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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이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다.

by 경첩의사


선물, 이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다.




1.


선물은 누구나 다 기쁘게 한다.


진심된 마음으로 주고받는 선물이라면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평소에 흠모, 감사한 분들에게 특별한 순간이나,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날, 생일같이 특정일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말로 전하는 마음과 감사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작은 선물이라도 진심이 담겨있다면 기쁨이 두세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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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becca Crabtree, 출처 OGQ





나의 일상, 삶은 병원에서 시작하고 병원에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선물은 병원, 그리고 환자 관련이 대부분이다. 솔직히 선물을 환자, 환자 보호자에게 받는 것은 부담이다. 그렇지만 환자 상태가 좋아지고, 퇴원하면서 기쁜 마음을 전하는 선물은 내 마음도 함께 기쁘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


선물 자체보다 보호자의 간절한, 감사한, 따뜻한 마음이 그것이다.






‘남편의 힘든 시간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OOO 보호자 올림‘

가방 가득 담긴 쿠키 봉지 모든 것에 하나하나 직접 쓴 글씨가 쓰여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한 크리스마스를 중환자실에 계속 있어야 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썼다고 생각하니 코끝이 찡하였다.
남편의 힘든 시간이란 글자에는 펜이 더 꾹 눌려 쓰여 보인다.

가족의 간절한 바람. 딸아이의 캐럴, 쿠키를 보고 먹은 의료진의 노력. 모두의 힘이 합해져서 환자는 조금씩 호전되었다.
해가 지나 환자는 회복하여 일반 병실로 옮기고 점차 재활치료도 열심히 받고 더 회복하였다.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66573737







오늘도 나의 루틴대로 회진을 한다.
회진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려는데 환자의 어머니가 나를 다시 부른다.

무언가 건넨다.
안 받겠다고 손사래를 쳐도 꼭 받으라고 손에 쥐여준다.

가지런히 지퍼팩 안에 초콜릿과 홍삼즙이 들어있다.
열을 맞춰 가지런히 넣어서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보인다.
두세 번 거절하려고 하였지만 너무 간곡히 주셔서 받았다.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67485416





간혹 검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을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사 자체의 마음보다 흑심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 모두에게 곤혹이고 안타까움을 가져온다. 나는 절대로 이런 선물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기쁜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선물이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2.


이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타인에게 선물을 준 적이 있다. 상대방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 적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주는 나의 마음이나 내 선물과 마음을 받는 상대방 모두 기뻤다. 항상 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 이 세상은 결국 나를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이다. 더 이상 타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나를 위해야 한다.



나를 위한 선물이 특별한 물질적인 것, 예쁜 상자에 담긴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를 위한 단 한 시간의 선물도 주고 싶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24시간, 만 하루 동안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를 위한 단 한 시간의 시간이 나를 더 힘나게 하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비싸고 무거운 선물 보따리보다, 단 한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나에게 온전히 쓴 적이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타인, 일에 관련된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 나를 오로지 생각하는 단 한 시간이라도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이번 주말에는 단 한 시간이라도 나만, 오로지 나를 위한 선물 같은 시간,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3.


나를 위한 선물이 나를 숨 쉬고 살아갈 힘을 전해준다.


내가 살기 위한 그 순간, 잠시라도 나만을 생각하고 숨 쉬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 시간을 나에게 선물, 다음에는 시간뿐 아니라 작은 물건이라도 혼자 백화점에서 사야겠다. 간혹 나를 위한 것이라면 러닝화가 가장 사치, 비싼 것이었다. 러닝화, 블루투스 이어폰, 싱글렛 러닝 옷 등이 그것들이다. 나를 위한 건강, 운동을 위해 필요한 러닝 용품은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하다.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지를 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쁘다.




오늘은 나를 위한 선물만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오늘, 이번 주말이 나를 위해 더 따뜻한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가장 중요한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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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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