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문제보다 뿌리 구조를 보다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번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이번 사건은 그 전과는 달라요.”
“그 사람은 예전 사람들이랑은 좀 다르거든요.”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사건들은 결국 같은 감정, 같은 결말, 같은 자기서사로 돌아간다. 표면의 사건은 새롭지만, 그 사건을 감싸고 있는 구조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 반복되는 장면 앞에서 이렇게 되묻는다.
“이건 어떤 사건인가요, 아니면 어떤 구조인가요?”
대부분의 문제는 사건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말, 갑작스러운 상실, 관계의 오해, 충돌이나 질병, 실직과 같은 명확한 계기. 우리는 그 사건을 중심으로 감정을 쏟고,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을 찾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장면에서 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건 ‘사건을 푸는 일’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반복적으로 생성하는 심리적 구조를 인식하는 감각이다. 구조는 개인의 성격, 성장 배경, 애착 경험, 방어 기제, 사고의 틀, 무의식적 신념 등이 맞물려 형성된 내면의 장치다. 이 장치는 특정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특정 역할을 고정하고, 특정 감정을 유도하며, 그 모든 흐름을 마치 필연처럼 만든다.
한 내담자의 사례를 떠올린다. 그는 계속해서 상사와 충돌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상사의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고, 그 후에는 조직문화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직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자, 그는 혼란스러워했다. “왜 나는 항상 부당하다는 감정에 빠지는 걸까요?”
이 질문은 사건에서 구조로 시선을 옮긴 순간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감정을 처음 느꼈던 기억이 언제인가요?”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눌려 지냈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의 무력감과 억울함이, 지금 상사의 말투나 표정에 반응하며 되살아났던 것이다. 문제는 상사가 아니라, ‘권위적 대상 앞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경험’에서 만들어진 자기 구조였다.
나도 그랬다. 글쓰기를 앞두고 느끼는 압박감, 누군가의 피드백 앞에서 과도하게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나, 인정받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 모두 ‘지금의 사건’ 같았지만, 결국은 ‘오래된 구조’의 반복이었다. 특히 “나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라는 무의식적 신념은 늘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다. 사건이 아니라 구조였다.
이제 나는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사건은 단지 구조의 노출 지점일 뿐이다. 우리는 사건을 통해 구조를 포착해야 한다. 구조를 보지 않으면, 사건은 계속 다른 얼굴로 반복된다.
구조를 본다는 것은 '다 안다'는 태도와는 다르다. 오히려 사건에 반응하는 내 감정, 내 역할, 내 사고 흐름을 관찰하며 나의 작동 방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꾸준히 추적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이 문제가 말하려는 내 안의 구조는 무엇인가?”
“이 사건은 어떤 반복을 다시 연출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나를 문제에서 떼어내고, 나의 존재 구조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된다. 구조를 인식하고 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의미를 잃는다.
문제 해결의 집착에서 벗어나 구조 인식의 감각으로 이동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문제를 넘어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