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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fer Feb 09. 2020

소박했던 참 행복했던

점선 잇기 하듯 차곡차곡

미련스럽게

혹은

정성껏


차곡차곡

조금씩 쌓아가던

내 작지만 소중한 마음들


소복이 쌓이는 눈처럼

소리 없이

젖어드는

새벽 비처럼


그렇게

오롯이

그 사람만 봤고


그 사람 생각에

하던 일도

멈추고

연락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했으며


내 세포 하나하나가

마치

그 사람에게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것

달라도 너무 다른 건

그 사람에게 맞추려

어떤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되려

내 탓을 하며

바보처럼

바꾸고

맞추고


지나간 사랑이

의미 없고 부질없다는

말을 꺼내려는 게

절대 아니다


난 분명 그 시간 안에서는

가장 행복하고도

나 다운 사랑을 했으며


그 시간 속 나는

그 사람에게 집중한

나는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오히려

서로 진작 알아보지 못하고

지내온 수많은

시간들이 아까울 정도로

그 사람과의 순간에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던 나였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그런 운명이라는 것이

만약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있던

나에게


어느 순간 단 한 마디

설명도 없이

찾아온

충격과 공포의 순간


어릴 때 제일 아끼던

보물 같은 무언가

빼앗기고

잃어버린 느낌


가슴이라는 게

없어져서

울고 또 힘들어하던


추억이라는 게

참 힘든 게

떠올릴 때마다

그렇게

예뻐서

그 시간 속의 나는

정말

웃기 바빠서

현재 내 모습과

너무도 달라서


그 현실과 추억의 갭

사실이라고

인지하기까지

스스로 납득하기까지

꽤 오랜 나와의 싸움이 있었어야만

했다


내 눈이 항상

향하고 있던 곳에는

이제

어렴풋이

희미해져 가는

그 사람의 밝던

햇살보다도

맑았던 미소뿐


남은 게 별로 없어서

어쩌면 체념이 빠를 거라고

한때는

자신했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울컥 떠올라서

힘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는

그저

눈물을 토해내는 것뿐


외로워져서

혼자여서가 아니라

그저

그 시간 동안

나를 돌보지 못하고

온전히

그 사람에게만 집중했던

어리석은 내가 가여워서라고 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덜 내 삶에 결부시키지 않았으면

힘든 시간도 그만큼

짧았을까?


타인을 너무 깊숙이

내 삶에 물들이면

부재의 자국이 오래 남더라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젠

슬며시 떠오를 때

더 이상

울지 않고

그 추억과 마주하는 자세를 갖는 것


삶이라는 게

그리고

또 추억이라는 게

안 좋은 일 위에 행복함이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안 좋았던 느낌 추억 감정은

안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

점점 잊히고 희미해지더라


애써서 긍정적이고 싶진 않다

가끔은

충분히 떠올리고

그 생각들을

토해내는 것도

치유의 방법인 거 같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불행하지 않다


오히려

행복하다


어디서도 못할

경험이란 것을 했으니

후회라는 건 없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까


다가올 미래에

또 비슷한 경험을 혹 하게 된다면

그땐 이 경험들이

나에게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표시가 되어주겠지


더는

탓하지도 말고

더 이상은

애쓰지 말자


무리해서

예쁘게 미화하지도 말고

왜곡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덮어두기


더 시간 흘러서

내가 떠올려도

별 감정이 없을 때 즈음엔


지금 이 감정들도

많이 희석되어 있으니

더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추억하겠지


생각이 많아지는 밤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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