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프리랜서의 장점은 불행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05. 프리랜서의 장점은 불행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2020.03)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듣고 싶은 답이 정해져있기 마련이었지만.)
상사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은 상사가 없어서 좋겠다고 하고 /
직장 내 인간 관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주변 눈치 안봐도 되서 좋겠다고 하고 /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이 답답한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이 없어 자유롭겠다고 하고 /
페이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고생한만큼 내가 벌지 않느냐고 한다.
클라이언트의 존재도 가끔 겪는 갑질도
정말 사라져버린 출퇴근 아니 주중,주말의 개념도
단 하루의 루팡일 조차 없는 '프리랜서'의 실제 삶보다는 그들의 불만을 대입해 하소연을 하기 위함이니, 이해한다.
업무의 스탠스를 조절할 수 있고, 일정을 스케쥴링할 수 있다는 것.
오롯이 나와 협의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
그러나 보통 이런 장점은 불행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 왠지 나를 위한 리프레시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가족과의 여유로운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여유? 트렌드 서칭을 위한 트렌드 스폿 방문?
사실, 이런 시간을 남들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빼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만해도 2020년 휴가는 커녕 반납한 주말이 얼마나 되는지 셀 수조차 없다.)
급작스런 병으로 동행해야 할 가족이 필요할 때,
갑자기 오늘 처리하지 않으면 큰 손해가 나는 집안일이 생겼을 때,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께 변고가 생겨 누군가가 해결해줘야 할 때,
자주 합을 맞추던 크루가 도저히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로 끙끙댈 때...
겨우 집안일이 대부분인가 싶지만, 이럴 땐 참 프리랜서여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나이에 따라 내 삶의 바운더리도 그 속에서 해내야 하는 나의 역할도 다양해질텐데, 그 전에 약간의 여유를 마련해놓기 위해서라도 미리 기반을 다져놓을 수 있다는 것. 프리랜서가 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불행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행복의 순간을 위해서라도 과감히 나를 투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