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운영, 테트리스보다 조금 더 어려운...?
다양한 이름을 가진 커튼 뒤의 세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살림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톱니바퀴의 톱니처럼 하나만 부족해도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기업 활동이다. 그중 인적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기업 내부 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직장 내 얘깃거리 중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입사, 퇴사, 이동, 승진, 이직, 징계, 해고, 구조조정, 명예퇴직, 임금피크제 등 인력운영에서 오는 결과물들이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군것질거리다. 기업의 존재 자체가 사람이 아니고서는 성립될 수 없고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기업 활동은 인력운영에 대한 고민 없이 절대 유지될 수 없다. 그만큼 인력운영은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기업이라는 조직을 설계할 때 필요한 최소 업무 체계를 설정한다. 설정 조건은 대체로 업종, 업태, 규모, 목표로 둘 수 있다. 필요한 인적자원부터 자원의 배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출발은 최소한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조직을 설정하고 충분한 숙련자들을 배치해 기업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는 대기업군에서 발생하는 사업부나 계열사의 신설, 지분관계의 변화로 인한 인수합병일 경우에나 가능하다. 처음이라는 가정 하에서 보자면, 제조업일 경우 근간이 되는 사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무, 경리, 공정, 설비 조직을 설정하고 사업을 시작한다. 여행업일 경우 총무, 경리, 콘텐츠 개발, 영업조직이 될 것이고 금융업일 경우 총무, 경리, 기술, 영업조직이 될 것이다. 이후 업무가 구체화되면서 조직도 신설되고 인원도 늘어가게 된다. 사업의 성과에 따라 산하 조직의 복수 조직도 생기게 되고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조직도 생기게 된다. 기업 활동 전체를 아우르는 틀이 생기고 나면 이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바뀌지 않는다. 몇십 년이든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기만 한다. 이후 오너십이냐 전문경영인 체제냐에 따라 다른 조직의 형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어쨌든 한 번 설정이 된 조직의 큰 틀은 대대적인 경영형태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조직 설계 시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인력운영 시 조직의 큰 틀 안에서 인사가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 일이 있고 타파해야 할 일도 있다.
인력운영 차원에서 인사가 기본 업무 외에도 매일 임직원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런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과목표로 설정한다 해도 평가기준을 세우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가를 받기 위한 업무도 아니지만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조직 내 발령이나 채용에 있어 조직 이기주의를 걸러내고 조직에 걸맞은 인재를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인사는 실행부서로서 경영진이나 사업부의 요청을 그대로 실행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조언이나 제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이제 그 큰 틀 안에서 인력운영 시 확인할 수 있는 조직 내 특징을 살펴보자.
충분한 시간이 없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누구가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각 조직마다 필요로 하는 전공과 숙련도가 있다. 숙련도의 차이는 실수가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업무의 부서와 당
장의 실수가 비교적 만회를 위한 수정이나 변경의 여지가 있는 업무의 부서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숙련도는 전문성으로 대체할 수 있겠다. 특수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부서가 있다는 말이다.
전공의 차이를 두고 보자면 대표적인 경우가 연구직과 일반 사무, 기술직의 업무를 들 수 있다. 당장 마케팅 부서에 있는 인원을 연구부서에 데려간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회사에서 불가능은 없다지만 당장 업무는 불가능하다. 대체로 연구, 개발, 법무, 재무회계, 디자인, 설계, 공정, 설비라는 이름을 가진 부서들이 그렇다. 특정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일이기에 기타 전공자들이 몇 개월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는 업무는 아니다.
조직마다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인원이 발생한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도 없다. 어느 조직에서는 인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어느 조직에서는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는데 무조건 빈자리를 메꾸는 식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관리 수준에 따라 이 상황은 타당하거나 어이없는 현상으로 바뀌게 된다.
학벌 타령은 지금도 건재하다.
채용에 있어 학벌 차별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채용에 한해서다. 특정 조직에서는 아직도 학벌을 따지기도 한다. 특히 기획부문에서 만연하고 이 현상은 임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편이다. 기존 자원에서 기획부문에 받아들일 때 학벌, 어학, 임원 간 평판도를 따지는 곳이 여전히 많다. 본인이 나온 학교 출신들이 더 우수한 것 같다는 얘기를 직접 말하는 임원도 분명 있다. 대충 들어맞을 경우는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 인사를 비롯 조직원 전체가 피곤해진다. 역시나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 일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 물론 채용에서는 아니다. 그나마 법이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에 대한 주변 평가는 직책자, 임원에게서 나오는 정보가 유일하다.
업무에 대한 평가나 인성 평가는 언제나 직책자나 임원끼리의 정보로만 이루어진다. 그래서 업무능력 외 다른 부분에 대한 평가 때문에 조직이나 회사의 미래와는 상관없는 인재가 선택되기도 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 내 현상이지만 회사가 통째로 이런 인식을 가지고 움직인다면 멀쩡한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인재들이 기업에 들어와 이런 식으로 바보가 되거나 동력을 상실한 채 고여버리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인사에서 조절이나 통제를 시도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조직이기주의, 학연, 지원, 혈연, 사연에서 나오는 행태는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최대한 그런 행태를 배제하고 정상적인 조직을 위한 인력운영을 기획해야 한다. 그런 의식 없이 그저 임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그저 지시사항이니 따른다는 식의 직업의식 없는 인사를 한다면 인사부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정기적인 직무분석을 통해 철저히 업무를 파악하고 적정인원, 부족인원, 필요인원을 책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직무분석의 실행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받아들이는 처지, 즉 분석의 대상인 직원의 처지에선 구조조정을 떠올리기 쉽다. 직무분석을 통해 우리가 정말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우리가 일하는 시간이 적정한지 부족한지 넘쳐나는지를 판단받게 되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결과에 따라 TO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각자 업무 영역의 치부가 드러나 결과에 따른 재배치에 의해 인원이 줄어들 수도 있고 필요한 인원의 채용이나 전보도 취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무분석을 실행하는 처지에선 새로운 인원 최적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방만한 인력운영에 대한 경종이 되기도 하기에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조직은 인간의 집합이다. 인간은 결국 동물로서 그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겪는 조직 내 현상 중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만한 일들이 시대와 상관없이 벌어진다.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기사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여기가 진정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이 맞나라는 의문이 드는 일들은 인간이 모인 조직 내에서는(아무리 특수한 전형을 거쳐 특수한 인간만을 모아놓았다고 해도) 무조건 벌어질 수 있다.
그래도 운이 좋아 사고하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체계적이고 집요한 관리력을 보일 수 있다면 빈틈없는 인력운영을 할 수 있다. 인사가 하는 일 중 인력운영에 대한 근거 없는 막연한 의심은 인사를 일하게 한다. 인사가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조직은 많은 문제를 내포한 채 유지되지 않는다. 반드시 일이 생긴다.
모자란 인원을 채워 넣는 것만이 인력운영이라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 그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특수한 목적을 가진 인간이 모인 조직으로서 기업은 단순히 필요한 숫자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인력운영은 철저한 계산과 끊임없는 관계 형성,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