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의 최종 단계
좋은 말이란 무엇일까?
스피치에 대해 이렇게 오래, 깊게 이야기해 온 지금 문득 그런 질문이 떠올랐다. 말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어떤 말은 금방 잊히고, 어떤 말은 오래 남고, 어떤 말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길까?
스피치의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좋은 말의 마지막에는 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 말이 누군가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가?’.이다
그래서 좋은 말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 리더십으로 향하는 것 같다.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을 넘어, 듣는 사람이 마음을 조금 옮기고 행동을 한 걸음 옮길 때 그 말은 리더십을 가진다.
리더십 있는 말은 과하지 않다.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도 흐름을 잡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도 방향을 보여준다. 리더십 있는 말은 곧 ‘소음 없는 확신’을 만드는 언어다.
사람을 움직이는 말은 결국 ‘명확한 방향’과 ‘정리된 의도’에서 나온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도 이 지점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하버드대 존 코터(John P. Kotter)는 리더의 핵심 역할을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을 만든 뒤, 그 길로 가고 싶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은 그 길을 보이게 하는 도구다.
또한 리더십 심리학자 제임스 쿠제스(James M. Kouzes)와 배리 포스너(Barry Posner)는 오랜 연구 끝에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리더의 특징을 ‘진정성’과 ‘전망 제시(visioning)’로 정리했다.
결국 존 코터가 말한 ‘가고 싶게 하는 길’은 쿠제스의 굳건한 진정성을 통해 전달될 때 비로소 ‘소음 없는 확신’이 된다.
리더십의 말을 만드는 두 가지 기술
그리고 이 확신을 전달하는 실전 기술은 바로 '압축과 침묵'이다.
메시지의 압축 : 핵심은 세 문장 이내로 끝내라
리더십의 말은 설명을 많이 하지 않고, 말의 양이 많지 않다. 대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짧게 보여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메시지 전달 전에 '정리된 의도'가 완벽하게 압축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복잡한 문제일수록, 전달해야 할 방향을 세 문장 이내로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침묵의 활용 : 다음 행동을 위한 공간을 남겨라
말을 마친 뒤 바로 다음 설명을 이어가는 대신, 잠깐의 침묵(약 3초)을 활용해야 한다. 이 침묵은 듣는 사람이 화자의 문장을 소화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그 의미를 옮겨 담는 사고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작은 멈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준비하게 한다.
실전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드러난다.
방송이나 강의 현장에서 말의 리더십이 있는 사람은 설명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말의 양이 많지 않다.
대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짧게 보여준다.
그 간결한 문장과 쉼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리더십 있는 말의 맥락
그래서 리더십의 말은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상황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띤다.
일상적인 회의나 면담에는 ‘질문과 경청’
많은 말을 하기보다,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숨겨진 의도를 이끌어내고 방향을 확인해 주는 '정리자'의 역할을 한다.
위기와 갈등 상황에서는 ‘단호함과 명료함’
감정을 배제하고 현재 상황과 우리가 나아갈 단 하나의 해결책을 짧고 명료하게 제시한다. 설명 대신 해야 할 행동만 남긴다.
결국 리더십의 말은 화려한 수사학이 아니라, 화자가 스스로의 비전을 향해 얼마나 굳건히 서 있는가에 대한 증명이다.
말은 그렇게 사람의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 하나의 결론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말은 소수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아니라, 말은 누구나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
직책이 있든 없든, 무대에 서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말로 관계를 만들고 말로 상황을 움직이며 말로 미래를 설계한다.
리더십의 말은 결국 삶을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이끄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말의 리더십은 누군가를 지시하는 능력이 아니라,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치의 마지막 단계는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말은 전문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연습하고, 다듬고, 익힐 수 있는 일상의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단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되며, 그 문장은 오늘 당신이 시작하는 작은 대화 속에 있다.
참고문헌 및 도서
Kotter, John P. (1990). A Force for Change: How Leadership Differs from Management. Free Press.
Kouzes, James M., & Posner, Barry Z. (2017). The Leadership Challenge: How to Make Extraordinary Things Happen in Organizations (6th ed.). Jossey-Bass.
Cialdini, Robert B. (2021). Influence, New and Expanded: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Revised ed.). Harper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