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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SG Mar 15. 2024

딸과 싸우고 아침에 안 깨워 준다고 협박하는 아빠

바로 내 이야기 입니다. 

뭐 다른 이야기는 내 이야기 아니었나 싶지만요. 

좋은 아빠라고 혹 오해하시는 분들이 혹 계실까 하여 굳이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아래는 매일 아침 챙겨준다고 계란프라이, 우유 한 잔, 빵 데워주기 사진을 찍은 당일 저녁 바로 딸과 싸우고 화가 나서 한 말입니다. 

"이제 다시는 아침에 안 깨워줘 ~ "

시간이 지나니 도대체 왜 화가 났는지 기억조차 나진 않지만 하여간 그땐 화가 났습니다. 

대게 그렇습니다. 딸이 무시할 만한 행동을 내가 했을 터이고, 딸아이는 그걸 보고 무시하는 말을 했을 터이고 나는 화가 나는 수순 말입니다. 

나와는 달리 엄마를 닮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딸아이, 

내가 안 깨워 준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는지 5개의 알람을 해놓고 잠을 잡니다. 

그다음 날 나는 일어났는데 안 깨울 순 없고 딸아이 학교 갈 때까지 그렇게 30분을 자는 척을 했구요. 딸아이가 5개의 알람을 한 후 일어났고, 우유를 빵과 함께 먹고 7시에 문을 나선 다음에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다음 날 그리고 다시 그다음 날도...

아침잠은 많지만 걱정이 된 아내가 딸아이가 잘 하고 있는지 어슬렁 어슬렁 일어나서 살짝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딸아이가 늦게 일어나 학교를 늦든 하루 안 가든 하면 그 이후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걸 알기에 나는 겁이 안 나지만 아내는 단 하루도 학교를 안 가거나 늦으면 안 되는 걸로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어 해서 그런듯 합니다. 

며칠 후, 

주말 저녁 딸아이는 토론 관련 숙제를 해야 했고, 아내는 장모님댁에 가서 밤늦게나 들어온다고 한 터였습니다. 

영어로 하는 토론 수업, 못알아듣는 나를 위해 한글로 해석을 해주어야 하니 답답하긴 했지만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나와 토론 수업 관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생각보다 내가 자기 숙제에 쓸모가 있었는지 만족하는 듯했구요. 풀어진 딸아이. 이때가 최고 사이가 좋을때가 아니었나 복기해 봅니다. 

"아빠 내일 나 6시 20분에 깨워줘, 

그리고 깬 것 확인한 다음 5분 후인 6시 25분에 다시 깨워줘.

그래야 내가 잘 일어날 수 있으니까. "

"알았어. 그럼 6시 20분, 25분 두 번 깨워줄게"

딸아이의 화해의 제스처, 당연히 반갑게 받아들였습니다. 

다음 날인 오늘 아침

우유를 데워주고, 꽈배기를 에어 프라이에 3분 돌려서 접시에 옮겨놓고, 새로운 빵집에서 시도한 새로운 슈크림 빵은 애매해서 데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양이 많으니 오늘은 계란 프라이는 생략했습니다. 

슈크림 빵을 살짝 만져보더니 아빠 이건 왜 안 데워줬어?

그럼 데워놓은 꽈배기랑 우유 먼저 먹으라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말 하기도 전에 자기는 아침에 시간이 없고 엄청 바쁜데 왜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버릇이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버럭 화를 냈죠. 

앞으로는 알아서 일어나고 알아서 네가 원하는 만큼 데워서 아침 알아서 먹엇!!

화해한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다시 싸운 것입니다. 

딸아이 밥 먹고 챙겨서 학교로 나설 때, 문을 쾅 하고 나갔고, 문을 다시 열더니 일부러 쾅 닫은 게 아니라 실수로 쾅 닫혔다고 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살짝 마음이 풀어진 저.

오늘 저녁 딸아이가 왔길래 악수를 하자고 했습니다. 일단 억지 웃음과 함께 악수 ~~

하지만 악수는 악수고 아침에 일어나는 건 알아서 일어나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알아서 하라고 하곤 당일 저녁에 풀 수는 없는 것 아닐지요? 다음부터 말이 안먹일 터이니 말이죠. 며칠 시간을 보낸 다음 풀기로 마음을 먹어봅니다. 

지금 나의 이 끄적거림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나의 한심함?

기록?

복기?

저녁식사를 하고 그 기류를 감지한 아내가 우리 둘에게 경고를 합니다. 

너네 둘, 이제 3년 6개월밖에 안남았어! 그 짦은 시간을 귀하게 생각하고 살아 ~ 3년 반 후면 이젠 보고 싶어도 자주 못볼테니 말야 ~~ 

그렇지~  내가 아내가 힘들때마다 자주 쓰던 3년 반인데 오늘은 아내가 내게 활용합니다. 

얼마 남지않은 3년반이라는 시간, 귀하게 쓰자고 작심삼일 일지언정 다짐해봅니다. 


p.s 이 글또한 블로그에 쓴 글을 여기 옮겨봅니다. ^^(One Source Multi Use루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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