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이미지를 만들고, 이미지는 선택을 이끈다
우리는 서로를 이름으로 기억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저마다의 고유한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은 설명보다 먼저 다가온다. 발음 하나, 음절 하나가 이미지보다 빠르게 마음에 남는다. 어떤 이름은 입에 착 붙고, 어떤 이름은 이유 없이 오래 머문다.
좋은 이름은 소리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감정으로, 감정에서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브랜드 네이밍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잘 각인되고 훨씬 오래간다.
보통, 상품의 이름은 일반적인 모델명이나 제품명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다.
개인적 경험으로 비춰보면, 브랜드 이름이 가진 창의력은 구매 결정 그 자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수많은 신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입에 착 달라붙는 이름은 설명 시간을 줄여주고, 주문 속도를 높였다. 반대로 발음이 막히는 어려운 이름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매끄럽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상품을 론칭할 때는 네이밍 아이디어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결국, 좋은 이름은 그 자체로 ‘사게 만드는 힘’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델명보다 강한 것, 고유 이름
오랫동안 기업들은 제품을 ‘모델명’으로 출시해 왔다.
숫자와 알파벳을 조합한 코드형 이름들.
IBM 5150, ThinkPad T43, Sony A6000, WF-1000 XM5.
이런 이름은 공장과 카탈로그에는 편했지만 소비자 머릿속엔 아무 장면도 만들지 못했다. 모델명은 구분에는 유리하지만 기억에는 약하다. 기계적이고, 차갑고, 이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https://youtu.be/3qskw7FSPIQ?si=EqRaTPApJmHIdCUs
반면, 애플은 모델명이 아니라 ‘고유 이름’을 붙였다.
맥킨토시,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맥프로, 애플워치.
새로운 기술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이미지를 먼저 보여줬다. 사람은 숫자보다 이야기를 기억한다. 애플은 이름에 이야기를 넣었고, 그 이야기가 제품을 설명하게 만들었다.
즉, 모델명은 구분을 돕지만, 좋은 이름은 선택을 돕는다.
고유 이름이 가진 세 가지 힘
1) 기억성 – 입에 남는 리듬 좋은 네임은 짧고, 부드럽고, 말했을 때 답답함이 없다.
나이키, 애플, 테슬라. 소리의 흐름이 곧 기억의 리듬이 된다.
2) 이미지성 –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
Airbnb는 '집'이라는 이미지를 여행의 한가운데로 끌어왔다.
또한, GoPro의 ‘Hero’는 사용자에게 액션 카메라의 정체성을 선물했다.
번들 없는 단어가 브랜드를 하나의 장면으로 만든다.
3) 차별성 – 카테고리 질서를 전복하는 힘
‘배달의 민족’은 경쟁사가 기능을 말할 때, 이름만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코드를 만들었다.
서비스보다 캐릭터가 먼저 생겼다.
고유 이름은 비슷한 제품 사이에서 단 한 번에 구별되게 만드는 창의적 전복이다.
세계를 만든 네이밍들
Apple: 기술에 인간적 이미지를 입히다.
과일 이름을 기술에 붙였다는 선택은 기술 업계의 금기를 깬 창의적 반칙이었다. 애플은 기술을 기계가 아니라 ‘생활’로 끌고 왔다.
Google: 소리가 만든 친근함.
구글은 단어 하나로 새로운 시대의 리듬을 만들었다.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쉽고, 말하는 순간 낯설지 않다. 구글링은 브랜드 자산이 됐다.
Airbnb: 은유의 압축.
Air + BnB. 집, 환대, 공간, 여행. 사람이 알고 있는 모든 따뜻함을 담은 단어를 엮어냈다.
Tesla: 모델명조차 이야기로 만든 브랜드.
S, 3, X, Y. 'SEXY'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이름과 이야기 사이의 균열을 기획적으로 연결했다.
브랜드가 아니라 ‘이름’으로 사는 순간
이름이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카테고리의 동의어가 되는 순간, 그 브랜드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default)’이 된다.
'호치키스'와 '대일밴드'가 그 예시다.
이 이름들은 특정 회사 제품을 넘어, '스테이플러'와 '반창고'라는 사물 자체를 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청소기 사야지”가 아니라 “다이슨 사야지”라고 말한다.
“안마의자 사자”가 아니라 “바디프랜드가 편해”라고 말한다.
브랜드가 강해서라기보다, 이름이 먼저 '사물 그 자체'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좋은 이름을 만들기 위한 기준 여섯 가지
1) 3초 안에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2) 소리로 말했을 때 막히지 않는가
3) 경쟁사와 섞이지 않는가
4) 기능을 직관적으로 예상하게 하는가
5) 줄여 불러도 자연스러운가
6)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철학)를 담고 있는가
이 기준들을 통과한 이름들은 설명 없이도 고객을 움직인다.
이름은 브랜드의 첫 번째 창의력이다
네이밍은 단어 선정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에 브랜드의 철학, 이미지, 세계관을 압축하는 작업이다. 좋은 이름은 제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든다.
이름이 강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고, 설명은 짧아지고, 고객은 빠르게 결정한다.
이름은 브랜드가 세상에 내미는 가장 첫 번째 얼굴이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가장 강력한 창의적 압축 기술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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