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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SG Nov 14. 2022

예물, 예단 때문에 헤어질뻔한 사연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 아내의 관점 6

어떻게 여기가지 왔나 몰라 ~ 

헤어질 거리들이 적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때 눈이 멀었던 거야. 빨리 알아챘어야 하는데 말이야.

우린 한 달에 한번 만나는 국제커플이다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자기 전에 통화를 했어. 무슨 그리 할 이야기들이 많았는지 그 사람은 전화 통화하다 잠들기도 하더라고... 


어느 순간 매일 술을 마시는 그를 알게 된 거야. 한국 드라마에서 본 한국 남자들을 술을 자주 먹는다는 걸 알긴 했지만 그게 내 남자일 줄이야. 난 주위(상하이)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어. 아빠부터 해서 작은 아버지, 고모부, 직장 상사들 모두 술을 잘 안 마셔. 특별한 날에 맥주 혹은 와인 한잔 하는 정도였어.


매일 한 시간씩 하던 전화통화가 어느 순간 그가 술을 마시고 늦게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걸러지길 시작했어. 

오늘은 현 직장 동료, 내일은 직장 상사가 마시자고 해서 또 그다음 날은 대학교 친구들 중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어서 다시 그다음 날은 뭐 전작장 동료 모임 어떻게 된 게 매일매일 이유가 있더라고. 이해를 할 순 없었지만 어쩌겠어 내 마음을 이미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걸. 덜컥 걱정도 되더라고. 나랑 결혼하고 나서도 매일 술 마시면 어떡하지? 물어봤더니 그가 대답하더라 ~ 일주일에 4~5일 마시는데 결혼하면 일주일에 2번만 술을 마시겠다고 말이야.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었어. 

한국의 결혼식은 어떤지 모르지만 상하이에선 결혼 전에 2가지 준비할 게 있어.

남자는 집을 준비해야 하고, 여자는 가전제품을 준비해. 

그리고 남자 쪽이 여자 집에 돈을 주는 풍습이 있어. 내 친구들 사례를 보면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2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되었던 것 같아.


엄마, 아빠가 그것에 대해 고민을 하셨나 봐. 외국인이고 이곳 풍습을 모를 테니 남편 가족들에게 돈은 주지 말라고 해라.

그리고 우리가 상하이에 살게 될지 한국에 살게 될지 즉 어디 살지 모르고 한국에 집이 있다고 하니 집 마련은 어렵겠구나. 그렇게 말씀하셨어. 


내가 그 얘기를 남편에게 하기 전에 그가 먼저 한국 풍습 이야기하는 거야 ~ 

한국에는 결혼할 때 예단이라며 양가 집안에 옷을 사주는 풍습이 있다고 말이야. 여자 쪽에서 옷을 사라고 남자 쪽에 500~1,000만 원 돈을 주면(예단) 남자 쪽에서 다시 비슷하거나 조금 적게 돈을 준다고 말이야. 아무리 문화가 달라도 생략하긴 그러니 각자 부모님 옷을 살 돈만 주자고 했어. 얼마냐고 물어보니 1,000달러 정도면 될 것 같데. 인터넷이 찾아보니 무슨 500만 원 ~ 1,000만 원? 더 적은 것 같더니만... 우리 쪽에서는 관습에 따라 돈 받을 것도 안 받고 집 장만하는 것도 양보했는데 뭐라고? 옷을 사 입게 돈을 달라고? 엄청 화가 났어. 결혼 후 3년 때까지 화가 가라앉지 않은 것 같아. 하여간 환전해서 그의 부모님 뵈었을 때 돈을 드렸고, 그가 돈을 준다길래 됐다고 했어.


나는 엄마, 아빠가 결혼 반대할까 봐 그가 이야기하는 것 중 일부만 공유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오니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더라고. 그가 굳이 상세하게 이야기한 한국 집은 은행 대출이 대부분이고, 그마저 엄마랑 같이 산거고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 가뜩이나 걱정이 많은 분들인데 말이야.


내가 화를 내니 그도 화가 났나 봐. 큰돈도 아니고 달랑 1,000달러고, 서로 주겠다는 건데 그게 뭐라고 화를 내냐고 말이야. 그렇게 며칠간 말도 안 하고 있었어. 그는 화가 나면 말을 안 하는 사람이거든... 정말 답답해. 그렇다고 이렇게 헤어져? 그러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먼저 말을 시켰지. 마음속에는 남아 있었지만 일단 그렇게 넘기긴 했어. 


그 이후로도 여러 사건이 있었어.

운이 좋은 건지 운이 나쁜 건지... 하여간 여태 같이 살고는 있네~ 



<남편 입장>


예물, 예단 관련 전지적 시점으로 보니, 억울한 면은 있을지언정 내가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소모적인 싸움을 한 듯하다.

중국의 결혼 관습을 공부할 생각을 못했고,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지 와닿지는 않았다.

난 우리 부모님만 생각했다. 다른 건 아니라도 옷 값 정도는 며느리에게 직접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100만 원이면 아무(?) 부담도 없는 돈이라 편하게 이야기한 건데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일 줄 몰랐다. 그제야 왜 결혼식 전에 적지 않은 커플들이 깨지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양가 부모님 생각, 각자의 생각 그리고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테니 말이다. 중국에서는 남자 집안이 여자 집안에 돈을 준다는 건 과거 사람들 생각에 노동력이 하나 늘었으니 그것에 대한 대가(?)로 보는 건가? 한국에서는 여자나 남자 집안으로 오면 잘 봐주세요. 그리고 입이 하나 늘었으니 그것에 대한 대가인가? 논리 없이 한번 생각해 본다. 같은 것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관습이 있으니 말이다. 

3년은 조심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아내가 화를 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단어는 우리 집에서 금지어였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굳이 꺼내진 않는 주제다.  



생각해보니 우린 커플링 한번, 결혼반지 한번 이렇게 두 번을 맞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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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브런치 북으로 발행했습니다. 

속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래 1부가 도움이 될 듯해서 아래 링크를 걸어둡니다.


[브런치 북] 상하이 여자 vs. 한국 남자 (brunch.co.kr)


전편은 우리나라의 이웃인 중국. 그중에서도 한 도시인 상하이의 일반적인 이야기와 우리와 다른 문화 그리고 약간의 저희 경험을 담았습니다.

속편은 12화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편: 10화, 속편: 12화)

주 2~3회로 생각하고 있고요. 글쓰기 초보라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좋아요 & 댓글을 주시면 초보인 제게 힘이 되어 글을 마무리하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혹 글이 공감이 되어 구독하시면 알람이 되실 거고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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