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동이 내면의 리듬을 바꾸는 방식
‘감정이 먼저인가, 행동이 먼저인가?’ 나는 이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감정이 준비되지 않으면 행동이 어렵다는 사람도 있고, 행동부터 바꾸면 감정이 따라온다는 입장도 있다. 상담자로서 나는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말하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실천은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상담실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감정의 습관’이다. 분노, 죄책감, 무력감, 억울함… 특정 감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 감정을 ‘기본값’처럼 살아간다. 내담자 C는 무기력과 우울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은 열망은 있었지만, 늘 “힘이 없어서 못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 지었다. 나는 어느 날 그에게 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뭘 가장 먼저 하세요?”
“휴대폰을 봐요.”
“그걸 5분 멈추고, 창문을 열 수 있어요?”
그는 당황했지만, 다음 주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진짜 별일 아닌데, 창문 열고 바람 맞으니까 좀 달라졌어요.”
그의 감정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작은 실천 하나가 **내면의 감각을 바꾸는 단서**가 되었다. 그 후 그는 아침마다 물을 마시고, 침대를 정리하고, 산책을 나가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의무처럼 했지만, 두 달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젠 그걸 안 하면 뭔가 이상해요.”
바뀐 건 생활 리듬이 아니라, 감정의 조율 방식이었다.
감정은 정서적 에너지이며, 신체적 리듬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실천은 그 리듬에 미세한 ‘이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이탈이 반복되면, 감정의 조율 범위 자체가 확장된다. 슬픔만이 머물던 공간에 미세한 평온이 생기고, 무기력하던 오후에 미묘한 활력이 들어선다. 그것은 대단한 변화를 약속하진 않지만, 감정이 고정되지 않도록 흐르게 만든다.
나 역시 경험했다. 어느 시절, 나는 매일 밤 감정의 과잉에 잠 못 드는 날이 많았다. 그 시기를 견디기 위해 나는 ‘작은 명상 루틴’을 만들었다. 하루에 10분, 호흡을 느끼며 내 감정의 밀도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 처음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꼈지만, 몇 주 후부터 ‘그 감정이 다시 찾아와도 괜찮다’는 감각이 생겼다. 감정의 파도가 여전했지만, 나는 익사하지 않게 되었다.
실천은 때로 ‘감정을 고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된다. 우리는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 감정을 ‘같이 살아내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작은 실천이다. 오늘 하루, 내 마음에 숨 쉴 틈을 내주는 행동 하나. 그것만으로도 내면은 조금씩 새로운 리듬을 배운다.
결국, 우리는 실천을 통해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시 조율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머리로 배울 수 없다. 반드시 살아내야만 익힌다.
몸이 기억하는 실천이, 감정의 언어를 바꾸고, 그 언어는 다시 나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