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전거는 타보셨어요?” 자전거 매장 사장이 MTB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난 그 말이 자전거 타본 적 있냐는 질문처럼 들렸다. “물론이죠.” 확신에 찬 내 대답에 살짝 움찔한 건 사장이었다. 조심스럽게 묻는 사장의 표정을 보니, 사람을 무시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가 망가질까 봐 걱정하는 눈치 같기도 했다.
“자전거로 제주 일주하시는 건 처음이시죠?”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사장의 질문이 날아왔다. “네. 이번이 처음이에요.” 빠르게 대답한 후, 나는 틈을 주지 않고, 혹시 타이어 펑크 패치가 있냐고 물었다. 미리 챙겨 온 펑크 패치도 있었지만, 펑크 패치는 왠지 많을수록 든든할 것 같았다. 물론 속내는 그게 아니었다. 타이어 펑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였다. 사장은 펑크 잘 안 나요. 패치 없어도 되는 데라고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펑크 패치를 건네주고 있었다. 받고 나서 보니,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타이어 펑크를 때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방은 있으세요?”
“무슨 가방이요?”
“자전거 뒤에 끼는 투어 백요.”
“저희는 배낭 메고 탈 건데요?”
“배낭 메고 달리는 거 등에 땀도 차고, 중심 잡기도 힘드실 텐데요.”
“그러면 자전거 뒤에다 묶고 달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많이 불편하실 거예요. 짐도 꺼내기 번거롭고, 매번 묶었다 풀었다 하셔야 하고, 자전거 균형도 잡기 힘들 거예요.”
“혹시 가방도 빌릴 수 있나요?”
“그럼요.”
배낭의 짐을 모두 빼서 대여한 투어 백에 집어넣었다. 이때만 해도 장사 수완이 뛰어난 사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짐을 꺼내기 쉬웠고, 가방을 분리하기도 편했다. 20kg에 육박하는 짐을 실었는데도, 자전거 균형이 잘 잡혔다.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사장은 문밖까지 쫓아 나와서 응원해 주었다. 그의 눈이 자전거에 고정되어 있어서, 나는 그 말이 꼭 자전거에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럼 어서 출발하세요!”
사장의 출발 신호를 듣는 순간,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자전거로 제주 일주를 한다는 게 비로소 실감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