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중고 거래 에피소드

by 별하열음

난생처음으로 중고 거래 사이트를 이용하게 되었다. 답례품으로 붕어빵 동전 지갑 키링을 10개 준비했었는데 줄 수가 없게 되어서 방에 재고로 남아 있으니 판매해 보기로 했다. 새 상품에다가 선물용으로 준비했던 것이라서 하나씩 포장이 되어 있는 상품이었다. 처음에는 소품 가게에서 판매되는 금액 3천 원으로 올렸다가(내가 가지고 있는 붕어빵 동전 지갑 키링을 소품 가게에서 3천 원에 구매했었다) 관심 버튼만 누르고 망설이시는 것 같아서 개당 2천 원으로 내려서 글을 게시했다.

첫 문의가 왔다.

“이거 일괄 가격인가요?”

일괄 가격? 하고 나의 게시글을 봤더니 사진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10개의 붕어빵 키링 사진이 있었고 금액은 2천 원이라고 되어 있으니 오해를 했나 보다. 그래도 새 상품을 10개에 2천 원이라니...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가능한 건가? 하고 생각하며 “개당 2,000원입니다”라고 답변을 남겼다.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두 번째 문의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구매 가능할까요?”.

네네 그럼요. 가능하지요.


“5개 구매하고 싶은데 600원 네고 가능할까요”

네고? 잠깐... 네고가 정확히 뭐지? 네고라는 말을 들어 봤지만 갑자기 헷갈렸다. 600원을 할인해 달라는 건지 5개를 600원에 달라는 건지.. 첫문의 내용이 2천 원에 10개 구매하는 건지에 대한 문의였으므로 이 사람도 5개를 600원에 달라는 걸로 착각이 들었다. 중고 거래 처음에 네고도 처음이니... 챗 GPT에게 물어본 다음 재차 문의하신 분에게

“제가 중고 거래 처음 해봐서요. 총 가격을 얼마에 구입하신다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여기서 낡은이 티가 났지만 뭐 모를 수도 있는 거니까.

“앗 5개 해서 9,400원이요”

5개에 600원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나는 고민도 없이

“아 네 그렇게 해요” 했다.

“헉 감사해요.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5개나 구매하시는데 제가 감사하죠”

“앗 ㅋㅎㅋㅎ 제 계좌에 9,600원밖에 없어서..”

이번에는 내가 ‘헉!’이었다. 딱 봐도 어린 학생 같은데 통장 탈탈 털어서 나의 붕어빵 키링을 사다니.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았고 주문자는 나의 계좌로 바로 송금도 해주었다. 아니 나를 뭘 믿고 돈부터 보내주나 싶었지만 나는 사기 칠 위인은 못되니까.

송금 확인하고 붕어빵 키링 중 제일 예쁜 것만 선별해서 5개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밤 12시쯤 주문자분에게 톡이 왔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동생 선물로 하나 더 구매할까 하는데요. 돈은 내일 현금으로 드릴게요”



나는 하나 더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었다. 아침 늦게까지 자는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는 할 일들을 하고 책을 읽다가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늦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갔고 혹시 기다리게 될 경우를 생각해 읽고 있던 책을 들고 갔다. 약속 장소는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길래 햇볕 쪼이며 앉아서 책을 읽었다. 오늘 중으로 완독하고 싶은 책이라서 틈틈이 읽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11시가 되었는데 오지 않는다. 뭐 좀 늦을 수 있지 하고 다시 책을 읽는다. 10분이 지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돈까지 입금하고 설마 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하고 톡을 한 번 남겼다. 그리고 다시 10분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저 멀리서도 젊어 보이는 여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나의 예측은 여학생으로 추측되는 주문자가 늦잠을 잔 것이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한 30분 기다리다가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로 갔다. 중고 거래하고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하나 사 먹어야지 했기에 다음 계획으로 이동. 커피는 오후에 카페에 갈 예정이라서 포기하고 소프트콘 하나를 사서 먹었다. 혹시나 그 사이에 왔으면 다시 가려고 했으나 톡도 읽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신의 늦잠 잤다로 결론을 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나 중고 거래 바람맞은 거임? 세상에 또 하나를 배운다며 새로운 경험하나 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 바람맞은 것은 어이없었는데 나름 걷기 운동도 하고 햇볕도 쪼이며 독서도 했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었으니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어제 대화를 나누었던 톡으로 봐서는 예의 없는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집으로 와서 아부지에게 “아빠 나 바람맞았어!” 했더니 아부지는 그런 거 하지 말라며 돈 돌려주라고 한다. 일단 돈이 입금되었으니 본인이 어떻게 하겠지 하며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한 시간 뒤 내가 남긴 톡을 확인했는지 주문자가 죄송하다며 톡을 보내왔다. 그러고는 자신이 내가 있는 쪽으로 직접 가겠다고 하길래, 나도 다시 약속 장소였던 곳으로 가기는 그래서 위치를 집 근처로 알려주고 다시 약속을 잡았다. 주문자는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고 나는 그냥 쿨하게 “괜찮아요 뭔가 사정이 있었겠죠”라고 말했다.


요즘 금요일은 좋아하는 카페 가서 놀기 하는 날이라서 마침 오후에 외출할 생각이었으므로 카페 갈 준비를 하고 다시 판매할 물건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약속 시간은 1시 30분. 나는 또 5분 일찍 도착했고 그 5분 동안 공모전에 출품할 시를 점검하기로 했다. 출품하는 시는 10편이었으므로 5분 내에 보기 충분했다. 5분이 지났고 약속 시간이 되었다. 시계를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는데 주문자가 보이지 않는다.


나 같으면 한 번 펑크 냈으면 좀 일찍 올 법도 한데 이 사람 뭐지? 설마 또 바람맞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첫 번째야 그냥 넘어가지만 두 번째도 기다려 줄 마음은 없었다. 그러면서 중고 거래 톡을 확인했더니 톡이 와 있었다. 지도가 캡처된 이미지와 함께 “이곳이 맞나요 ㅠㅠ 들어가는 입구가 안 보여요”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나는 캡처된 이미지를 열어 확인해 보았고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멈추어져 있었고 길 찾기 지도는 그 입구에서 약속 장소로 직진하게끔 표시되어 있었다. 거기는 돌담으로 둘러진 벽인데, 약속 장소로 오려면 아파트 입구에서 우측으로 내려와 좌측 오르막을 조금 올라와야 했다.


나는 주문자에게 “거기 혹시 아파트 입구가 보이나요?”라고 물었고 맞다는 답이 와서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주문자는 약속 시간에 맞게 왔는데 길 찾기 지도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던 거다. 내가 가는 게 빠를 것 같아 나는 다시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오르막길을 내려와 아파트 쪽으로 꺾으니 입구에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나는 멀리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처음 약속 잡았을 때 연보라색 패딩을 입고 나가 있겠다고 했으므로 손을 흔들면 알아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손을 흔드니 주문자는 나에게로 반갑게 달려왔다. 역시 나의 예상대로 여학생이었고 양볼에 여드름이 있는 아주 순딩순딩한 여자애였다. 나에게 다가와서는 “이거 일본 갔을 때 사 온 건데...” 하며 거래하기로 했던 돈과 투명 포장지에 젤리와 초콜릿 그리고 사탕 여러 개가 담긴 꾸러미를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 고맙다고 했고 받아든 꾸러미에서 소녀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같이 전해졌다.

나도 거래하기로 한 물건을 전해주며 확인해 보라고 했고 주문자는 맞다며 가려고 하는데 어른으로서 걱정되는 마음에 “너무 멀리서 찾아온 건 아니죠?” 했더니 소녀는 수줍게 웃으며 아니라고 하고는 뒤돌아서 갔다. 나도 소녀를 보내고 뒤돌아서 나의 길을 가는데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까 주문자가 죄송하다고 했을 때 “괜찮아요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라고 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른다운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을 했고 소녀는 자신의 잘못에 잘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바람맞아서 기분 나쁠 수도 있었을 상황을 오히려 좋게 받아들이니 다 기분 좋은 상황이 되었다. 소녀가 준 꾸러미에도 감동도 했고. 나는 이런 사소한 것에 크게 감동하는 편이다. 이런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첫 중고 거래의 경험이 생긴 것도 그것이 성공한 것도 재미가 있었다. 나는 나에게 소소한 것일지라도 다양한 경험을 주기로 했으니까 오늘도 경험치 1 상승해서 기분이 좋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