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내안의 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R Jun 16. 2023

내안의 너 #1

임신이요? 제가요?

서른다섯. 결혼 2년 차. 한참 코로나 시대를 달리고 있던 2021년, 우리는 아이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결혼 전의 저는 아이를 원치 않았습니다. 이유는 많았어요. 저는 누굴 돌봐 줘야 하는 게 자신이 없었고 아이 키우며 사는 주변인들의 일상이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회사에서 잘 나가던 여자 선배들이 육휴를 마치고 돌아오면 몇 년씩 진급에서 밀리는 것도, 그녀들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피곤도, 푸석해진 머릿결과 새치도 속상해 보이기만 했죠. 두둑해진 몸매는 덤이고요.


그에 비해 낳을 이유는 너무 빈약했습니다. 귀여워서? 귀여운 건 강아지도 귀엽죠. 내 노후를 맡기려고? 그건 무책임할 뿐 아니라 비현실적이잖아요. 요샌 자녀 교육에 내 노후를 끌어 쓰는 시대니까요. 사람 된 도리니까? 아... 도리는 이런 데서 찾는 게 아니에요.


하여 연애 상대를 만날 때도 혹시 딩크인 사람 없나? 하고 생각한 적도 많고, 그냥 이 생활을 유지할 방법은 없나 고민한 적도 많습니다. 회사 다니고, 여가시간엔 잘 놀고, 여행도 좋아하고, 주말엔 친구나 연인과 한잔 하며 다음날 늦잠도 자고. 생활에 딱히 불편함 없이 잘 지내는 나날 말이에요.


그러다 평범한 남자 - 즉 4인 가족이 디폴트인 것으로 알고 살아온 보통의 한국 남자 - 와 결혼을 하게 되고, 마음 한편에 언젠가 아이를 가져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고 신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성인이 결혼을 하기로 했으면 가족계획을 상의하에 결정하고 결혼을 해야지! 맞는 말이고요, 저희도 연애하면서 대화를 하긴 했습니다. 다만 완벽한 일치라기보단 중간지점에서 만난 정도로 끝났죠. 남편은 우리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결혼하고 신혼을 잠시 즐긴 후 바로 아이 둘을 가지면 좋겠다, 저는 일단 살아보고 괜찮으면 아이를 가지되 갖더라도 하나만 갖자.


그렇게 2년을 보내며 서른 중반이 되면서 이상한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말했을 때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던 그 마음이요.


결혼을 안 했으면 몰라도 했다면, 상대가 원하는 한 하나는 있는 게 좋겠다.

더 나이가 들면 힘들 테니 올해는 안 넘겼으면 좋겠다.

자식이 어떻게 자랄지는 몰라도 하나 있으면 나중에 우리 둘이서만 늙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남자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싶다. (이건 제가 조금 미쳤었나 봅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기에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던 우리는 산부인과에서 날짜까지 받아 가며 2세 창조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웬걸, 병원에서 날을 받으면 한방에 성공할 줄 알았으나 그냥 두 달이 흘러가고, 3개월 차 예정일에 피를 본 날, 저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검사를 받아보겠다며 난임병원으로 향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