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설득을 만든다
라디오 광고를 떠올려보자.
짧은 멘트, 같은 음성, 같은 음악이 하루에도 수십 번 흘러나온다. 때론 지루하게 들리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문장과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렇게 반복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남는다.
그게 바로 반복의 힘, 익숙함이 만드는 설득이다.
익숙함은 신뢰를 만든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보다 익숙한 정보를 더 신뢰한다.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1968)는 이를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반복 노출만으로도 호감도가 높아진다.”라고 말한다.
생각해 보자.
우리는 낯선 얼굴보다 여러 번 본 얼굴을, 새로운 문장보다 반복된 문장을 더 신뢰한다.
이 원리는 광고뿐 아니라 스피치, 세일즈, 그리고 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청중은 새로운 인물 정보보다 익숙한 얼굴과 말투, 반복된 메시지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이렇게 설득은 새로움이 아니라 익숙함의 리듬 위에 세워진다.
뇌는 반복을 ‘진실’로 인식한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 부른다.
또는 '착각적 진실 효과(Illusory Truth Effect)'로 더 구체적으로 명명된다.
우리에게 들어오는 반복된 정보는 ‘더 익숙하므로 더 진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뉴스, 정치, 광고, 스피치 모두 핵심 문장을 대부분 세 번 반복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바마 대선 승리 연설 (“Yes, We Can” Speech,2008)이다.
“Yes, we can.
Yes, we can to justice and equality.
Yes, we can to opportunity and prosperity.”
이 문장은 미국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삼중 반복 구조’ 중 하나로 꼽힌다.
세 문장의 반복 속에 ‘리듬–확신–감정’의 3단계가 완벽히 작동한다.
1. 신념(Conviction): “할 수 있다(Yes, we can).”
2. 정의(Justice)·평등(Equality): 가치의 확장
3. 기회(Opportunity)·번영(Prosperity): 미래에 대한 약속
오바마는 논리(Logos)가 아닌 리듬과 감정(Pathos)으로 청중의 집단 에너지를 일으켰다.
“Yes, we can”이 명문이 된 이유는 내용이 아니라, 쉽고 명확한 반복의 리듬 때문이다.
이런 3단 반복 구조(Tricolon)는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 전통에서 비롯된 설득의 리듬이다.
그리고 또 하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삼단 구조의 문장은 아브라함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있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Abraham Lincoln, Gettysburg Address, 186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결코 이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 세 문장이 한 국가의 철학을 세웠다.
이처럼 반복은 단순한 말의 되풀이가 아니라, 사람의 신념을 각인시키는 리듬이다.
홈쇼핑이나 라이브커머스의 반복 멘트 또한 이 고전적 구조의 현대적 응용이다.
“오늘까지만, 지금이 기회입니다, 지금 결정하세요.”
결국에는 이 세 문장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억은 반복을 먹고 자란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인간의 기억이 시간에 따라 급속히 감소한다는 ‘망각곡선’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말했다.
“반복은
망각의 곡선을 완만하게 만든다.”
한 번 들은 말은 사라지지만, 여러 번 들은 말은 남는다.
TV, 라디오 광고,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는 이유는 ‘세일즈’가 아니라 ‘각인’을 위해서다.
이렇게 반복은 기억을 습관으로, 습관을 신뢰로 바꾼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익숙함의 마케팅 효과
브랜드는 반복을 통해 각인된다.
“I’m Lovin’ It.” — McDonald’s
“Do What You Can’t.” — Samsung
이 문장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익숙해서 신뢰받는다.
“사람은 처음 본 것에는 경계하지만,
여러 번 본 것에는 마음을 연다.”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시청자도 같다.
처음엔 ‘관심’,
두 번째엔 ‘이해’,
세 번째엔 ‘확신’이 생긴다.
그 과정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축적이다.
익숙함은 설득의 문을 연다
사람은 그냥 설득당하지 않는다.
다만, 서서히 익숙해질 뿐이다.
그리고 익숙함은 결국 신뢰로 변한다.
그래서 반복은 설득의 리듬이자 확신의 언어다.
그리고 익숙함은 설득의 문을 여는 가장 오래된 기술이자 확실한 방법이다.
참고문헌
Zajonc, R. B. (1968). Attitudinal effects of mere expos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Ebbinghaus, H. (1885). Memory: A Contribution to Experimental Psychology.
Kahneman, D.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 Straus and Giroux.
Lincoln, A. (1863). The Gettysburg Address.
Cialdini, R. (2006).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HarperCollins.
Gallo, C. (2014). Talk Like TED. St. Martin’s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