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여백에 상상과 창의가 피어난다
요즘 식당에 가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내어주고 한숨 돌리듯 식사를 하는 젊은 부부들이 종종 보인다. 직장 일에, 육아에 오죽 지쳤을까,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이는 식당 내부를 휘저으며 뛰어놀거나 산만하게 숟가락질하며 음식 테이블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식당 내부를 둘러보고 음식 냄새와 모양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한창 호기심을 키워야 할 아이들이 초점 잃은 눈으로 스마트폰 영상에만 빠져들고 있다.
마주 보고 앉은 부부도 저마다 폰을 바라보며 식사를 이어간다.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관찰할 시간이 없어진 세상이다.
심심한 시간에 생각을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사물을 관찰하며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색상과 질감을 느끼고 냄새도 맡아보고 입에도 넣어본다. 그러다 질문을 던진다. 이건 왜 이럴까. 이걸로 어떻게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 별의별 궁리를 다 이어간다. 주변 환경에,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에 ‘질문’이란 것을 하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생각에 여백이 있을 때 상상과 창의가 피어오른다. 머릿속이 꽉 차 있을 때 발칙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생각과 생각이 사이의 거리가 멀 때, 머릿속에 공간이 많을 때 비로소 창의력이 피어난다. 세상사 다 잊고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중, 아무 생각 없이 나선 산책길에서 나를 괴롭혀오던 문제의 해결책을 떠오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저히 심심할 수 없는 세상이다. 인스타 릴스에 유튜브 쇼츠, 카카오톡으로 전달되는 각종 개그 밈과 웹툰들. 요새 유행하는 콘텐츠들을 즐기다 보면 몇 시간이 뚝딱 지나간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OTT 세상이 펼쳐진다. 월 구독료는 왜 이리 싼 거야!! 현생을 살아내느라 고생한 나에게 월 2만 원짜리 문화생활 정도는 선물해줄 수 있잖아!! 그렇게 나의 지성이 배제된 일상을 정당화한다.
각종 자극적인 스토리와 현란한 영상에 눈과 귀, 그리고 사고체계까지 거대 플랫폼에 내맡긴 세상이다. 생각이란 걸 ‘굳이’ 해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책을 보고 사색하며 능동적 사고하는 것은 고루한 사람이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을 섭렵한 사람은 센스좋은 사람으로 둔갑한 세상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이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아 보자.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면 그냥 카톡, 인스타, 유튜브 앱을 지워라. 필자는 카톡에 각종 SNS, 유튜브는 물론 인터넷 브라우저까지 몽땅 지운 채 ‘자연인’으로 살아간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살아가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간혹 본인 인증번호가 카톡으로 날라오면 번거롭긴 하다. PC카톡을 열어 해당 번호를 확인한다. 폰으로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바로 올릴 때 마찬가지다. 폰을 PC로 연결해 영상을 업로드한다. 귀찮고 시간도 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날려 보내는 시간에 비하면 훨씬 효율적이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에 읽은 책이 월평균 10권이다. 직장에 부업을 병행하면서도 3일에 1권 정도는 읽어내고 있는 셈이다. 나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그만큼 자라나고 있다. 연간 책을 100권 읽는 사람과 매일 저녁 쇼츠만 보고 있는 사람의 삶은 반드시 다를 수밖에 없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TV를 끄고 심심한 시간을 가져보자. 창밖을 보며, 차 한잔에 재즈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산책을 하며 외부 자극없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갈 것이다. 때론 무릎을 ‘탁’치게 하는 해결책도 떠오른다. 그게 바로 사색이다.
심심하고 담담한 시간을 매일 조금씩 가져보자. 당신의 생각하는 힘이 자라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