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은 생존에 있어 목표가 존재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들만의 다짐을 갖는다. 그리고 그 다짐을 구성원들에게 전파해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로 삼는다. 별의별 문구를 내세워 기업의 비전을 설정한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멋들어지게 보이는 비전이니 슬로건이니 하는 것들은 '괜찮은 문구 하나 만들어봐.'라는 지시에 의해 홍보, 기획, 지원 부문에서 만들어 올린 경우가 99.9%에 달한다. 그마저도 이후에 홈페이지에 게재를 했거나 PR에 쓰이고 있는 줄만 알지 사실상 임원들은 문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이런 비전이나 슬로건은 사실 그 기업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 아니다. 우리도 그런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임원들의 조언(?)이 시작일 뿐 그들은 관심 없다. 실적에 의해 본인의 자리가 조기에 정리되지 않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기업은 그리 정직하고 올곧은 조직이 아니다. 실적만이 살 길이고 주주만이 고객인 그들의 입장에서 내부 고객은 말도 안되는 설정인 것이다.
그런 것이 바로 기업이라는 조직이다.
내부고객이라 불리는 직원들과의 대화는 다른 나라의 얘기다. 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법적 설치기구인 노사협의회도 법이라 만드는 것뿐 노사협의회와 진짜 대화를 할 마음은 애초에 없다. 또 다른 법적 허용 범위의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있지만 노조는 또 노조대로 조직이라 그들 또한 결국 대의원 등의 직책을 받고 나면 기업의 임원들과 똑같아진다. 불통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노조는 기업의 폭거에 반해 노동운동의 거룩한 뜻을 모태로 탄생했다지만 그것도 수십년이 흐른 지금 의미가 퇴색한 상태다. 노조 역시 사람이 모이는 조직이다. 문제 기업과 다를 바 없이 전락한 현재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역시 가득 안고 방황하는 중이다. 노조원이 아닌 이상 같은 회사 동료라 해도 대화는 없다. 대화를 원하면 노조원이어야만 한다. 결국 노조 그 자체를 위한 활동만 계속된다. 상생? 사측이나 노조나 그런 것엔 관심 없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기업은 소통을 싫어한다.
소통을 기밀유출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의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직원들이 알아도 될 것과 알아야 할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몰라야 할 것도 설정한다. 같은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감시대상이 되는 것과 같다. 몰라야 할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직원들이 몰라야 할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거의 모든 기업들의 생각이다.
1.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
- 애초에 수준 이하의 상식과 법에 대한 무지로 무장한 경영진
2. 소통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기업
- 소통에 자신이 없어 철저하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경영진
3. 전략적으로 소통을 이용하는 기업
- 모든 것을 조사하여 파악하고 있으며 여론조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영진
그런데
기업에서 내부고객을 상대로 하는 모든 Infra나 Event를 통해 공통적으로 외쳐대는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다. 십수 년 전 가장 많이 쓰이던 행사의 Title은 '한마음, 상생, 윈윈'이었다. 이 무슨 Show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의미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소통은 임원 이하 구성원들끼리의 소통이었던 것이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의 파격적인 연봉인상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인재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출발한 것이 라이벌 기업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들을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직원들이 생기면서다.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그들을 위한 익명SNS 앱들을 통해 무수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현상에 총수들이 직접 메시지를 남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유의미한 메시지가 거의 최초로 미디어를 통해 총수에게로 들어간 것이다. 뜨끔한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대기업들의 이야기다. 그것도 극히 일부 대기업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