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은 무슨 일을 하나. '월급 주는 부서?' 인사부서는 기획 분야가 아님에도 상당히 많은 돈을 집행하는 관리부서 중 하나다. 핵심비용인 급여부터 4대보험, 교육, 조직관리, 노동조합, 채용, 퇴직, 컨설팅, 각종 행사 등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돈을 쓰고 있다. 인사팀, 인사기획팀, 인력개발팀, 인사관리팀, 노경팀, 노경협력팀, 상생지원팀, 인적자원개발팀 등 기업의 사정과 규모, 특성에 따라 다른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라 1명에서 수십 명까지 필요인원이 늘어나기도 한다. 입사, 퇴사 시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부서로 직장생활판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이끄는 부서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영철학에 따라 임직원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Service 정신의 부서가 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회사를 위한 Companyman으로서 임직원의 원망을 사기도 한다. 대개는 임직원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가장 어렵고 더러운 일을 하는 부서이기도 하다.
업무는 채용부터, 정년, 희망퇴직 등을 포함한 퇴직까지의 직장생활 전반으로 나열할 수 있다. 채용, 교육, 급여, 4대보험, 성과관리, 평가, 상벌, 노무관리, 조직관리, 퇴직금 관리 등이 필수이자 기본적인 업무 분야다.
필요로 하는 전공은 역시 기업의 경영철학에 따르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전공이 상존한다. 경영학, 경제학, 신문방송학(미디어, 언론정보), 사회학, 철학, 국문학, 공학 등 사실 상 필요로 하는 특정 전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다.
채용 '사람을 들인다.'
수시채용, 공개채용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채용을 진행한다. 신입, 경력직, 임원 스카웃 등 필요로 하는 인재를 들이기 위한 일을 한다. 각 직무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나름 까다롭게 Job script를 마련한다. 공고는 잡포탈과 자사 또는 그룹사 채용사이트를 통한다. 이후 최초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전형, 면접전형을 거쳐 합격자를 발표하고 합격자에 대한 OT를 준비한다. 기업마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모든 전형마다 점검해야 할 일정이 매우 복잡하다.
교육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필요로 하는 사람을 양성한다.'
교육은 신입사원들을 위한 공통교육, 연수로 시작해서 직급별 승진자, 신규직책자, 신규 임원을 위한 교육에 사내외직무, 온라인 교육, 산학연계를 통한 대학원 과정 등 정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교육에 인색한 기업부터 지나치게 후한 기업까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가 많다. 그저 온라인 교육 연결해주고 고용노동부 주관 법정의무교육이나 어중이 떠중이 강사 데려와 그저 좋은 얘기 떠들게 해주면 그만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정도만으로 직원들이 고맙게 느끼를 바라며 교육의 필요성을 전혀 모르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그만큼 조직관리의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닥인 기업이 대부분이라는 말이고 대한민국 기업 수준의 현재이기도 하다.
급여 '월급을 집행한다.'
매거진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들을 풀겠지만 월급은 직장생활의 근본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돈은 부수적인 것이고 직장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민망한 생각은 않아도 좋다.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는 바로 월급이다. 그 월급이 있기 때문에 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의욕이 생기고 그 월급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통해 나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인사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절대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다.
4대보험 '사회인으로서 기본적인 보호수단을 제공한다.'
항상 직장인의 월급을 탐하는 세금 같은 존재로 악명을 떨치지만 정말 기본적이고 유용한 것들이다. 직장인의 특권이라 부를 만하다. 특히 직자인 의료보험의 경우 가족을 등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각 보험은 직원 각자의 급여 수준에 따라 요율을 달리한다. 담당자에게는 귀찮고 힘든 작업이 된다. 그래서 급여와 밀접하지만 급여담당자가 4대보험까지 모두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가 '승진을 관리하고 업적에 따른 과금을 집행한다.'
인사는 성과에 대한 평가 진행을 주관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표 설정기준, 지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고 성과에 대한 평가기준을 안내한다. 인사가 직접 평가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평가에 대한 오해는 어느 기업이든 존재하고 그 오해는 경영진과 인사부서의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평가 결과에 대해 인사부서에 전화하는 것은 한 번만 생각해보자.
상벌 '취업규칙에 따른 상, 벌을 집행한다.'
모든 기업은 노동법에서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적 절차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노동법은 인사부서 업무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인 기준이다. 노동법을 거스르는 것은 말 그대로 불법으로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노동사범'이라는 살벌한 혐의를 입게 된다.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법적 설치 기구이고 취업규칙은 법적 설치 및 신고 대상이다. 취업규칙은 사무실이든 현장이든 내가 주로 일하는 장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열람할 수 있다. 한 번쯤 상세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취업규칙을 법규에 맞게 작성하고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공감을 얻어 노동부에 신고 후 관리하는 것은 인사부서의 대표적 업무 중 하나다. 물론 고용노동부의 공무원인 근로감독관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노무관리 '일하면서 필요로 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개별적, 집단적 관계들을 관리한다.'
노무관리는 인사부서의 고유업무이면서 빛과 그림자를 드러내기도 한다. 먼저 언급한 기업의 경영철학에 따라 노무관리 업무의 방향은 천차만별이다. 노무관리의 대상은 말 그대로 임직원이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부서가 임직원을 상대하는 일이다. 당연히 그 대상의 중심엔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이라면 노사협의회가 중심이 된다. 노동법과 관련된 업무는 성과관리, 평가업무와 함께 인사부서의 가장 기본이고 핵심이고 무거운 업무다.
기타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앞으로 자세히 풀어 놓을 예정이지만 타이틀은 거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인사부서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들을 실제로 한다. 물론 모든 기업이 아닌 여력이 되는 기업에서나 하는 일이기도 하다.
1. 핵심인재를 특별 관리한다. CTO급으로 성장이 가능한 기술인재, CMO급으로 성장이 가능한 관리인재, CTO와는 달리 순수연구전문가로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연구인재 후보를 선별하고 관리한다. 싹이 보이는 인재는 가능성과 중간 성과를 계속 점검하며 알게 모르게 필요한 지원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하고 새로이 합류시키기도 한다.
2. 반대로 회사에서 판단하는 위험요소를 관리한다.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드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과한 기업규제와 세금, 노동조합이다. 물론 철저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자유롭게 뒷돈 만들어 보유현금으로 재미보고 싶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언제나 쉽게 내치고 싶다는 말이다. 그 중 인사부서에서 관리하는 것은 노동조합(이하 '노조')이다. 노조에 가입할만한 가능성을 가진 인원을 특별관리대상으로 지목해 관리한다. 그렇지만 표면적으론 하지 않는 일이다. 철저하게 인사부서 사무실 안에서만 진행되는 일이다.
3. 충분히 역할을 다 한 임직원을 관리한다. 정년이 코앞에 다가온 임직원에 대해 정년을 채우기 전에 이직, 창업 등 다음 인생을 위해 조기에 퇴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으로 매거진을 통해 기타 부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HR의 세계는 크게 인적자원관리라는 다소 진부한 표현의 필수적인 업무와 조직관리방식을 관리하는 업무로 나눌 수 있다. Place와 Infra, System이 갖춰지면 그것을 운영하는 Human이 필요한데 이 human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System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또 다른 System을 운영할 기준이 필요하다. 기업 내 모든 살림살이 중 가장 대상이 모호하기도 하고 가장 명확하기도 하다. 그 어느 업무보다 다양한 경험과 전공이 필요한 이유다. 그 어떤 관리자도 HR엔 특정 전공 외엔 필요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