상으로 국한시키는 것보다 내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장점들을 가져와서 그 장점들을 합쳐놓은 나만의 롤모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10대와 20대에게만 멘토와 롤모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루고 싶은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면, 서른 살의 당신에게야말로 꿈의 성취를 도와줄 멘토와 롤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도 없을뿐더러 분명히 한계가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걷고 그 상황을 경험했던 이들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해라. 어려운 시간을 헤쳐 나가며 얻은 그들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그들로부터 받는 좋은 자극과 에너지는 당신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고 당신이 원하는 꿈에 가까이 다가 갈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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