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뜨겁게 타오를 때, 루틴을 짜보라
격투기를 애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맥스 할로웨이를 좋아할 것이다. 화끈한 타격 센스에 매너 있는 언행, 경기 후 상대에 대한 존경심까지, 싫어할 수 없는 선수다. 경쟁이 치열한 페더급에서 근 10년 넘게 톱랭커로 군림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의 은퇴 경기 상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늘은 다른 포인트에서 맥스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맥스는 시합을 앞두고 스파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느 격투 선수들이 경기 두 달 전쯤 훈련 캠프를 차려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소화해내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맥스는 “실전처럼 스파링을 했다가는 두개골과 턱뼈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세계적 레벨의 복서, 킥복서들과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지속했다가 외려 맷집의 내구도만 깎아먹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방증하듯 맥스는 UFC 내에서도 최고로 턱이 강한 파이터로 잘 알려져 있다.
매일 매일을 실전처럼 전력 질주한다는 건 세계 톱클래스의 엘리트 선수에게도 무리가 되는 일이다. 이는 육상, 축구와 같은 다른 운동은 물론 공부와 독서 등 정서적인 부분에도 공히 적용된다.
고3 학생이 어느 날 수학에 대한 열정이 피어나 종일 수학문제 풀이에 몰두했다 치자. 내일도, 모레도 수학문제집만 쳐다보는 일은 고역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과목과의 균형이 중요한 고3 학생의 학습에너지를 깎아 먹게 될 것이다. 마라토너가 의욕이 넘친다 하여 대회를 앞두고 매일 42km를 달려대다간, 대회장이 아닌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고수는 최선을 다해야할 순간을 분별한다. 바로 실전 무대다. 격투 시합날, 마라톤 대회날, 수능시험날 그간 갈고닦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전력질주하여야 한다. 설령 결승점을 통과한 후 기진맥진하여 며칠간을 누워서 끙끙 앓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매사, 매 시간 최선을 다하려는 것은 욕심이다. 당신은 절대 매 순간 전력질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에 대한 성취욕구가 생겨 가슴이 두근거릴 때,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루틴을 짜는 것이다. 열정은 이내 식기 마련이지만 루틴화를 통해 뜨거웠던 그 마음을 이어갈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아무 생각없이 기계처럼 수행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어제 쳤던 샌드백을 오늘 또 치고, 어제 달린 코스를 오늘도 달려본다. 어제 씹어먹다 만 수학문제집과 오늘 또 씨름을 하고, 어제 읽었던 책을 오늘도 이어서 읽어 내려간다. 제일 처음 마음먹었던 때의 뜨거움과 간절함은 조금 식었을지는 몰라도 목표를 향한 걸음을 지속할 수 있다.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고수는 가슴이 뜨거울 때 욕심내어 행동하지 않는다. 다만 루틴을 짠다. 이 뜨거움은 곧 미지근해질 테지만 루틴의 힘으로 목표를 향해 지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계속해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다.
루틴화에 관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psmarine/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