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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항재 Apr 29. 2022

나는 회사에 베스트 프렌드가 있는가?

두려움 없는 조직에 대한 현실적 제안

Herman Miller의 CEO였던 Max De Pree는 리더의 책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리더의 첫번째 책임은 현실을 정의하는 것이다. 마지막 책임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것. 그리고 이 두가지 책임 사이에 섬기는 자(서번트)가 되어야 한다."

“The first responsibility of a leader is to define reality. The last is to say thank you. In between the two, the leader must become a servant.”


우리가 알고 있는 조직의 유형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집단은 가족과 친구 또래의 그룹이다. 역설적으로 현대의 조직이 드러내고 있는 모순의 치유책은 가족과 친구 집단의 원형을 찾아 접목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가 가족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원칙에 대한 것을 조직 문화와 운영의 틀에 접목해 보자는 것이다. 

포용과 투명함, 우정과 공감, 취약성에 대한 노출과 수용, 안전감 등등


특히 최근에 '우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보게 된다. 

회사에서의 '우정'이라는 가치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까? '동료애'는 우정과 다른 것인가? 친구들과의 우정과 같은 친밀함과 그대로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가능한가?


미국의 특수 부대 중 최강이라고 알려진 네이비실에서는 독특한 훈련 중의 하나가 통나무 PT이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통나무를 5-6명이 같이 들고 90분동안 받는 훈련인데, 극도의 체력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 문제는 이 통나무가 무겁고 길어서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균형을 잃거나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바로 쓰러지고 만다. 이 훈련을 하는 동안 각 사람은 2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신에게만 집중하거나 아니면 전체 주어진 목표에 집중하거나. 

누군가가 비틀거리면 통나무의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옆에 선 팀원은 힘을 더 주고 누군가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 이 훈련을 통해서 팀 전체가 각각의 상황을 인지하고 서로를 주시하고 때로는 더 고통을 감수하여 전체 팀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체력이 좀 나약하더라도 상호교류와 팀웍이 높은 팀이 피지컬이 우세한 분열된 팀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이 훈련이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이 한동안 화두였는데, 심리적 안전감을 조직의 혁신과 성장의 조건으로 강조했고, 구글의 사례 등이 소개되면서 지금까지도 회사의 리더들이 만들어 내야 하는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아마 대다수의 한국 기업 관리자들, 리더들에게는 허무하게 들릴 이야기로 보인다. 여전히 평가에 따른 보상, 승진을 통해 더 높은 직급, 직위에 오르면 더 많은 복리와 혜택이 주어지는 현재 시스템하에서는 내가 잃을 기회 보상이 실패에 따른 패널티 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고 성공할 확률이 낮은 프로젝트나 일에 팀원들이 도전하게 격려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담당한 팀이 지원부서이거나 정형화된, 표준화된 업무를 위주로 하고 정규직 이외에 비정규직 등의 구성원이 있다면 이 두려움이 없다는 의미가 무엇일지에 대해 모호하거나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개념 또한 그냥 소수의 핵심, 엘리트 인재들을 위한 그럴 듯한 이야기로 들리는 순간 나와 상관이 없어진다.


그렇기에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오히려 내가 실패하거나 좋은 결과를 내지 않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정이 존재하는 곳. 때로는 전우애라고 표현되기도 하고 대졸공채 문화가 있는 한국 기업들에서는 '동기들 간의 끈끈한 그 무엇'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직장이 각자도생하고 서로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나의 '비틀거림'을 대신해 줄 동료가 같이 통나무를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곳, 내가 낙오되면 전체를 위해 나를 버리고 가버리기 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끝까지 함께 한다는 신뢰가 있는 곳이 정말 심리적 안전감, 두려움이 없는 조직이 아닐까?

 

그렇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개인의 성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지지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장과 성취감만으로는 절대 현재 개인들(특히 젊은 세대)이 대면하는 조직내의 공허함과 고독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갤럽의 성과몰입(Engagement) 조사 방법인 Q12의 질문 중 하나가 "나는 직장에 친한 친구가 있다(I have a best friend at work)" 라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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