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하이 SG Nov 07. 2022

작전 그리고 첫 연애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 아내의 관점 2

이어서 해볼게.

지난번 마지막 글이 난 아무 생각 없는 남편과 달리 전략가라고 했지~ 


참 앞으론 현 남편을 그냥 SG라고 할게. 실제 내가 그렇게 불렀거든... 참 특이한 회사지... 그때 이상하게 한국에서 온 동료들은 전부 그렇게 알파벳 두 글자로 불렸어... 




난 하나를 받으면 최소한 하나를 갚는 사람인데 비(Rain)의 DVD를 받았는데 그냥 있을 순 없잖아?

3일간 생각했어. 외국인에게 무엇을 해줄까 말이야. 결국 주말 중 하루 시간 내어 상해 구경을 시켜 주기로 했지. MSN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했고, 이것으로 나는 어떤 임무를 마친 것처럼 한시름 놓았고, 이렇게 갚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것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어. 왜냐면 그때 그가 내게 처음으로 호감을 느꼈다고 했으니까. 


참 이때까진 전략이고 뭐고 필요는 없었어. 나도 내 맘을 몰랐으니 말이야.


그리고 우린 매일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각자 회사에서 함께 교육도 받고, 미팅도 하고 각자 한국과 중국에 회계 중 원가부문을 대표하여 테스트도 하며 열심히 일했어. 

이때 회사에서는 글로벌 회사라 그런지 살던 곳을 떠나 해외에서 살게 되면 어려운 점들을 잘 살폈던 것 같아.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작은 활동들을 했었거든. 외국인이 상하이에서 전철 타는 법 등을 게임식으로 알려주기도 했고, 프로젝트 팀끼리 탁구대회도 하는 것 등 이때 부딪칠 기회는 있었지만 이때는 별로 인연이 없었나 봐 별 기억이 없어. 




주말 상해 가이드를 잘 받았다고 이번엔 SG가 내게 밥을 사겠다고 MSN으로 연락이 왔어. 밥을 얻어먹으면 난 또 빚지게 되는 거잖아~~ 괜찮다고 버텼으나 영어로 소통을 하며 따져봤자 별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는 그냥 그러자고 했어. 그러곤 그가 택시를 타고 연습을 했는지 진마오 따사(금무대하 빌딩)를 중국어로 택시기사에게 이야기하며 당시 상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88층 금무대하(진마오, 하얏트)에 있는 식당으로 데리고 갔어. 뭐야~ 비싼 밥을 먹으면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건데... 근데 맛이 없더라... 나중에 우리가 사귀고 나선 SG도 그랬어. 참 맛없었다고. 참 거긴 가지 마세요~~ 단 15년도 더 지난 지금은 맛있을 수도 있으니 꼭 확인해보고 싶으신 분만 확인해보시고요. 


아 ~ 길다. 누구나 하는 유치한 연애 이야기 속도를 좀 내야 하는데 잘 안되네 ~~  좀 속도를 내볼게.


그는 한국에 북귀했다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3주 후 프로젝트를 하러 다시 상하이로 왔어.  

3주 동안 가끔 그 생각이 나더라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그런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었던 듯 해. 


그가 한국에 있는 3주기간 동안 내가 MSN 연락을 했지. 밥을 얻어먹었으니 나도 밥 산다고 하고 언제 볼까 했더니 바로 오는 당일에 보자고 했어. 헤헤 ~ 맘도 급하셔라 ~


약속을 해놓고, 넌 갑자기 친구 한 명을 데리고 온다고 했지. 10여 명 다 같이 출장 왔는데 나 혼자 사라지면 의심받을지 모른다면서 말이야. 그때 아무렇지도 않다고 또한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그때 화가 많이 났어. 왜 동료인데 화가 났을까 생각해보다 그때 마음을 안 것 같아. 게다가 그때 가이드 해준 외국인과 만난다고 하면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서 친한 친구 집에 가서 네 전화를 받고 외모에도 신경 썼었거든. 나중에야 그가 이야기했지만 그가 그날 내가 이뻐서 말이 별로 없었다고 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은 되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어. 일은 여전히 함께 일하기도 또한 각자 테스팅도 하고 저녁에 팀끼리 식사도 하며 말이야.


어느 날 토요일 저녁 그로부터 또 연락이 왔어. 내가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했더니 그때 그의 대답은 뜻밖에도 "늦더라도 기다릴게"였어.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좋았어. 그때부터 난 네가 데이트를 신청하면 거절할 수 없게 된 것 같아. 그리고는 만나서 그가 시끄러운 신천지를 가서 조용한 곳을 찾았지. 신천지에 조용한 곳을 찾다니 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센스가 없어 ~~ 그날 네가 유일하게 했던 옳은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항저우에 가자고 한 거였고 다음날인 일요일 우리는 항저우에 갔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저녁 늦게 돌아오는 코스로 말이야. 


그날 항저우에서 내가 마음이 얼마나 급했는지... 


일단 항저우 여행은 좋았어.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항저우에서 가장 영험하다는 영은사 절에 가서 부처님께 절도했고 말이야. 다만 여행 중에 여러 번 암시를 보냈는데 그가 아무 반응이 없었거든. 그래서 마음이 급했지. 이날도 결국 아무 반응이 없다면 난 그냥 친구로 남기로 혼자 다짐했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의 마지막 암시에 그가 드디어 반응했어. 항저우 여행 중 우리가 택시 탔을 때, 택시기사랑 나랑 너를 흘긋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네가 무슨 이야기인 줄 물었지. 사실 아무리 바보라도 중국어를 못 알아 들어도 자기 이야기 인 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 눈치 없는 너까지 말이야. 당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고, 상하이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이야기를 해주었어. 택시 기사가 남자 친구냐고 물었고? 난 아니라고 했고, 그 택시기사가 그 남자는 분명 한국에 여자 친구가 있다는 등 그런 대화였고, 그 대화를 그대로 전달했지. 그럼 네가 반응을 전혀 안 할 수 없는 상황일 테니 말이야. 그때 그에게 어떤 대답이 나올까 얼마나 콩닥거렸던지... 근데 꺼낸 첫마디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였지. 난 그때 기절하는 줄 알았어. 마치 찬물을 머리 꼭대기에 들이부은 것처럼 얼어버렸지. 바로 이때 그가 말을 돌리면서 이미 헤어졌다고... 


하여간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눈치 없는 걸 알아줘야 해. 그냥 좋다고 하면 되지 과거에 여자 친구 있다는 이야기를 왜 꺼내냐 꺼내길... 누가 그런 얘기 듣고 싶다고... 


그가 결국 우물쭈물하면서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ㅎㅎ 사실 나도 예전부터 고백하려고 했어. 그런데 나도 너처럼 쑥스러운 걸 어떡해 ~~ 


여러 암시와 작전(?) 끝에 이렇게 외국인과 첫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 근데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라니 15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여전히 잘한 건지는 모르겠네~ 


다음에는 이왕 항저우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항저우 이야기를 해볼게. 


3번의 항저우 여행과 3가지 소원과 그 3가지 소원이 모두 이루어진 그런 이야기야 ~  



<남편 입장>


왜 그랬을까?

회계팀은 갈 일 없는 마냥 부러워만 했던 첫 해외출장 그것도 6개월간 장기출장이었다. 

마음이 풀어졌을까? 아님 내가 좋아하는 외모에 그냥 빠졌던 걸까?

이왕 결혼한 거니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니? 거부할 수 없는 귀여운 외모에 빠진 걸로 하자 ~ 


난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매일매일 스스로 의심하고 매일매일 확인했던 시기였던 듯 싶다.


"아니야 ~ 좋아서 그런 거 아닐 거야 ~ 네가 해외출장 중이라 마음이 들떠서 그럴지도 몰라."

"너 미친 거야? 대화도 안 되는 외국인을 좋아한다고? 그것도 중국 여자를?"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면 연애도 할 수 없는 네가 외국인이랑 연애를 한다고?"

"너 혹시 결혼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수준(?)이 된 거야? 뭐야 성장(?) 한 거야?"


난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편이라 감정이라는 게 생겨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예외로 그대로 두었던 것 같다. 컨트롤을 할 수 없었던 건지 그대로 둔 건지 아직도 헷갈려~ 


내 맘대로 지어냈다고 할까 싶어 또 아내게 내게 쓴 것 중 일부를 옮겨본다. 굉장히 민감한 아내가 이거 나중에라도 아내가 알면 날 죽일려들텐데... 설마 들키려고... 혹은 들켰더라도 설마 죽이려고...  


1月22号,是一个我永远都会记得的日子,那是第一次有一个男生很认真的跟我说喜欢我,很认真的牵住了我的手,很认真的向我表白他的心事。我想我们俩的缘分真的是天注定的,因为我已经下定决心,如果你那天还不跟我表白,从此我们就是普通朋友了。虽然那天我暗示了你无数多次,可是你还是无动于衷,我心里那个急啊!最后我把我和出租车司机的对话告诉了你,一边说一边心噗噗的跳,不知道等来的是什么样的答案!结果你第一句话就是你是有女朋友的,我昏倒哦!感觉一盆冷水从头浇到尾,就在这个时候,你话锋一转说已经分手了,而且我也是导致你们分手的原因之一。我不知道是喜悦还是难过,都有吧!喜的是你终于肯说出你喜欢我,悲的是我从来都很讨厌当第三者,虽然你说我不是,但是我多多少少对你和前女友的关系有点影响。你表白完了以后还是有点害羞,恩恩啊啊的!唉,你都表白了,我总不见得不表态吧,嘿嘿!其实我老早就想表了,可是谁叫我和你是一样的害羞呐!


p.s 맨 위의 아내가 쓴 내용과 유사하니 굳이 번역하진 않습니다. 


개인생활을 위해 얼굴은 가릴게, 상하이에서 SAP 프로젝트 첫 회식 한국, 중국 모든 인력 중 유일하게 나와 그만 미혼이라 이렇게 바로 옆에 자리를 배치해주고 매니저가 놀리는 모습


**************************************************

전편은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습니다.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1부가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 북]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brunch.co.kr)


전편은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 그중에서도 한 도시인 상하이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우리와 다른 문화 그리고 약간의 저희 경험을 담았습니다. 속편은 12화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편: 10화, 속편: 12화)

주 2~3회로 생각하고 있고요. 글쓰기 초보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 댓글을 주시면 초보인 제게 힘이 되어 글을 마무리하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혹 글이 공감이 되어 구독하시면 알람이 되실 거고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2화 내 사전에 결혼이란 없었는데 말이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