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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msk May 10. 2021

직장생활 하면서 해야 할 것.

황혼기 "인생의 가치를 회사에서 찾지 말아라."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문과로 진학해 대학을 가면 졸업 후에 취직도 못하고 굶어 죽는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국문학이나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방송국 공채MC(이후 공채MC는 폐지가 되고 역할은 모두 아나운서에게 일임되었다.)로 취직하고 싶다는 얘기를 나름 설득력 있게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결국 이과로 진학해 공대에 입학했다. 어쨌든. 대학생이니까 기회는 열려있었다. 하고 싶은 공부는 원 없이 할 수 있기에 2학년이 되면서 복수전공을 택했다. 신문방송학에 도전했다. 결국 한 학기 만에 포기했지만 그래도 도전은 몹시 즐거웠다. 졸업할 때까지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4학년 2학기 2003년 9월 30일. 전공을 따른 취업준비는 제쳐두고 모방송사 아나운서 공채에 지원했다. 나의 꿈의 열망은 1차 서류,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한 후 2차 논술 시험까지였다. 3차는 내게 무척이나 버거웠다.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등록금에 버금가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생각도 못하고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스터디를 조직해 다른 지망생들과 함께 준비를 했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4학년 2학기 11월. 아나운서의 꿈은 날아가고 대기업 공채도 끝났다. 아뿔싸. 취업은 해야 하는데. 이후 4학년으로선 치욕이라는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우연히 한 기업으로부터 면접 통보가 왔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취직에 성공했다. 나름 어려운 형편이었던 집안의 장남으로서 취직은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보험과 판촉물 판매로 버티던 어머님도 살림 조절이 가능해졌고 동생들도 숨통을 틀 수 있었다. 그렇게 신입사원으로서 숨 막히도록 바쁜 나날을 보내다 다시 아나운서 공채 시즌이 찾아왔다. 뭐지? 망설임이 찾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아니었나? 내가 왜 망설이는 거지? 설마 월급 받는 지금 생활에 물들어 버린 것인가. 안주하려는 것인가. 두려웠다. 휴가를 내는 것도 두려웠고 내일 잡힌 술 약속도 생각이 났다. 그렇게 안주의 첫걸음을 뗀 후 다시 일 년. 정신 차리자. 다시 공채에 지원했다...OTL


직장생활에 안주한다는 것은 남은 인생을 직장에 바치겠다는 의미다. 직장에 나의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는 의미다. 미래는 항상 준비해야 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준비를 시작한다는 말도 있었다. 마찬가지다. 입사했으면 직장생활 이후의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회사에서 끝장을 보자는 목표가 있다면 회사에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직장생활은 당신의 꿈이 아니다. 꿈 이어선 안된다.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2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20년의 노후를 준비하던 20세기에서

30년 공부하고 20년 일하고 40년의 노후를 준비하는 21세기다.

- 적응기 "직장생활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Feb 21, 2021


기업에서는 항상 핵심인재를 외친다. 그 핵심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장차 회사의 미래를 맡길 재목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재목이 애매하다. 분명 나름 엘리트 그룹의 일원이 되는 것이고 기업 내 중요자산이 되는 것인데 그토록 유망한 그 재목이 밖에 나가면 별 볼일 없는 인간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재목을 발굴해 지목하고 육성하는 것은 그 기업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핵심인재를 말할 때 막연히 유명대학을 우수한 학점으로 졸업해 우수한 어학성적을 들고 있는 것을 출발점으로 보는 것부터가 이미 수준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이상 필요로 하는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회사는 사실 몇 없다. 본인들이 원하는 핵심인재의 기준도 마련할 줄 모르는 회사가 어떻게 핵심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핵심인재도 아닌 임직원들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안정적 근태를 바탕으로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되는 그 정도를 바라고 있다. 그 이상 무엇인가를 제안하고 보고해도 우리의 말은 허공에 맴돌 뿐이다. 잘 비비고 오래 버티는 사람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가봐야 그 회사 안 개구리일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회사에서 말하는 인재는 말 잘 듣고 잘 버티는 평범한 인재다. 회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우리에게 부족한 면이 발견되어야 평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순간에 바보가 될 수도 있고 어쩌다 인재가 될 수도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할 것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하고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개인 차원에서의 지속성을 확보한 것일 뿐 회사는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실력을 아무리 키웠어도 회사가 어려워지면 도루묵이라는 말이다.


실력을 키운다는 것은 회사에서 살아남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나이 40이 넘어가면 회사에 길게 남을 사람과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을 따지게 되는 부류가 나뉘게 된다. 상황이 아주 좋아 임원을 단다면 20년 정도는 더 따져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회사라면 임원을 달아도 1년 앞을 가늠할 수 없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의 기업들 중 그런 기업은 거의 없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40이 넘어가면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차이가 있어도 어쨌든 퇴사를 가늠해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50에 퇴사를 하든 60에 퇴사를 하든 살아야 할 날이 꽤 길다.


대비가 아닌 준비를 해야 한다.


대비는 다가올 불행에 맞서기 위한 것이다. 다가올 행복을 기다리며 준비를 해야 한다. 직장생활 이후를 고려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한 지금이다. 퇴사 이후 쓰지도 못할 능력에 올인하지 말자. 직장경험은 퇴사 후 의외로 정말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20년 직장생활을 했으니 뭘 못하겠느냐는 말들을 한다. 아무것도 못한다. 20년 동안 뭐했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못한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겪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지만 그 분야는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거나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에 다른 일을 너무 몰라 애매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대개 회사생활이 끝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터무니없는 퇴직금과 늘어난 뱃살, 피로, 성인병 전조증세일 뿐이다.


문제는 다음 인생계획이다.


인생계획.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학교 가야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직장 얻어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생계획이 아니다. 그냥 인간이라는 동물의 삶이다.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갈 계획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 계획을 말하는 것이다. 이름을 가진 인간으로서 말이다. 직장생활이 끝나갈지라도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인생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회사에서 이름을 날리고 업계 전문가로서 존경을 받고 은퇴해 여생을 즐길 수는 없다. 그런 사례는 모든 직장인 중 1% 내외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말하는 재테크, 사업 등 직장생활 외 챙겨야 할 것들에 대한 소개는 범람하고 있으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입사원이든 중견이든 때를 논하는 것조차 낭비다. 지금 당장 인생계획을 가늠해야 한다. 정해진 계획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그것도 인생계획이다. 어떤 생각이든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장 회사를 떠나라는 얘기도 아니다. 회사가 우리를 이용하듯 우리도 회사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영원할 수 없는 직장생활 이후를 준비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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