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건축학과보다 카페가 좋아서

나의 카페 아르바이트는 어쩌다 시작되었더라?

by 곰민정



밤샌 다음 날 하늘은 정말 노란색이더라.

건축학과에 들어가 첫 과제를 마친 소감이었다. 마감 전날 정말 말 그대로 날밤을 까고(?) 발표 PT를 위해 친구 집에 자러 가던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친구에게 물었다. "혜수야, 왜 하늘이 노란색이야?" 하늘이 노래진다는 게 진짜 물리적으로 경험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밤샌다고 건축학과 가지 말라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그제야 귓바퀴에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노을을 진짜 안 좋아한다.

솔직히 멋지긴 하다. 근데 노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울렁울렁한 것이,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 동기들이랑 "오늘 진짜 밤새서 완성하자!" 해놓고서는 몇 시간 못가 "미안... 나는 집에 가야 할 것 같아..."라며 후다닥 2호선 지하철로 튀어갔다. 그 시절 나는 자꾸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한참 동안 건축에 정을 못 붙였다.


한 학기를 마치자 나는 졸업을 해도 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섰다.

나는 눈을 데굴데굴데굴 굴렸다. 한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밤을 새는 일 말고, 매일매일의 일상을 잔잔하게 마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막연하게 정신이 없는 사람들, 바쁜 사람들,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마음에 동동 떠돌았다.





아, 카페!

카페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감에 지쳐 카페에 가면 항상 친절한 사람들이 잔잔한 일상을 살고 있었(보였..)다. 좋았어, 친구들이 과제 마감에 여념이 없을 때, 알바 천국에서 카페 알바를 찾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었던 한 가지 조건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사업자 카페에서 일하는 것. 나도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었으니까.


다섯 개의 카페에 지원서를 넣었다.

첫 번째 카페에 들어갔더니, 사장님이 먹고 싶은 음료를 고르라고 하셨다. 날은 더웠고 나는 아직 아메리카노의 맛을 몰랐으므로(여전히 잘 모른다) 딸기 생과일주스를 골랐다. 사장님은 잠시 머뭇거리셨고, 알바 면접 와서 이렇게 비싼 음료를 고른 건 내가 처음이라며 당장 계약서를 쓰자고 하셨다. 여전히 어이없고 웃긴 이야기.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카페 알바가 시작되었다!




IMG_5086.JPG 아직도 딸기 주스를 마시면 그때 생각에 웃음이 킥킥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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