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사람이에요. 그런데 전 서울을 싫어합니다.
너무 복잡해요. 그리고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아서 고요함을 느끼는 것도 불가능해요. 바람냄새나 풀냄새를 맡기도 어려워요. 어렸을 때야 부모님의 지붕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서울에 살았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제 자유의지가 생기고 나서 가장 먼 경남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와 이런 신세계가!!!! 그전에는 서울이 막연히 싫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지방이 좋다는 생각은 안 했잖아요. 그런데 너무 좋은 거예요. 어느 한쪽이 싫은 데다 그 반대쪽은 너무 좋으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난 결코 서울로 가지 않으리라!!"
"난 내 옆의 동료와 경쟁하지 않으리라!!"
서울의 삶 중에 가장 꼴 보기 싫었던 것이 "경쟁"이었어요. 왜 우리는 공존해야 할 친구들과 경쟁이라는 것을 할까요?
세상에 내 친구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반이 있으면 다른 반도 있고 우리 학교가 있으면 옆에 학교가 있고 우리 지역에 학교가 있으면 다른 지역에도 학교가 있고 우리나라에 학교가 있으면 다른 나라에도 학교가 있어요. 내 친구를 이기면 뭐해요. 나랑 쌩판 모르는 다른 반 친구도 있고 내가 학교에서 1등 하면 뭐해요. 다른 학교도 있거든요. 정말 그렇게 경쟁이 좋다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학생들보다 더 잘하는 게 맞죠.
그런데 우리는 정말 공존해야 할 주변의 사람들과 경쟁을 해댑니다. 너무 아둔한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전 우리 아이들에게 경쟁해서 이기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으면 옆에 있는 친구보다 잘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백점을 맞으면 돼 그냥 너랑 싸워서 이겨"
전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남을 괴롭히지 않아요. 오히려 상처를 입고 오는 경우는 있지만 가족이 보살펴 주면 또 금세 괜찮아지니까 좀 속상해도 참을만해요.
문제는 저예요. 지방 살이가 좋았는데 자유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있는 기업과 학교에서 일자리를 얻었으니 온 식구가 두 달 전에 서울로 와 버렸어요.
막내 놈 학교만 졸업하면 저도 동시에 은퇴하고 시골로 내려갈 계획을 잡았어요. 그 시간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