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업무는 크게 HRM과 HRD로 분야를 나눈다. 말 그대로 인적자원, HR에 대한 Management 업무와 Development 업무로 구분한다.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에 대한 일반적인 관리, 즉 직무, 급여, 복리후생, 성과관리 등 인력 유지를 위한 기본 관리 부문을 HRM으로 분류하고 경력개발이나 조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발, 인적자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 부문을 HRD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학계나 업계의 해석에 따라 영역은 조금씩 겹치기도 바뀌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매출 등 규모와 경영철학에 따라 HRM은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관리 요소로 보는 반면, HRD에 대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마다 인사부서의 성격이나 업무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HRD 부문은 그 형태의 변화가 더욱 커진다. 업무의 유무는 물론이고 형태, 규모 등에서 천차만별이다.
보통 기업에서 인사부서의 교육담당이라는 직함이 있다는 것은 중소기업보다 큰 규모의 기업에서 가능한 일이다. (HRD의 개념이 막연해 교육담당자로 통칭하는 편이다. HRDer라고 표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원 규모가 큰 기업에서 HRD는 HRM과 동일하게 필수요소로 여겨진다. 인원이 많을수록 조직도 여러 분야로 나눠지기 때문에 구성원들 간 소통 체계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소통 체계는 단순히 체계를 만들었다고 정착하는 것이 아니기에 체계에 따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게 된다. 이를 조직개발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조직이 커질수록 필요로 하는 기본 소양이 다양해 지기에 HRD는 규모에 따라 필수적인 부분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 교육담당자가 있다면 그래도 열악하지 않은 급여, 복지, 환경, 또는 어느 정도 열린 사고를 가진 경영진을 갖춘 회사에 다닌다는 증거다. 앞서 말했듯 대개의 기업은 인사부서 자체로 독립된 경우마저도 드물다. 매체에서 보이는 기업은 죄다 대기업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뻔한 현실 속에도 직함이 없어도 교육 업무는 존재한다. 지금부터 나열하는 사례는 전형적인 경우에 한한다. 외부의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나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기업, 기타 대기업 출신이 창업한 기업, 인맥이 출중한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기업이 있듯 HRD 부문을 유난히 챙기고 신경 쓰는 기업도 있다.
1. 영세기업, 소기업, 중소기업
인사부서의 존재마저도 희미한 경우로 우리가 알고 있는 HRM, HRD의 모든 부분을 다룰 여지가 없다. HRD는 '교육'이라는 개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대다수고 간신히 정부가 주관하는 법정교육이나 무시하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다. 물론 법정교육은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아닌 이상 놓치지는 않는다. 소규모 인원 내에서 업무 인수인계 수준의 교육만으로 일단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정도에 만족한다. HRD를 혜택 정도로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어쩌다 대표이사의 인맥으로 강의료를 지급하고 외부인사를 초청해 재테크나 건강, 홍보 등의 목적으로 강연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 선임의 노고로 OJT를 실시하는 것으로 퇴사할 때까지의 교육을 갈음하는 편이다.
정리하자면 현실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철학,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등을 설정하지 못한다. 그럴 여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2. 중소기업, 중견기업
기본적인 인사기능을 하는 인사부서가 있고 교육의 개념에서 조금 더 앞선 HRD가 존재한다. 법정교육은 업무로서 의미가 희박할 정도로 기본으로 운영하는 수준이다. 기초적인 단계의 교육 목표에 의한 전사 교육 체계가 존재하고 교육부문 예산을 바탕으로 연간 교육계획을 운영한다. 최소 신입사원연수와 직책자 교육 정도는 실시하며 구색을 갖추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극히 기초적인 단계로 경영진이나 대상 임직원들의 Needs를 반영하거나 교육기획을 통한 과정 설계를 생각하는 수준은 분명히 아니다. 따라서 기업의 현재와 미래의 목표를 위한 교육의 의미는 희박하다. 재직자들을 위해 외부교육기관을 통한 직무교육을 안내하는 정도로도 감지덕지다. 다만 그래도 직무상 필요한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단계일 경우 최소 교육에 한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춘 과정 개발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까지가 한계다. HRD의 범주 내에서 단순히 '교육' 외의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철학,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시기상조라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필요 여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3. 중견기업, 대기업
드디어 인력개발, 인재개발 등 HRD전담부서가 있는 단계다. 별도 부서로 독립을 시켜야 할 만큼 HRD 체계가 필요하고 그 영역이 넓은 조직이기에 가능하다. 이 단계의 HRD은 단순히 교육이 개념을 넘어 조직개발과 조직개발을 위한 기업의 핵심가치 설계에도 손을 댄다.신입사원연수로 시작해 승진자, 직책자, 평가자,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교육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설계한다. 설계한 과정에 어울리는 강사진을 선별하는 단계다. 피동적 교육 설계 과정에서 능동적 교육 설계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철학,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등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치들을 바탕으로 HRD의 분명한 목적을 세울 수 있고 필요한 과정들을 설계할 수 있다.
단순히 교육담당자를 넘어 HRDer가 되기 위해선 기초적인 교육과정 설계와 교안작성, 과정 평가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교육분야의 모든 영역을 학습해야 한다. 과정 설계의 근간에는 기업의 비전, 슬로건, 경영방침, 핵심가치 등 기업 운영의 방향이 있어야 한다. 과정이 필요한 이유, 과정 실행 이후 얻어야 하는 효과, 과정 실행에 있어 대상 임직원들의 평가까지 애초에 목표로 하는 결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이 모든 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사담당자로서의 경험이다. 대상은 기업 내 모든 보직이다. 성별, 학력, 전공, 업무 등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반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HRD 담당 직원의 경우 대리(선임)급 이상에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인재육성은 앞서 말한 모든 기업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치들이 성립되어 있을 때 가치에 들어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함이다. 막연히 인재육성을 부르짖는 것은 인재육성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직원을 육성하는 것이 인재육성은 아니다.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인재육성이다. 단순히 사무, 기술, 연구 업무를 잘하는 직원은 어디에든 있다. 기본적으로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단순히 업무 자체는 어떤 상황에서든 잘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말하는 인재육성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을 길러내기 위함이 아닌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의미다. 우수인재를 채용해 육성한다는 의미는 바로 우리 회사를 위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런 인재들이 우리 회사의 가치를 바탕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다면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로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인재육성을 위한 HRD전담인원이나 조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로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중견기업 정도의 기업이 아닌 이상 취직할 기업 자체가 마땅하지 않은 현실이다.기업의 운영에서 매출이 근본이고 최우선이지만 다른 부분을 단지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동반되어야 할 비용이고 투자라는 생각을 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소위 말하는 '좋소기업'이라도 구인난 탈출의 신호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개 소규모 기업들은 사업 시작단계에서 여러 가지 투자로 인해 제조, 제작의 시작 외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초기 인적자원 구성에서 애를 먹는 것이 우려되지만 어쨌든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출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럴 여유가 되면이라는 조건을 세우게 되는데HRD에 대한 철학 없이 그저 회사를 돌리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야 한다면 사람이 모인 조직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진다. 당장 매출을 늘리며 수익은 올릴 수 있지만 분명한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