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유럽연구소 Feb 12. 2023

스웨덴 사람은 이럴 때 분노한다

국기 태우는 정도로는 소용없다

지난달 스웨덴의 극우과격분자들이 스톡홀름 튀르키에 대사관 앞에서 코란을 태우며 반튀르키를 외쳤다. 그러자 곧바로 튀르키에의 수도 이스탄불의 스웨덴 영사관 앞에 수백 명이 모여서 스웨덴 국기를 태우는 시위가 벌어졌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주 튀르키에와 시리아에 지진이 발생하자 스웨덴정부는 구조대와 지원금을 발 빠르게 보냈다.) 


왜 튀르키에와 스웨덴은
서로의 국기를 태우며 화를 내고 있을까?

지난해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 가입을 선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반대 중인 나라가 있다. 튀르키에다. 


나토에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 모두의 찬성이 필요하다. 1,2차 세계대전을 다 거치면서도 중립국으로 남아있던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대부분의 회원국은 스웨덴을 반겼다. 신청서를 내자마자 바로 승인 의사를 밝혔다. 분담금 납부도 확실한 데다 전투기 제조 능력을 비롯해 군사력도 뛰어나고, 나토의 가상 적군인 러시아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스웨덴이 가입하면 나토의 방어력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모든 나라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가운데 반대를 하고 나선 나라가 있으니 바로 튀르키에.

스웨덴 국기를 태우는 시위대. 이스탄불. @로이터 

스웨덴은 지난 100여 년 가까이 튀르키에에서 독립해 국가를 새우겠다는 쿠르드에 호의적이었던 데다, 관련 인사의 망명을 받아주어 오랫동안 스웨덴이 쿠르드노동자당인 PKK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튀르키에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의 대가로 반체제인사의 인도를 요청하고 있으나 스웨덴이 약속과 달리 미적거리자 반대의사를 고수 중이다.


국기를 태운 데 대한 스웨덴의 반응은? 

한편 과거부터 이어온 스웨덴의 적극적 중립외교 덕에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그런지 스웨덴 사람들은 국기를 태우거나 말거나, 이에 대한 분노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신 좀 의외의 반응이 이어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기 태우기 말고 '스웨덴 사람들을 진짜 화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은가?
스웨덴 사람들을 진짜 열받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스웨덴 사람들이 모욕감을 느낄까?


스웨덴 사람들의 답이다↓

분리수거를 안 한다

새치기를 한다(말세로군...)

대중교통에서 사람이 내리기 전에 타려고 한다

빨래방에서 빨래를 건조한 다음 먼지를 제거하지 않고 나온다(잡히기만 해라)

북유럽 대표 도시는 코펜하겐이라고 한다(아...혈압)

이케아가 미국 회사라고 한다(아이키아 아니라고. 이케아라고!!!)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

집에 초대해 놓고 커피를 안 준다(아놔. 자기들은 놀로 온 애들 밥도 안 주면서!!) 

식당에서 여럿이 음식을 먹은 후 각자 먹은 대로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사람수대로 나눈다(스웨덴 사람들은 "나 와인이랑 파스타랑 샐러드 먹었으니까 345 크로나", "나는 피자랑 맥주 먹었으니까 170 크로나"... 이렇게 먹은 대로 계산합니다)

뇌물을 준다(나를 망하게 할 셈인가? 도대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모임에서 일부에게만 특별대우를 한다(다른 나라 정상과 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ft. 마크롱)

여자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해,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지 등 성차별발언을 한다

하얀 피부를 칭찬한다(파란 핏줄까지 말했다간 절교)

당신을 트럼프 지지자라고 소개한다(바로 대화 단절)

하키는 러시아가 제일 잘한다고, 캐나다가 최고라고 한다

미트볼이 핀란드 음식이라고 한다

스웨덴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한다

스위스랑 헷갈린다(그럼 인도랑 인도네시아도 같은 나라냐고!!!)


과거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반 스웨덴 시위를 하며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국기를 태웠는데 시위대가 착각을 해서 스위스 국기를 태운 적이 있는데, 스웨덴 국기를 태웠을 때보다 더 크게 분노했다고ㅡ.ㅡ;;

한국 사람으로서 어떤 말을 들으면 화가 날까?

김치는 중국 음식이다?

일본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


아마 사회 구성원 전체가 소중히 여기는 어떤 가치를 폄하하거나 공격할 때 화가 날 것 같은데,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유명인의 갑질이라든지, 사람에 따라 불공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에 많이들 분노하는 것 같다. 


분노라는 것이 잘 쓰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불길이 되기도 하니 적당히 워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화가 날까라는 질문은 

사실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와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좋아할지를 고민한 다음에 그 반대로 하면 되니까 말이다. 


한 끗 차이지만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게 더 즐거운 일이니,

무엇을 하면 올 한 해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유튜브로 만나는 유럽연구소
구독 좋아요 ;-)

https://youtu.be/aMOT_Aqz9fQ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의 알메달렌, 콘서트보다 인기 많은 정치박람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