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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 Feb 06. 2022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내가 나에게 보내는 응원

다시 새해를 시작하며 되새기는 피터 파커의 오늘

이 글은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영 중인 영화라, 영화를 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려요. 영화의 중요한 요소들과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첫눈이 오던 지난 연말의 어느 겨울날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봤다. 나에게 마블 영화란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보는,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막상 보면 재미는 있는 그런 존재라 이번에도 동행인의 추천에 따라 별다른 생각 없이 보게 됐다. 유튜브에 올라온 '스파이더맨 10분 요약' 같은 영상들로 꼭 알아야 할 캐릭터들만 알아둔 채로 갔기에, 이 시리즈가 주는 감동을 느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마치 이 시리즈의 오랜 팬이라도 되었었던 것처럼, 이 작품만을 기다려오기라도 한 것처럼 내내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보았고, 영화를 통해 얻은 감상을 겨울 내내 곱씹고 있다.


다른 차원의 내가 모여 오늘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


얼마  드라마로도 방영된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서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지우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냐" 질문을 받은 유미가 "모든 기억엔 행복한 순간도 포함되어 있기에 지우고 싶지는 않고, 다만 과거의 나에게 응원 정도는 건네고 싶다"라고 대답하면서, " 끝났다 "라며 가슴 아파하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진짜는 뒤에 나올 거야! 이게 끝이 아니야"라는 말을 외치는 장면이다. 이 극에서는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장면이지만, 이 장면을 본 이후로 나는 힘든 순간이  때마다 마치 미래의 내가 응원하듯 "이게 끝이 아니야, 진짜는 뒤에 나올 거야"하며  자신을 다독였었다.


<스파이더맨- 웨이 > 보며 비슷한 감상을 느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시간의 오류로, 위기에 처한 소년 피터 파커( 홀랜드) 앞에 청년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중년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나타난다. 히어로의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소년 피터. 히어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처 속에 아직 머무르고 있는 듯한 청년 피터.  시간들을  겪어내고, 히어로서의  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법을 기어코 찾아낸 중년 피터. 삶의 각기 다른 단계를 오르고 있는 스파이더맨들이 차원 너머로 모여,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을 찾아가는 피터의 여정을 열렬히 응원한다. 분노에 가득  소년 피터보고 그가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그의 충동적인 행동을 절박하게 저지하기도 하고, 그를 대신하여 다치기도 하며, 나는 구하지 못했던 내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의 소중한 사람을 필사적으로 구해주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의 복잡하고 어찌 보면 기구한, 히어로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삶의 고통과 슬픔은 오직 스파이더맨만이 이해할  있다. 무엇이 그를 후회하게 할지, 무엇이 그를 아프게 할지는  삶을 살아  그들만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그들은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다르지만 같은 삶을 사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을 행복해한다. 처음으로 히어로의 고독에서 벗어나 온전히 이해받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평범한 우리의 삶이라고 해서 그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히어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은 가지각색의 이유로 복잡하고 어렵다. 나만이   있는 나의 상처, 나만이   있는 "내가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 그리고 나만이 아는 내가 감내하는 것들의 무게.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할  있는 사람은 결국 나뿐이다. 그렇기에 나를 향한 열렬한 응원도 나에게서 나올  있다. 나를 가장  알기에, 나는 나를 때로는 저지하고 때로는 지지할  있다.


"그때의 네가 너를 잘 알고 내린 선택이야, 그때의 너를 믿어줘 봐"

나는 지난날의 내가 내린 선택들을 복기하는 일에 계절을 보냈고 그때마다 몸이 시렸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행동을 해버렸다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선택 앞에서 사람은 무섭도록 혼자이고  선택에 따른 책임은 무겁다. 그렇게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생각하며 혼란에 휩싸인 내게 누군가 "그때의 네가 너를  알고 내린 선택이야, 그때의 너를 믿어줘 "라고 얘기해주었다. 그 때의 내가 과연 옳았을까 의심이  때면  명의 피터 파커가 함께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차원 너머에서 조금  자란 내가 나를 도와 만든 선택이었을거야. 나를  아는 수많은 ''들이 나를 옳은 길로 이끌어주고 있어.


유미는 "이게 끝이 아니야, 진짜는 뒤에 있어"라며 과거의 유미를 응원한다. 차원 너머의 스파이더맨들의 응원을 받은 소년 피터 파커는 비로소 뒤돌아서야  때를 받아들이고 진짜 히어로의 삶을 시작한다. 구정이 지나고 다시 새해가 되었다. 다른 차원과 다른 시간의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있을 테니, 이젠 정말 뒤돌아서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해야  . 나를 제일  아는 내가 오늘의 나를 열렬히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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