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하는 생각들
주말 내 엄마 집에서 푹- 자고 돌아왔다.
나 사는 집에서는 새벽에 일어나는 루틴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주말에 엄마 집에 가면 말짱 도루묵. 오늘은 무려 오전 11시까지 꿀잠을 잤다. 내 집에서는 기민하게 벼려져 있는 나의 감각들이 엄마 집에 가면 온돌방마냥 푸근-하게 녹아내린다. 잘 쉬고 내 집에 돌아온 일요일 저녁, 다음 주를 살아갈 계획을 짜다 보니 또 생각이 많아진다.
아직 벌이가 변변찮다.
변변찮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과장일지 모른다. 거의 없다. 그림책을 그리겠다고 회사를 그만둔 지 이제 2년. 그림책 계약금이나, 독립출판물 판매하고 번 돈, 그림 판매하고 받은 돈 다 합쳐도 글쎄, 옛날 한 달 월급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이니 이건 뭐. 하지만 시간 가치를 수입으로 판단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간은 얼추 지나갔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시간들을 지금 보내고 있다고 분명히 믿는다.
나는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회사라는 중간 매개 없이 나와 세상을 연결할 때 가장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틀릴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지만, 올해는 올해만의 결론을 지어보자.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가보자.
생각해 보면 나는 참 마음에 바람 잘 날 없는 사람이다.
멀리서 나를 보는 누군가는 포근하고, 따뜻하고, 정돈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내 마음은 매 순간 날마다 여러 감정들이 소용돌이친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미움과 분노와 애틋함과 짠함 그리고 애정이 함께 든다. 스스로도 해석할 수 없는 그 복잡한 마음은 자주 나의 집중, 내가 가야 할 길을 막는다. 단순한 내 짝꿍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 단순한 게 나에게는 한없이 어렵다.
나는 내 감정을 정돈하기 위해 애쓴다.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난다. 그 안에서 나의 감정을 비추어보고 해석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면 운동하고, 걷고, 요리하고, 먹는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운동하고 걷고 요리하고 먹는 이 모든 행동들이 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수단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는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
중구난방인 것 같았던 나의 생각들은 결국 애써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나의 마음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의 기록들은 결국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빠서 차마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들을 위해
다음주도 씩씩하게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