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콘 Aug 26. 2018

왜 나만 빼고 반짝거리는 거죠

누구나 반짝거리고 있다는 사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20대 후반에 후배들의 진로 고민을 들었을 때가 있었다. 나 역시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취업이 늦어졌고, 그래서 후배들의 고민이 조금 더 들어왔던 것 같다. 늦게 취업하는 것에 대해서, 혹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서 후배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었다. 내 고민도 심난하지만 그래도 종종 후배들이 고민 상담한다고 연락을 주면 그게 또 반가워서 자주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후배들의 고민은 과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것자신이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취업이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중요하면서도 나도 쉼 없이 질문했던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게 잘 통했을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니까 모두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는 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한 후배 녀석이 이런 말을 했다. "주변 친구들 다들 좋은 직업을 구하고, 예쁜 여자 친구도 만들고 하는데 저만 너무 뒤처지는 것 같아요. 형, 제가 너무 패배자 같은 질문을 하는 건가요?" 나도 했었던 고민이고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사실 저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떤 말을 해줘도 상황을 지나가기 위한 위로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대답도 사실 후배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직접 취업을 하거나, 원하는 것을 갖지 않는 이상은 여전히 자신의 고민을 되뇌게 될 것이다. 나는 고민을 했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줄까 아니면 어떻게든 위로를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입을 떼었다. "누구야, 다른 이와 너를 비교하면 네가 떨어지는 나락은 끝이 없을 거야. 상대적인 것은 네가 충족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아. 너는 충분히 가능성이 많고 빛이 나는 아이잖아? 비교의 기준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란 식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사실 후배에게 내 대답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삐뚤어진 녀석이었다면 '저 선배는 이미 다 가졌으니까 그럴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아니면 애매모호한 대답에 더 답답해졌을 것이다. "형, 저만 빼고 다 반짝거리는 것 같아요."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더니 작은 목소리로 본인의 속내를 털어냈다. 그 말을 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반짝거리지 않는 본인을 인정하는 것도,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잘 못하고 있는 지금도 다 인정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후배의 어깨를 두들겼다. "야 인마, 너도 반짝거려, 형 학교 다닐 때 네가 했던 모든 모습들을 볼 때마다 의지가 불타올랐어. 지금 세상이 네 반짝임을 몰라준다고 해서 네가 반짝거리지 않는 것은 아냐." 후배에게 맛난 것을 사 먹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나도 반짝거리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왜 나는 이럴까, 스스로를 한탄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가 밉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자라난 나에 대한 혐오와 비난이 더 많았다. 어느 날 술을 많이 먹고 집에 가는 길에 하늘을 보았는데, 희미하게 빛나는 별이 보였다. '서울 하늘에 오랜만에 별이라니'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까 서울 하늘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빛이 난다는 것은 저 별이 굉장히 밝게 빛나는 별이라는 뜻임을 떠올렸다. 지금 내 눈에는 희미하게 빛나지만 저 별은 굉장히 밝은 별인 것이다. 그렇게 머리를 툭 치는 생각이 지나갔다. 내가 못난 것은 내가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멀리의 별은 서울 하늘에서 희미하게라도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열을 내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누군가 내 반짝임을 알아주기 위해서는 나는 스스로 나를 더 밝게 빛나게 노력해야 했다. 남들이 나를 봐주지 않아서 한탄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었다. 나 스스로 나의 반짝거림을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 누가 내 빛을 바라봐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나는 나를 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일까, 단점이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할까를 생각했다. 나는 꽤 오래 살았지만 내가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용기가 없었고,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몰랐다. 이 정도도 굉장히 큰 성취라 생각했다. 나는 이제 반짝거리기 위해서 한 발을 걸은 것이다. 그렇게 이것저것 시도를 하면서 내가 가장 빛이 나는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여전히 노력 중이고, 여러 실패를 경험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단단해졌다. 다른 이의 시선을 위해 살기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 먼저 떳떳해야 한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그게 되겠냐는 것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본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당신처럼 따뜻하고 가능성이 가득한 사람은 없다. 당신은 늘 반짝거리고 있었으니까, 절대 스스로를 약하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 당신의 빛이 예쁘다고 말해줄 것이니, 늘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반짝거린다. 그것도 매일매일 쉬지 않고.






매거진의 이전글 노약 좌석에 앉아도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