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Jul 02. 2019

이 세상에 실패자란 없다
아직 닦지 않은 보석만 있을뿐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을 보고 _ 브런치무비패스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과거에 후배가 내게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취업이 잘 안됬던 그 후배는 다른 친구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고 "나만 빼고 반짝거리는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날 생각했던 것이 있다. 우리는 모두 반짝거리는 별이라고. 다만 위치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반짝거림이 잘 보이지 않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https://brunch.co.kr/@y-siii/90 해당글 홍보를 살짝해보자) 


이 영화는 그때 내 생각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화이다. 실패했다고 생각한 사람들, 실패자라고 낙인찍인 사람들이 건네는 메세지이다. 당신도 남들만큼 반짝거리는 별이라고, 수영장에 간 남자들이 온 몸을 던져 말해준다.



#실패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표정이 어둡다.


의기소침, 자신감부족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보통 실패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부를때 덧붙이는 형용사다. 하지만 저런 형용사들이 실패자들을 더 짓누르는게 아닐까? '넌 할 수 없어'라고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베르트랑은 2년간 백수이다. 의욕도 없고 삶의 의지도 부족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눈은 어딘가 힘이 떨어져있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살다보니 사는 것이다. 아이들도 아빠를 무시하고 친척들은 한심한 듯 쳐다본다. 그게 2년간 백수인 그의 삶이다. 항우울증제를 먹으면서 하루를 근근하게 버티던 그는 수영장에서 '남자 수중 발레' 팀원을 모집하는 것을 본다. 뭔가에 홀린듯 팀원으로 합세한 베르트랑은 자신과 비슷한 동지들을 조우한다.


수중발레는 일반적으로 여성을 위한 스포츠 종목으로 알려져있다. 즉, 여자가 하는 스포츠에 남자로 구성된 팀이니 일반적인 오류에 휩싸인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한다. 남자 수중 발레팀원들은 어딘가 다 부족해보인다.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몸매에 나이들, 그리고 경력도 없다. 어딘가 삶이 결핍된 사람들이 모여서 한가지 일에 몰두한다. 남들은 남자망신이라고 무시하지만 그들은 한가지에 몰두하면서 끈끈해지는 열정을 갖게 된다.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라고 말하면서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김제동(?)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로또 확률은 번개 맞는 것보다 힘들어서 당첨되지 않을 거라고" 불평을 나눈 사람이 있다고. 근데 그 사람은 정작 한번도 '로또를 산 적이 없다.'고. 그러니까 무언가 불평을 할거라면 '시작하고 하라고'


팀원들은 어디 나가서 자랑하기 부끄러운 존재들이다. 수영장에서 수구도 아닌 수영도 아닌 남자들이 발레라니, 그런데 그들은 실패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이다. 가정파탄, 사업파탄, 취업파탄, 인간관계 파탄, 스트레스파탄, 대출파탄 등등 많다. 그리고 코치도 알코올중독으로 선수생활이 파탄되었다. 그런 이들이 수중발레를?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으로? 모두가 코웃음을 쳤다.


그들도 그들을 믿지 않았다. "우리가 우승할 수 있겠어? 우린 그저 참가에 의미를 두자"가 목표였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수영을 하려면 수영장에 가서 물에 빠져야하듯이 무언가를 시도를 해야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한다.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용기를 가졌고 도전했다.



#일단 시작하라, 그럼 무라도 썬다.


일단 시작하라. 그러면 목표가 생긴다. 그리고 의지도 생긴다. 그 의지들이 하나로 집중되면 무언가 터트린다. 그들은 빡센 코치를 만나면서 강하게 의지를 다진다. 연습도 많이하고 남들이 무시해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길을 갔다. 나의 목표가 보인다면 누가 뭐라해도 그건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도전을 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고, 의지하게 되었다. 점점 표정이 밝아지고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삶에 의욕이 생기고 자신감을 얻어갔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삶의 답을 내놓고 있었다. 삶에 원래 정해진 답은 없는데도, 사람들은 모두 정해진 길로 가길 원한다. 그 답을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대답했다.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지 않으면 어떠한가. 내 삶이 충만하면 될지언데!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은 노르웨이 수중발레 대회로 나갔다. 전문 선수들 사이에서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수중 발레에 두는 마음만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모두가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 입가에 지어지는 웃음은 분명 가식이 없을테니까



#그냥 마무리


한동안 브런치무비패스에서 어두운 영화만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뭔가 보고나면 나도 같이 우울해지고 쳐졌는데, 최근 2개의 영화를 보고 즐거움과 충만함을 느꼈다. 두 영화 모두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고, 깨달음도 있었다. 영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보석을 닦는 영화다. 같이 안타깝다가 같이 웃게되는 영화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며, 나도 오늘을 더 잘 살아봐야지 다짐하게 되는 영화다. 그러니까 참 좋은 영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