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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구조조정을 겪고, 겪으며

프롤로그

by CAMINO Mar 16. 2025

3주.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새 마음으로 이직을 한 회사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수습기간이 한창이던 나와 나의 입사 동기들은 모두 '우리가 가장 1순위이지 않겠느냐'라며,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했다. 다행이라고 하기엔 누군가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무책임하게 휘둘러대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날 앞에서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다. 시작부터 끝이 나기까지의 과정은 짧았지만, 그 여파는 꽤나 회사에 오래토록 지속되었다. 


감축의 대상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황망함과 허탈함의 늪에 빠져 쉽사리 다시 에너지를 찾지 못했다. '이거보다 더하고 잘하면 뭘하나, 언제 잘려나갈지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무의식 속에 박혀버린 듯 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말 한 마디, 달랑 전달된 메일 한 통에 언제든 나의 삶의 방향성이 언제든 무한한 미로 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부정적인 감정의 농도는 옅어졌지만, 무기력함은 지속됐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발버둥도 쳐보고 그저 가만히 있기도 해보았다. '괜찮다. 괜찮다.'라며 겨우 마음을 달래어 한 해를 보냈고,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이 곁에서 일으켜주고, 당겨주어 조금이나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조금씩 스스로 걸을 수 있는 힘이 생겼을 무렵, 두 번의 해를 꽉 채우기 몇 일을 남겨두고 퇴사를 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그 간 알고 지냈던 지인의 회사에 추천을 받아 입사를 하게 되었다.


새롭게 합류한 곳은 '대외적으로는' 모두가 알고 모두가 잘됐다고 하는 곳이었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의욕적으로 그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업무에 적극적으로 '들이댔다'. 리더의 적극적인 응원도 있었고, '하고 싶은 건 되던 안되던 뭐든 시도해봐라'라는 지원과 함께 새로운 업무들을 하나씩 계획해 나아갔다. 그렇게 3개월 수습기간 종료를 약 1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또 한 번의 구조조정 / 인원감축의 거센 폭풍우를 마주했다.


그래도 한 번 겪어봤다고 처음보다는 담담하게 마주했다. 리더로부터 이번에 전사 연봉동결과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번에도 역시나 인원감축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큰 감정적 동요는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번의 주말을 지나 새롭게 맞이한 월요일 아침, 회사에는 무거운 소식이 모두의 마음 속에 큰 돌덩이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 회사는 이 전에 한 번의 구조조정을 겪었던 터라 구성원들의 상실감과 당혹스러움은 더 커보였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거라는 약속을 믿었던 이들의 원망과 한숨이 섞인 물음이 약속을 내뱉은 이들에게 화살처럼 날아갔다. 화살의 표적이 된 그들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다 황급히 노트북의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이제 막 시작된 구조조정은 대상자가 된 한 명 한 명에게 쿡쿡 날아들고 있는 중이다. 하나의 팀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갑작스럽게 내 옆의 누군가의 씁쓸한 미소를 보고야 마는 참담한 하루하루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직은 나 역시도 안심하기 이른 지금. 새롭게 출발한 두 번의 회사에서 모두 휘몰아치는 폭풍을 마주한 이야기를 남겨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첫 구조조정에서 느꼈던 분노와 상실감부터 두 번째로 이어진 그 찬바람 속에서 느끼는 그 감정과 생각들을.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는 따가운 충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써 내려가 볼 생각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구조조정이라는 갑작스러운 폭풍우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틸 수 있는 나의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와 같이 지근거리에서 폭풍우를 경험한 사람들 혹은 폭풍우에 휩쓸려 의도치않게 길을 잠시 잃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는 것. 그것이 나를 구하는 길일테니까.


당신의 모험의 여정을 기꺼이 함께한 동료들을 위해 당신의 지금이 어떠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바라보라고, 잠깐의 호시절에 취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경영 전문서와 같은 전문성은 없어도 몸으로 체득한 실제 리더들의 이야기와 구조조정의 전과 후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지침서처럼 전달하고 싶다.  

역시나 그것이 앞으로 경영을 하고자 하는 나를 구하는 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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