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이 말의 완성이다
우리는 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전달만 하는 말은 사실 반쪽짜리 소통이나 다름없다. 진짜 말은 상호 간의 교감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화자가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청중이 반응하지 않으면 그 말은 공중에 흩어지고 말하는 의미도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말은 상대의 마음에 닿아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말하기란, ‘표현의 기술’보다 ‘공감의 기술’에 가깝다. 화자의 말을 듣는 청중이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비로소 말은 살아 있는 의미가 된다.
홈쇼핑에서 판매 방송을 할 때에도 누구에게 판매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타깃이 여성고객인지 나이는 몇 세 이상인지 등 인구통계학적 접근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Berlo(1960)의 SMCR 모형은 커뮤니케이션을 송신자와 수신자의 단순 전달이 아닌, 상호작용적 의미 구성 과정으로 정의하며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SMCR”의 구조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즉, 메시지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작용적 해석에서 완성된다.
청중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c)>에서 로고스(논리),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정)를 설득의 세 요소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가 향하는 대상은 결국 청중이었다.
설득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훌륭한 화자는 말하기보다 청중 읽기에 능하다.
흔히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상사가 <듣고 싶은 말을 잘하는 자>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앞의 수많은 고객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쇼호스트는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감지한다.
자막 문장 하나, 진행자의 표정 하나에 따라 시청자의 체류시간이 달라진다.
그리고 방송을 함께 호흡하는 PD와 스태프의 표정에서도 청중의 공감을 엿볼 수 있다.
그 미세한 신호를 읽어 말의 리듬을 바꾸는 일, 그게 진짜 커뮤니케이션이다.
Bitzer(1968)의 Rhetorical Situation은 “청중이 존재할 때만 설득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즉, 설득의 성패는 화자의 완성도보다 청중의 수용 상태에 달려 있다.
리액션이 만든 설득의 루프
또한, 설득에는 상호 간 ‘순환’이 있다.
이를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라고 부른다.
청중이 보내는 신호(Input)가 들어오고 화자가 그 신호를 해석(Process)한 뒤, 새로운 반응(Output)으로 되돌려준다.
이 반복이 이어질수록 말은 점점 청중의 호흡과 맞춰진다.
쇼호스트의 방송도 이와 같다.
시청자의 댓글, 상담이나 대기인원의 연결 수, 실시간 주문 수는 모두 감정의 리듬을 읽는 도구다.
그리고 진행자가 두 명 이상일 때나 게스트가 함께할 때는 서로의 리액션과 교감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지루해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화제 전환을 하거나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면 소통에 도움이 된다.
즉, 좋은 화자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분위기를 감지하는 사람이다.
Wiener(1948)의 Cybernetics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피드백을 통한 자기 조정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Schramm(1954)의 Interactive Model은 청중의 피드백이 포함될 때만 커뮤니케이션이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좋은 말의 기준은 청중의 눈에 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듣는 사람의 시선에 나를 맞추는 일이다.
스피치에서 가장 강력한 순간은 공감이 맞닿는 점이다.
청중이 조용히 숨을 멈추고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일 때, 그 공간 전체가 설득의 무대가 된다.
홈쇼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다.
“지금 결정하세요!”라는 강한 멘트보다 “이 순간, 나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겠죠.”라는 공감의 언어가 더 많은 주문을 만든다.
청중은 강한 말보다 자신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목소리에 반응한다.
Cialdini(2006)는 Influence에서 공감(Empathy)과 유사성(Similarity)을가장 강력한 설득 요인으로 꼽았다.
사람은 논리에 설득되기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움직인다.
양방향을 넘어, 공존의 커뮤니케이션
예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일방향이었다.
무대 위의 연사나 방송인이 모든 말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방향 소통의 시대다.
라이브커머스, 유튜브, SNS 댓글, 실시간 채팅을 통해 청중은 언제든 화자에게 말을 건다.
이제 설득의 주도권은 말하는 사람에서 듣는 사람으로 이동했다.
청중은 더 이상 메시지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반응하고, 질문하고, 수정하며, 함께 이야기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Web 3.0 시대에 들어섰다.
이 시대의 설득은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신뢰의 네트워크 형성이다.
고객은 브랜드의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참여한다.
말은 공감의 생태계 속에서 완성되는 관계의 언어다.
Jenkins(2006)는 Convergence Culture에서
“청중은 더 이상 수용자가 아니라 참여자(Participant)”라고 설명했다.
Tapscott & Tapscott(2016)의 Blockchain Revolution은
Web 3.0을 ‘신뢰의 인터넷(The Internet of Trust)’으로 정의한다.
Kotler et al.(2021)의 Marketing 5.0은
기술의 진화가 결국 인간 중심의 공감 커뮤니케이션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청중이 완성하는 말
지금 시대의 말은 더 이상 혼자서 울리는 메아리가 아니다. 상대의 마음속에 닿을 때 비로소 존재하고 가치가 있다.
청중은 더 이상 청취자가 아니라 화자와 함께 설득을 완성하는 공동 저자(Co-Author)이기도 하다.
결국 설득은 말의 기술을 넘어 마음을 읽는 감각에서 시작되어, 청중과의 공존을 통해 신뢰의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좋은 스피치는 완벽한 문장보다 청중이 직접 참여하는 완벽한 공감을 필요로 한다.
참고문헌
Aristotle. Rhetoric.
Berlo, D. K. (1960). The Process of Communication. Holt, Rinehart and Winston.
Bitzer, L. F. (1968). The Rhetorical Situation. Philosophy & Rhetoric.
Schramm, W. (1954). How Communication Works. In The Process and Effects of Communication.
Wiener, N. (1948). Cybernetics: Or Control and Communication in the Animal and the Machine. MIT Press.
Cialdini, R. (2006).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Harper Business.
Rogers, C. (1951). Client-Centered Therapy. Houghton Mifflin.
Jenkins, H. (2006). Convergence Culture: Where Old and New Media Collide. New York University Press.
Tapscott, D., & Tapscott, A. (2016). Blockchain Revolution. Penguin.
Kotler, P., Kartajaya, H., & Setiawan, I. (2021). Marketing 5.0: Technology for Humanity. Wi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