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창립 당시 경영체계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준비-발사-조준>이었다. 일단 발사하고 영점을 맞추는 식이었다.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면 기획하고 준비할 시간에 일단 들이대는 것을 회사 원칙으로 삼았다. 그렇게 미국 전역의 내수망을 촘촘하게 엮은 굴지의 종합유통기업 월마트가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공유숙박’이라는 개념을 들고나온 에어비앤비 마찬가지다. 힐튼, 하얏트 등 거대 숙박공룡들은 해괴망측한 사업이라며 비웃기 여념이 없었다.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실패해도 어차피 잃은 건 없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그는 일단 들이대 정신을 유지했다.
준비-발사-조준 정신으로 일단 들이댔다. 자세힌 기획안도 청사진도 없었다. 일단 사업을 벌이면서 그때그때 목표지점을 만들고 나아갔다. 정확히 3년 뒤, 힐튼, 하얏트가 공유숙박 서비스를 에어비앤비를 따라 부랴부랴 론칭하기 시작했다. 발칙한 신성 앞에 거대공룡이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대충이라도 지금 시작하라. 당신은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쓰잘데기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가. 일단 쏘아라, 고민은 다음에 하고. 대충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물이 남는다.
헬스를 배운다 치자. 여기 동네 친구인 철수와 영희가 있다.
철수는 평소 꼼꼼한 성격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집 주변 괜찮은 헬스장을 물색하고 트레이너 정보를 모은다. 헬스장 기구도 확인하고 붐비는 시간대와 주로 이용하는 회원 정보도 확인했다. 며칠에 걸려 입소문까지 확인하고 나니 A헬스장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인근에 오픈하는 B헬스장에 대한 소문도 들려온다. 시설이 좋다더라, 그렇게 철수는 B헬스장의 정보도 채집하기 시작한다. 또 며칠이 걸릴 것이다.
반면, 영희는 무던한 스타일이다. 그냥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집 주변 헬스장을 등록하기로 했다. 샤워실은 어떤지, 트레이너 수준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른다. 심지어는 반바지에 슬리퍼 하나 달랑 신고 찾아간 곳이다. 카드를 내밀고 등록을 한다. 첫날이라 간단하게 기구 사용법도 배웠다. 쓰지 않은 근육을 쓰니 몸이 뻐근하다. 가볍게 러닝머신으로 몸을 푼 뒤 샤워를 하고 아아 한잔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철수와 영희, 둘 중 누가 ‘헬스’라는 운동과 가까워졌을까.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 질질 끌고 헬스장 찾아간 영희다. 이리저리 고민만 한 철수는 헬스장 문턱도 넘지 못했는데 영희는 어떤 방식으로든 본인의 운동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전이지만 ‘시작이 반이다.’ 만일 그렇게 찾아간 헬스장이 맘이 들지 않았다면 옮기면 될 일이다. 오히려 이젠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헬스장의 장단점을 더 잘 느낄 것이다.
오발탄이 있어야 영점도 잡을 수 있다. 일단 쏘아라, 영점은 그 뒤에 잡는 것이다.(김우진 엄지척!)
필자는 지금 이 브런치 글 마찬가지로 대충이라도 바로 시작했다. 오늘은 토요일 오전이고, 30분 뒤 점심을 먹어야 한다. 재밌고 유익한 글이면 더 좋겠지만,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부리다 아예 시작조차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일단 점심 전 글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앞으로 10분 뒤면 글이 ‘어떻게든’ 마무리될 것이다. 글의 완성도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쏘아라, 고민은 다음에 하고>라는 에세이 글은 어떤 형태로든 남게 될 것이다.
영점은 일단 쏘고 잡는 것이다. 완벽한 기획안은 정작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고민하는 시간에 상대는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완벽의 덫에서 벗어날 때 실행력이 따라온다. 대충이라도 일단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