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취향

by 박꼬물이

장바구니에 기꺼이 생리대를 담아 주는 남자를 바라본다. 고맙다.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브랜드를 떠돌다가

40여 년의 대부분에 기꺼이 살을 맞댈 취향이란 것이 생겼다

익숙한 로고를 집어 들며 떠올리는 것은

저렴한 부직포에 쓸려 헐었던 사타구니와

강한 물살에 씻겨 나가는 낡은 천의 핏자국. 한 때는 어머니와 같은 면 생리대를 썼다

친구 캐시는 제 피를 담을 컵을 씻으며 다른 것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어쩔 수 없는 취향을 바라보며, 남자의 사랑스러운 웃음을 바라보며,

때때로 생리대 취향마저도 공유해야 하는 이쪽의 사정을 님도 알아주길.

하나 더 달고 태어나 부담마저도 늘었을지 모를 얼굴을 바라보며,

무사한 미소로 화답을 건넨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폴리에틸렌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