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 아내의 관점 1
며칠 전 남편의 글을 보았다.
무슨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라고 해놓고 최악의 커플이라고 한다.
상하이 여성인 내 입장에서 한국 남자는 최악의 배우자 맞다. 상하이 남자처럼 요리를 할 줄을 아나? 집안일을 잘하길 하나? 저녁에 일찍 일찍 다니길 하나? 아이 공부를 시켜주길 하나?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상하이 남자인 내 아빠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한국 드라마를 보다 풀하우스란 드라마를 보았고 '비(정지훈)'의 팬이 되었고, 비에 대한 호감이 한국 남자에 대한 호감으로, 한국 남자에 대한 호감이 회사 프로젝트에서 한국 사람인 남편을 보고 뭔가에 홀리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작자는 인터넷에 뭔가 끄적거리기만 하면 대부분 내 흉이다. 남편이 쓴 글을 안 볼 수가 없다. 달랑 회사일만 하는 남편과 달리, 회사에서 일해야 하지, 아들 같은 남편 돌봐야지, 남편 닮은 딸이 공부를 못해 공부도 돌봐주어야 하지, 청소와 요리도 해야 하지, 1인 3 역이라 엄청 바쁘게 지내고 있다. 시간이 남아돌진 않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기회가 되면 남편이 내흉을 어떻게 보는지 확인 정도는 하고 있다.
나도 이번 기회에 내 입장도 대변할 겸 끄적거려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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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턴 그냥 친구에게 하듯 이야기해 볼게 ~
(외국인 이기도 하고 한국말은 존댓말이 너무 어려워, 가끔 어머니에게도 반말로 할 때도 있어서 어머니께 미안해하기도 해. 그래서 그냥 안전하게 쭉 ~ 친구에게 하듯 편하게 말할게)
나는 원래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기보다는 나에 맞는 남자를 찾을 것 같지 않아 혼자 살 줄 알았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듯 해.
나는 결혼이란 걸 한다면 상하이 남자와 하고, 그 외의 남자와는 결혼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꿈은 상하이 남자랑 결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 특히 지금의 내 남편에게는 여러 차례 했었던 것으로 기억해.
15년 결혼생활을 해보니 그냥 혼자 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종종 해봤어. 특히 아들 같은 남편과 남편 닮아 말 안 듣고 공부 안 하려고 하는 딸을 키우노라면 내 인생은 어디갔나라는 생각이 종종 드니 말이야. 지금은 침대에서 남편이 터치를 해도 짜증 나~(음~ 성인들이 하는 그런 터치는 아냐~ 오해는 말고) 그냥 마사지나 해주지 말이야. 남편에게 마사지하라고 하면 2분 깔짝깔짝 하다가 힘들다며 안 하고 돌아 누워~ 하여간 맘에 드는 게 없네~~
그러니까 나의 독신 라이프가 깨지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딱 17년 전 2005년 11월의 어느 날이었지. SAP ERP인가 뭔가 하는 프로젝트 때문이었어.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당시 남편에게 적었던 편지를 찾아내어 봤어.
그 편지들 다들 그렇듯 닭살이라 잘 안 읽어.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꺼내본 거야. 당신들 정신건강(구토 예방 등)을 위해 정말 닭살인 건 제외했고 앞으로도 제외할게 ~
2005년 11월 그날 너(남편)를 처음 만났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Nice to meet you"라는 첫인사를 하고 얼굴이 빨개졌었지 그리고 자리를 후다닥 피했는데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외국인 동료인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휴식 시간에 기회를 봐서 이야기 좀 했고 말이야. 당시 너의 첫인상은 좋았어. 예의도 바르고 말투나 행동도 너무 좋았지. 그때 네게 Rain(비, 정지훈)을 좋아한다고 딱 한번 이야기했는데 네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十一月九号,是阿拉第一次见面的日子,我跟你说的第一句话是” NICE TO MEET YOU”, 不知道为撒看到你我就脸红了,唉,太丢人了,我赶紧掉头就走。后来想想老不礼貌的,所以在休息的空档,找了个机会和你聊了聊天。你给我的第一映象太好了,你真的很礼貌,举止谈吐都很好!我们自然而然就聊开了,那次也是我第一次跟你提起我喜欢RAIN, 没想到你就此记住了!
너는 Kick-off 미팅이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일주일간 돌아갔어. 너를 포함한 한국팀이 중국으로 돌아온 첫날은 나의 스물다섯 살 생일이었지. 난 이번에도 외롭고 고독하고 일로 가득 찬 생일이 되겠구나 생각했어. 하지만 뜻밖에도 아침에 출근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네가 내 책상에 올려놓은 선물을 보았어. 비의 콘서트 DVD 였잖아. 내가 비록 비를 좋아한다고 딱 한번 말했는데 이렇게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난 그때 정말 감동이었어. 비록 나중에 네가 이 선물은 그때 당시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말이야.
接着你回去了一个星期,回来的第一天是我的25岁生日。我知道这又是一个孤单寂寞,被工作填满的生日,没想到的是踏进办公室的第一刻就看到你放在我桌上的礼物,竟然是RAIN的演唱会DVD.我只跟你说过一次我喜欢RAIN, 你就记住了,我真的很感动!虽然后来你跟我说这礼物在当时并不代表什么。
사귀게 되고 나서 내가 남편에게 쓴 편지야. 지금 봐도 여전히 닭살이야~ 남편이 프러포즈할 때 주었던 책자를 최근에 금고를 사고 나서 금고 안에 보관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읽었네~~
참 오래전 일이네~~ DVD 한 개로 인해 결혼 생각이 없던 나를 설레게 했고, 그 설렘으로 이렇게 결혼까지 시키다니 말이야~
다음에는 나의 첫 연애와 그 첫 연애를 위한 작전에 대해 써 볼까 해 ~
난 아무 생각 없는 남편과 달리 전략가거든 ~
<남편 입장>
내가 지어냈다고 할까 봐 아내가 쓴 글을 위 그대로 중국어로 가져와 보았다. 위에 쓰여있는 중국어는 한 글자도 바꾸지 않은 오리지널 아내의 글이다.
위에 나온 프로젝트는 당시 우리 둘 다 미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같은 회사라곤 하지만 나는 한국지사 아내는 중국 상해 지사에서 근무하여 한 회사라고는 하지만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사이였다. 그러다 미국 본사에서 24개 국가의 계열사 모두를 SAP-ERP 시스템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총 3년이 소요되었고, 그중 4번째로 중국과 한국이 함께 진행했다. 다만 미국 본사 인력들과 딜로이트 컨설턴트들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 고급인력들의 시간과 비용 낭비이니 저렴하고 중요성이 적은 한국인력 10여 명을 중국으로 불려 들여 8개월간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장으로 처음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고, 그 뒤로 여러 작은 인연들이 겹치면서 가까워질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때는 중국어를 읽을 줄 몰라 네이버 지식인에 지식인 포인트를 걸고 번역을 부탁해서 쓴 아내 중국어의 내용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것을 책으로 엮어서 프러포즈할 때 활용했고, 중국어를 조금 읽을 줄 알게 된 지금 그 책자의 중국어를 보고 뉘앙스를 알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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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습니다.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1부가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 북]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brunch.co.kr)
전편은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 그중에서도 한 도시인 상하이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우리와 다른 문화 그리고 약간의 저희 경험을 담았습니다.
속편은 12화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편: 10화, 속편: 12화)
주 2~3회로 생각하고 있고요. 글쓰기 초보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 댓글을 주시면 초보인 제게 힘이 되어 글을 마무리하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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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