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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Apr 20. 2024

남성들의 행복 백화점

Hirmer

패션에 관심이 있거나, 조금 더 깔끔한 비즈니스 룩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뮌헨의 남성 전문 백화점 히르머(Hirmer)에서 쇼핑을 할 것이다. 뮌헨의 명동거리와도 같은 카우핑어 거리(Kaufingerstraße)에 위치한 히르머 백화점은 2,700평이 넘는 6층짜리 건물이 모두 남성복, 남성 스타일로 가득 차있는 곳이다. 타미힐피거나 폴로 랄프로렌 등 비교적 캐주얼한 옷과 청바지도 있지만, 가장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비즈니스 캐주얼 룩을 연출할 수 있는 셔츠와 바지를 판매하는 구역이다. 작은 카페도 중간층에 위치해 있으며, 귀여운 양말과 바디 용품도 찾을 수 있고, 결혼식 정장을 원하는 사람은 따로 예약을 잡아 예복을 맞출 수도 있다. 


이 히르머 백화점 역사에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라인란트팔츠 보름스 (Worms)에서 옷가게를 시작한 밤베르거 (Bamberger) 가족은 독일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뮌헨에는 1914년 지점을 냈는데, 이때를 시작으로 보는 히르머는 올해 110주년을 기념한다. 2024년인 지금, 이 남성 전용 백화점의 이름이 밤베르거가 아닌 이유는 나치 정권의 아리아화 때문이었다. 나치 용어 "아리아화(Arisierung)"는 유대인의 재산, 즉 회사, 사업체, 주택 및 부동산은 물론 주식, 현금 자산을 몰수하고 소유권을 비유대인(즉 아리아인) 개인, 회사 또는 국가에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집이나 회사를 빼앗겼고, 대부분은 이를 다시 얻지 못했다. 맥주가 유명한 바이에른 주에는 당시 유대인이 운영하는 성공적인 브루어리가 많았는데, 이 역시 많이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1938년 당시 여러 매장의 구매부 책이자였던 한스 히르머(Hans Hirmer)는 소유주인 지크프리트 밤베르거(Siegfried Bamberger)로부터 뮌헨 사업을 인수하고 위탁인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한다. 이때 회사의 이름이 히르머(Hirmer & Co. KG)로 바뀌었다. 전쟁 후 히르머는 미군 정부는 다른 "아리아화 된" 기업을 위탁경영하였고, 1951년 히르머 가족은 독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창립자 밤베르거의 다섯 자식 중 유일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지크프리트 밤베르거(Siegfried Bamberger)로부터 회사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이후 히르머는 독일 내 다른 주요 도시 및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매장을 열고, 백화점뿐 아니라 호텔 및 부동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독일에 히르머가 있다면 일본에는 한큐 맨즈가 있다. 남성 전용 백화점인 한큐 맨즈에는 더 젊은 고객층을 아우르는 브랜드들이 많고, 가격대로는 비즈니스 캐주얼에 집중하는 히르머에 비해 럭셔리 브랜드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뷰티와 잡화 부문이 더 다양하다. 이는 단지 히르머와 한큐맨즈의 차이가 아닌 유럽과 동아시아 소비자들의 쇼핑 스타일 차이일 수도 있다. 히르머의 뮌헨 매장에는 오버바이에른 전통 복장 (Trachten) 구역이 있어 다양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정장을 사듯, 평소 옷에 관심이 없거나 많은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전통 복장만큼은 제대로 된 브랜드에서 비싼 값을 주고 풀 세트로 맞춘다. 그리고 그 옷을 맥주 축제 뿐 아니라 정장을 입을 수 있는 상황 어디에서나 입는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저녁 식사, 입학식이나 졸업식, 결혼식 참석, 그리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의 경우 성당 미사를 갈 때 전통 복장을 입는다. 전통 복장에도 매년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정말 좋아하거나 금전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로 여러 벌을 갖고 있기도 한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나치 정권 이야기가 있는 독일의 남성 전용 백화점 히르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브레멘, 만하임 등 여러 도시에 매장이 있으니 한 번 '남성들의 행복 백화점'을 거닐며 구경해 보는 것도 독일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보기에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참고로 뮌헨의 히르머 매장 카페에서는 독일에서 보기 힘든 바스크 치즈 케이크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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