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msk Jun 27. 2021

채용, 폼나는 백조의 물밑 발길질.

다양한 이름을 가진 커튼 뒤의 세계

채용담당자는 입사지원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부각되는가.


인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채용 지원자에게 채용담당자는 처음 마주하는 기업인으로서 꽤나 낯설고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최종 합격한다면 같은 회사 사우로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신입에 한해서다. 경력직들이야 각자 회사에서 인사를 접해봤기에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사를 바라본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대충은 겪어 봤기에.


아무튼,


지원자에게 채용담당자는 상당한 권력자로 다가온다. 정확히 어떻게 우리 서류를 평가하고 우리를 판단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류에서 탈락하는 순간 다음 채용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연을 제외하곤 평생 마주칠 일 없는 인간이지만 1차 서류 전형이라도 통과하면 얼굴을 맞댈 가능성이 생긴다. 혹시나 최종 합격하면 회사 선배가 될 것이기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메일, 전화, 게시판에서라도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


하지만 대개 채용전형이 마무리되고 최종합격을 하고 나면 채용담당자는 우연이 아닌 이상 사내에서 두 번 다시 마주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물론 인원이 적은 기업에서라면 채용담당자는 채용이 끝난 후 교육담당자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후 급여, 4대보험 담당자로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인사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채용담당이 채용담당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입사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존재감은 흐려진다.


새로운 직원들은 채용이 끝난 후 인사적인 많은 것들을 겪게 된다. 교육, 급여, 평가, 상벌, 승진, 노무관리, 퇴직 등 적어도 4년 이상 재직할 경우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들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인사담당자들을 보면 채용담당자는 인사부서 내에서 그리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채용업무는 인사부서 내에서도 급여, 4대보험과 함께 하기가 꺼려지는 육체적으로 힘든 업무로 분류된다. 자연스럽게 후배들에게 업무가 넘어간다. 워낙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업무이기에 일부 기업에서는 Out sourcing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에서 채용담당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 되고 결국 존재마저도 잊게 된다. 


* 실제 인사업무 중 급여, 4대보험, 채용 등은 Out sourcing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수많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비교적 잡무에 가까운 업무들은 외주를 택하고 기획부문에 집중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사부문에 집중하기 애매할 경우가 많아 외주를 택하고 사실상 인사부문은 거의 운영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일 년 내내 하는 업무는 아니지만 그만큼 번거롭고 힘들기에 택하는 방식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Out sourcing이 유용하다고 보는 기업이 꽤 있다.


* 공개채용(공채)은 기업 입장에서 대내외적으로 가장 볼거리가 많은 채용 형태다. '공채'라는 의미가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냥 채용공고를 낸 것이다. 공채 몇 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별 것 아니다. 자사 홈페이지(또는 자사 채용전용 Site) 공고, 잡포탈 공고를 통해 원서를 수집한다. 기업 규모가 클 경우 원서는 제출이 아닌 전용 Site 입력방식을 쓴다. 작은 기업은 이메일로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채용규모는 공채라고 해도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밖에 적은 인원을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수시채용, 계획적으로 타사 근무 중이거나 학교, 연구기관, 공직에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Scout, 인수합병을 통한 고용승계 채용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한다.


그래도 채용은 기업 홍보 측면이나 화제성에서 무시할 수 없는 면이 있어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대규모 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들은 그룹사 채용 홈페이지를 운영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 채용에서 그룹전체 공채를 실시하기도 한다. 매체들이 해당 기업의 대규모 채용 소식을 잡포탈을 찾아다니며 찾거나 별도로 기사용 공문을 받을 필요 없이 때가 되면 채용 사이트를 찾으면 된다. 조금 더 공신력있고 확실한 정보를 퍼 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대규모 채용의 경우 펜데믹 이전 서류 전형 후 인적성검사를 시내 중고등학교에서 고사 형식으로 치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대기업의 이질감은 꽤나 새로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들이 채용을 스스로 해결하다 보니 잡포탈이나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은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수시채용이나 시간을 두고 인재들의 현황을 보기 위해 잡포탈에 오픈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단순히 Data 수집일 경우가 많아졌다. 워크넷은 중소기업 이하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밑 발길질이 시작된다. 


공채시즌이 다가오면 채용담당자들은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채용 전형에 필요한 모든 일정과 과정을 기획하고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1. 계열사, 사업부, 센터(그룹), 팀 등 기업 내 모든 조직단위에서 올라오는 채용 요청과 TO, PO를 확인하고 요청에 따른 필요 전공과 학력, 경력, 규모를 결정한다. 물론 모든 과정의 최종은 승인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조직 간 갈등도 중재해야 한다.


2. 채용 전형을 기획한다. 지난 채용 과정에서 발생했던 경영진이나 사업부 이하 단위의 요청사항의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불필요한 전형이나 비효율적인 과정은 없었는지 채용 현장에서 논란이 있었던 경우나 기획부문의 새로운 이론적 제시는 없었는지 확인하고 실제 전형에 반영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3. 채용 전형과 분야, 규모가 확인되면 일정을 점검해야 한다. 채용 공고 이후 최종합격자 발표까지의 모든 일정은 이후 신입사원 연수 및 각 단위 배치 공고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단위와 임원들의 일정, 예약이 필요한 인프라의 가능 일정 등까지 점검해야 한다.


4. 일정까지 확인이 되면 필요 Infra 점검에 돌입한다. 온라인 전형을 위한 정보부서와의 일정 협의 및 사이트 관리,  DB관리를 시작으로 면접 진행을 위한 사내 공간, 즉 회의실, 강당 등 사전 예약을 통해 확보해야 할 기본공간들을 챙기고 외부시설 이용 시 사전 예약 역시 필수다.


일정이 확정되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채용 사이트 및 필요에 따라 잡포탈, 헤드헌터에 공지를 시작한다. 공지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 오해가 될만한 소지는 없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공지 상태를 유지한다.


1. 공지 후 밀려들 문의사항에 대한 Q&A, FAQ를 점검한다. 보통은 확인도 않고 전화, 이메일 폭풍을 불러온다. 이 과정에서 괘씸죄에 걸리는 경우도 은근히 있다. 그것을 가지고 어찌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과정이 채용담당자들에게는 지옥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부모에게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는 채용담당자들을 나락으로 빠트린 폭풍이었다.


2. 지원마감 후 서류전형이 시작되면 내부결정 사항에 따라 규모에 따른 1차 서류전형을 실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류전형이 시작되면 수천 명, 많게는 수십만의 이력서를 전부 하나하나 따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불가능하다. 최소 요건을 내걸지만 요즘 학교들의 변별력은 절대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나 경력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다. 어쨌든 1차 서류전형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꼼수라면 꼼수다. 성실성이나 창의력, 조직융화력 등 여러 가지 필요요건 중 가장 기본이 될만한 요소인 학점과 어학점수를 기본으로 내부적으로 필요로 하는 요건을 추가하거나 제외시켜 별도 최소 요건을 둔다. 그리고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력서는 과감히 탈락시킨다. 채용 사이트를 이용하면 모든 이력서를 데이타화 시킬 수 있어 이런 작업을 하기에 용이하다. 대학의 학점 인플레 관련 기사나 공인어학시험기관에서의 소식도 참고한다. 이럴 경우 1차 서류전형에서는 공지된 기본요건보다 높은 요건을 적용할 수 있어 1차 서류전형의 탈락률은 더욱 높아진다. 1차 서류전형이 끝나면 사실상 진짜 서류전형이 시작된다.


3. 인성검사는 각 기업에서 마련한 과정이나 국가에서 제안하는 표준과정이 있다. 보통은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필요한 인재가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 기업은 특별히 설계한 인성검사를 실시한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인성검사는 말 그대로 보급형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국가표준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인재로서 충분한 검증을 받을 수 있다.


4. 행동면접이나 실무면접은 단순히 말하자면 모두 실무면접에 해당이 된다. 전문가에 의뢰하는 외부인 면접으로 진행하거나 사내 전문가에게 면접관으로서의 자격을 교육시켜 진행한다. 당연히 사내 전문가가 직접 진행하는 면접이 각광을 받을 수 있으나 면접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5. 임원면접은 대개 최종면접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합격을 논하는 것보다 마지막 과정으로서 임원들의 취향이나 관록을 바탕으로 진행하는데 이 부분엔 정답이 없다. 채용담당자를 비롯한 인사부서는 이 단계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우리회사 기준에 맞는 후보들을 올렸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최종면접에 올라간 모두가 입사자격은 충분히 갖췄기에 그저 최초 기획한 입사인원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사실 임원이 결정짓는 당락은 그야말로 그들의 생각, 경험, 관록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일 년에 수차례 진행되는 채용이기에 주변에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다. 채용시즌이 아니면 채용담당자는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많고 오해를 많이 받는다. 물론 채용 규모나 횟수가 적으면 당연히 채용업무는 비중이 매우 낮지만 그럴 경우엔 당연히 앞으로 소개할 수많은 업무 중 다른 업무를 병행한다.


여건에 의해 구분되는 기업마다 각자의 전형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채용은 어렵지 않지만 힘들다.


기업의 비전이나 핵심가치에 따라 인재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기업의 살림을 꾸려나갈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수준 이상의 업무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재의 기준은 거의 같다. 거의 모든 기업이 성실하고(준수한 학교 출신에 학점 괜찮고 어학점수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고) 건강한(물리적 사고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간이나 혈압 등 과로로 인해 발병하기 쉬운 질환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인재를 원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는 성실과 건강과는 차원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중요하지 않은 업무는 없지만 하기 싫은 업무는 있다. 채용이 그 범주 안에 들어가고 대개 중견사원 이하에 업무를 맡기는 편이다. 물론 업무의 Boss는 고위직급이지만 고위직급에게도 상당히 귀찮은 업무로 여겨지는 것이 채용이다. 보통 알고 있는 책상물림 직무 중 인사가 대표적으로 지목되지만 HR의 세계는 생각보다 일이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