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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게 좋은데 외롭기도 했다

by 석은별

혼자 있는 게 좋다.
정말이다.
누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괜찮았으면 좋겠는 날이 있다.
문을 닫고, 불을 낮추고, 나만의 냄새로 조용히 적셔지는 그 순간이 나를 가장 덜 불편하게 만든다.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한 다음 날이면, 나는 꼭 하루쯤 말을 줄인다.
어디에 쏟았던 건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고갈돼 있다.
눈빛도, 손끝도, 미세하게 피로하다.

혼자 있는 건 정말 좋다.
그런데 그 좋은 시간 속에서 이상하게 울컥할 때가 있다.




혼자 있는 게 좋다면서, 왜 이렇게 누가 그리울까.

조용한 집 안에서 핸드폰 알림이 없는 게 이렇게 조용하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이렇게 평면 같을 수 있을까.

창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릴 때, 이상하게 가슴이 뻐근하다.

그냥 누가 나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혼자를 선택했는데 외로움이 날 선택한 날들이 있다.

누가 잘못한 것도 없고 내가 뭔가를 잃은 것도 아닌데 마음 어딘가가 쓸쓸하다.

그건 이유 없이 찾아온다.
마치 안개처럼.

그럴 땐 괜히 예전 사진을 들춰보고, 누구한테 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또 지우고, 괜히 짜장라면을 끓여먹는다. 슬플 땐 면이 제격이라면서.


외로움은 안으로 말이 많다.

겉으론 말이 없는데, 속으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잊은 줄 알았던 사람도 떠오르고, 혼자 보내야 했던 밤도 올라오고, 내가 너무 오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내 마음한테.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슬프다.

나는 그걸 둘 중 하나로 고르지 않기로 했다.
그냥, 편하고 슬픈 상태로 같이 살기로 했다.
나는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울컥하는 날엔 그냥 울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땐 ‘나, 조금 외롭다’고 중얼거리기로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런 마음보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거야, 그런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지고 싶다.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땐 ‘사람한테 많이 데었거나’, ‘애초에 체질이 그래’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냥 혼자 있어야 겨우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렇다.

사람들 사이에선 내가 나를 잃어버릴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때에도 가끔은
누군가 그걸 같이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작게, 아주 깊게 들어온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혼자 있는 게 좋아서 혼자 있었고,
외로워서 조금 슬픈 날. 그래도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있어보기로 했다.

조용한 방 안에서, 이 조용한 마음을 그냥 조금 더 느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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