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가 되는 길 위에서
이제 2년이 됐다.
그림책을 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날마다 그림 그리는 일상을 보낸게 딱 2년이다.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1. 나 이거 평생 하고싶다.
2년동안 해본작가 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달팽이다. 초록 야채를 먹으면 초록 똥을, 빨간 야채를 먹으면 빨간 똥을 만들어내는 달팽이처럼 작가 생활도 끊임 없이 좋은 것을 보고,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연속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되게 힘들었는데, 또 되게 좋더라.
나를 알아가고, 점점 더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게 있었어? 왜 사람들은 이거 안하지? 싶을 정도로 좋다.
다만 아직 돈을 벌지는 못한다는 커다란 단점이 있지만서두...
2. 오래 버티는 게 장땡이겠다.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또 그린다. 계속 그리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림은 늘고 만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잘 그리는 수 밖에.
나 이거 평생 하려면 돈을 벌어야하고, 돈을 벌려면 잘 해야하고, 잘 하려면 계속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그림그리는 생활을 더 오래 하려면 지금 내가 고정으로 사용하고 있는 비용을 잘 정돈해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은 줄이고, 투자할 것들은 제대로 투자해야 이 생활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고정지출, 집에 대한 고민을 단단히 해야한다.
3. 매일의 루틴을 세워야겠다.
여러 작가들의 루틴을 들여다봤다.
피카소의 루틴은 작업 시간이 너무 많아서 도오저히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시간이었고 (또 그의 삶은 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나는 행복한 가정 생활과 행복한 작업 생활의 양립을 원한다) 또 일주일에 하루만 일한다는 한 작가의 책을 읽고 그의 후속작들을 찾아보니 그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었다. 아.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면 책... 한 권 내고 끝일 수도 있구나... 그건 싫다.
하루키의 루틴이 많은 영감이 되었다.
하루의 반은 아웃풋을 내는데, 하루의 반은 인풋을 채우는데, 또 틈틈히 산책과 운동을 한다.
그의 일상을 생각하며 만들어본 나의 일과표.
빡빡한 것도 같고, 느슨한 것도 같다.
여튼. 일단 해보기로 한다.
언젠가 후기와 함께 돌아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