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시대를 돌파하는 전략
현대의 자본경제는 우리에게 놀라운 풍요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풍요는 동시에 가장 큰 문제도 만들었다.
너무 많은 것, 끝없는 선택지.
즉, 과잉의 시대.
지금의 우리는 모든 것이 넘치고, 모든 브랜드가 메시지를 던지고, 모든 상품이 자신을 ‘최고’라 부르는 시대에 치열하게 살고 있다. 상품의 경우, 이제 더 이상 품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품질은 어느 정도 수준에 전부 올라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왜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가?‘가 시대의 물음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왜 ‘당신’인가 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선택에 지치고, 기업은 차별화에 막히고, 메시지는 서로를 잡아먹으며 사라진다.
그래서 이 과잉의 시대에 필요한 해결사는 스펙이 아니라 창의성(Creativity)이나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아닐까?
반면, 창의성(Creativity)은 종종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화려한 마술’로 오해된다.
하지만 스스로 오래 관찰해 온 창의성은 전혀 다른 모습에 가깝다. 진정한 창의력은 새로움을 발명하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의 복잡한 의미들을 단 하나의 작고 단순한 형태로 압축(Compression)해내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현장에서, 설명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의 마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복잡한 기능과 긴 설명은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강렬한 한 장면이나 입에 착 붙는 하나의 단어는 수백 줄의 문장보다 훨씬 깊게 소비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결국, 위대한 창조물이나 성공적인 브랜드 메시지는 언제나 이 ‘압축의 힘’으로부터 탄생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핵심 본질만 남길 때, 비로소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화려함보다 정확함에 가깝다.
아래 그림의 작품은 황소의 사실적인 형태에서 시작하여, 점차 단순화와 추상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단 몇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본질적인 형태로 귀결되는 11단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피카소(Pablo Picasso.1945)의 작품이다. 마지막 단계의 본질의 선이 느껴지는가?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신조형주의(De Stijl) 작품이다.
피카소의 황소가 형태의 본질을 '선'으로 이끌어냈다면, 몬드리안은 세상의 근본적인 구조와 본질을 수직선, 수평선, 그리고 세 가지 원색(빨강, 파랑, 노랑)의 관계로 환원했다.
그의 본질 표현 방식은 자연주의적 스타일에서 출발해 점차 극단적인 단순성을 지향하는 추상 미술로 발전했으며, 이 간결한 요소들만이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표현하는 궁극적인 본질이라고 믿었다. 그는 형태, 색상, 선 외의 다른 것을 일절 언급하지 않으며 순수한 기하학과 수학적 정밀함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카지미르 말레비치 (Kazimir Malevich)의 본질은 회화의 순수한 감성, '무(無)'의 절대성으로 표현되며 마크 로스코 (Mark Rothko)의 본질은 색채를 통한 인간 감정의 표현(비극, 황홀경, 운명)이 된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탐구할 아홉 가지 창의적 사고방식은 이 압축의 기술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들이다.
조금 비켜서 보고,
다르게 연결하고,
본질을 이미지로 바꾸는 일.
그리고 이 과정들이 모여 당신의 생각은 기존의 패턴과 관습을 벗어나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포착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여정은 가장 작고 치열한 창의력의 전쟁터인 브랜드의 이름, ‘브랜드 네이밍’에서 시작된다.
이 이름은 단어 하나에 철학, 이미지, 정체성, 이야기를 동시에 담아야 하는 가장 극단적인 압축의 장르다.
이 작은 내용을 이해하면 당신은 세상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 ‘창의적 압축가’의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단어 하나가 어떻게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그 위대한 압축의 기술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